[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칩거에 들어간 것과 관련해 동아일보·경향신문이 진보진영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이들은 내부 갈등으로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했고, 공약이 여론을 주도할 정도의 반향을 끌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심상정 후보에게 “지지율에 좌절하지 말고 불평등과 맞서 싸워야 한다”며 중도 포기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심상정 후보는 12일 “현재 선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모든 활동을 중단했고 이어 정의당은 선거대책위원회를 해체했다.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은 10%대를 넘어섰지만, 심상정 후보 지지율은 3%대까지 떨어졌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사진=연합뉴스)

정연욱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14일 칼럼 <횡설수설- 위기의 심상정>에서 심상정 후보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진보진영 단일화 실패 ▲진보진영 내부갈등 ▲여론 주도 정책 제안 실패 등으로 분석했다. 정 위원은 “정의당은 지난해 9월부터 진보좌파 진영의 후보 단일화를 추진했다”며 “심 후보가 노린 회심의 반전 카드였다. 그러나 민노총 조합원의 직접 투표와 일반여론조사 비율 등 단일화 방식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협상은 결렬됐다”고 설명했다.

정영욱 논설위원은 “협상 무산엔 진보좌파 진영 내부에 얽혀 있는 악연도 작용했을 것”이라면서 “심 후보는 이석기 전 의원 중심의 진보당 세력을 ‘종북주의’라고 비판하면서 치열한 노선 갈등을 벌여왔다. 서로 합쳤다가 결별하는 이합집산을 거치는 동안 쌓인 앙금은 쉽게 해소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논설위원은 “심 후보는 ‘주 4일제’를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며 “친노동 의제이긴 하지만 여론을 주도할 정도로 반향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대선 구도에서 심 후보의 입지가 어정쩡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5면 <존재감 잃고 최대 위기…심상정의 정의당 “선대위 일괄 사퇴”> 기사에서 “거대 양당의 ‘비호감’ 대선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내부 반성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번 대선에선 장점으로 꼽혔던 정책·공약도 눈에 띄지 않는다”며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기득권이라고 비판하는 차별화 전략 역시 ‘조국 사태’로 인한 ‘민주당 2중대’ 비판과 김종철 전 대표 성추행 사건 등 악재들을 만회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썼다.

또한 경향신문은 “기대했던 TV토론도 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당만의 협의로 진행된다”면서 “토론 기회마저 얻지 못할 위기에 직면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제3지대 공조는 사실상 가능성이 없어졌고, 민주노총과 진보당·녹색당 등과의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 논의 역시 최종 협의가 불발됐다”며 “오랜 지지 기반인 노동계의 표심을 얻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 "중도 포기라는 무책임한 결론은 곤란해"

한겨레는 심상정 후보가 ‘중도 포기’라는 무책임한 결론을 내려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한겨레는 사설 <심상정, 지지율에 좌절 말고 불평등과 제대로 싸워라>에서 “심 후보의 정치적 입지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며 “그러나 상황이 아무리 비관적이고 고통스러워도 중도 포기라는 무책임한 결론에 이르러선 곤란하다. 심상정은 단지 양당 구도의 틈새를 노리는 ‘제3 후보’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려 노력해온 진보정당의 대선 후보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거대 양당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어느 때보다 높은 이번 대선에서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 후보가 3% 남짓한 지지율로 고전하는 상황을 악조건 탓으로만 돌리는 건 비겁하다”며 “선거운동 전략에서 부족함이나 오류는 없는지, 조직은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 당원과 핵심 지지자들이 주변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도록 사명감과 확신을 심어주는 데 성공하고 있는지부터 살피는 게 순서”라고 썼다. 한겨레는 “진보의 소명은 모든 구성원이 인간적 존엄을 지키며 살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신문은 사설 <혼돈의 정의당, 조속히 해법 찾아 대선 임하길>에서 “우리 사회의 소수와 약자를 위한 정치세력을 자처하는 정의당의 존재감 상실은 비단 그들만의 위기로 볼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 “거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이념상 중도와 보수에 선 상황에서 진보세력의 퇴조는 사회 가치의 건강성 차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새가 한쪽 날개로만 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했다.

서울신문은 “조국·윤미향 사태 등 정의와 공정이 화두가 된 사건 때 진보세력으로서 선명한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며 “시대를 앞서간다지만 실은 시대에 뒤처진 집단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전면적인 당의 혁신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했다. 서울신문은 심상정 후보가 해법을 찾아 복귀해야 한다고 밝혔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