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언론노조 KBS본부(이하 KBS본부) 7대 본부장에 강성원 기자가 선출되었다. KBS본부는 지난해 12월 27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투표에서 단독 출마한 강성원 후보가 60.77%(1,577명) 투표율에 86.05%(1,357명) 찬성률로 새 위원장에 당선됐다고 밝혔다.

2005년 KBS에 공채 31기 기자로 입사한 강성원 신임 본부장은 부산·울산 취재기자, 제6대 KBS본부 수석 부본부장을 역임했다. 위원장 당선 소감과 앞으로 2년 KBS본부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계획을 듣고자 지난 5일 강성원 본부장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강 본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강성원 언론노조 KBS본부장 (사진제공=강성원)

언론노조 KBS본부 7대 본부장으로 선출되셨는데, 먼저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오늘로 5일 정도 됐는데 축하 인사를 많이 해주시거든요. 많은 분들이 ‘어려운 시기에 이렇게 결단해 준 데 대해 감사하고 미안하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사실 저도 출마하기까지 마음의 기복이 심했지만, 연말에 출마 결심하고 난 뒤부터 다른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어요. KBS에 새 사장이 임명됐지 않습니까. 노동조합도 새로운 집행부를 꾸려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잘해야 된다는 생각과 책임감도 크게 갖고 있죠.”

업무 파악은 하셨어요?

“제가 6대 때부터 노동조합 활동을 계속해왔잖아요. 그래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현안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고요. 중요한 건 집행부를 새로 꾸리는 일인데 아직 완전히 다 꾸리지는 못한 상태예요. 그래서 하루빨리 상급 집행부에 좋은 분들을 모셔와서 완전체로 집행부가 연착륙하도록 하는 게 제일 급선무입니다.”

직전 집행부에서 수석 부본부장을 역임하셨는데, 본부장에 출마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저는 2005년도에 입사해 노동조합 활동하기 전 부산에서 지역 취재기자로 오랫동안 일했습니다. 그러다가 2017년 142일 파업을 하면서 지부장을 맡았고 그걸 계기로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그런데 가족들이 부산에 거주하고 있어서 가족들과 떨어져 지낸 지도 3년째 되고 있거든요. 그래서 여러 가지 고민이 많았죠.

출마를 고민하면서 ‘KBS가 과연 지금 진화하고 있는가’란 질문을 해봤어요. 예전에 정준희 교수가 쓴 글 중에 KBS 진화의 끝이 ‘소멸’일 수도 있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 얘기가 참 가슴에 와닿았어요. 그러면 우리 노동조합은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 생각했을 때, 여전히 내부적으로 갈등 구조가 존재하고 과반 노조가 되면서 위상은 높아졌지만 그만큼 그 안에서의 이해관계 등은 다양해졌거든요. 또 최근 KBS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노동조합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맡아야 할 일이라면 ‘연속성’도 중요한 강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도 출마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60.77%(1,577명) 투표율에 86.05%(1,357명)의 찬성률을 기록했어요. 역대 본부장 득표수에 비하면 다소 낮은 것 같은데?

“비교해 보면 저희 6대나 5대하고 투표율이나 찬성률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아요.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신 분들도 분명히 계신 거고, 또 참여했지만 반대하신 분들도 계신 거죠. 당선된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런 부분들까지 다 포용하는 것이 더 중요한 영역인 것 같아요. 투표율이라든지 찬성률의 의미가 분명 있을 테고, 그런 의견까지도 겸허하게 받아들여 조합에 대한 관심도를 더 높이고 신뢰로 이어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저희한테 던져진 숙제겠죠.”

(사진제공=전국언론노조KBS본부)

투표율이나 찬성률의 의미는 뭐라고 보세요?

“형식적인 측면에서 당선의 숫자는 주어진 것이죠. 이것이 특정 집행부에 대한 불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요. 다만 우리 사회 전반의 노동운동과 노동조합에 대한 기대치라든지 신뢰가 많이 퇴색한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KBS에서 가장 중심이고 대표 노조로서 본연의 역할을 어떻게 찾아가느냐, 그리고 노사관계를 어떻게 재정립하느냐 따라서 다시 얼마든지 조합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요.”

노동조합 본연의 역할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KBS본부가 처음에 소수 노조로 시작했잖아요. 그때는 우리 노동법에서 정하는 과반이라든지 교섭권이라는 게 없었기 때문에 그런 교섭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 더하기, 방송 독립이라는 중요한 가치 수호를 위한 투쟁이었습니다. 그런데 142일 파업 이후 저희가 교섭 대표노조가 되고 과반 노조가 되면서 외형이 엄청 커졌어요. 그래서 예전 노조가 태동할 때 가졌던 방송 독립 쟁취의 기치도 분명히 받들어야 하는 영역이고, 더불어 조합원 수가 많아진 만큼 전통적인 노사관계, 쉽게 말해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활동도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 거죠.”

코로나 영향으로 선거 운동하기 어렵지 않았나요?

“어려웠죠. 선거운동이라는 게 조합원분들 최대한 많이 만나 뵙고, 손도 한 번씩 잡고 눈맞춤도 하고 얘기도 들어야 하는 거잖아요. 특히나 저희 선거운동 기간엔 거리두기가 아주 강화됐던 터라 그런 부분들이 많이 아쉽죠. 하지만 지역에서는 간담회 형식으로 좀 더 밀도 있는 얘기들을 많이 나눌 수 있었어요.”

조합원들이 어떤 얘기를 했나요?

“다양한 얘기 많이 하셨죠. 제일 많이 나왔던 얘기가 인력난 심하다는 부분이고, 그다음 여러 가지 근로 처우와 관련된 요구 사항이나 또 노동조합이 잘 싸워달라는 주문들이 많았습니다.”

캐치프레이즈를 ‘통하는 노조’로 잡으셨던데.

“시원시원한 느낌을 주고 싶었고, 실제로 그런 기치를 좀 지향하고자 ‘통하는 노조’로 잡았습니다. 저희는 ‘정통‧소통‧화통’한 노조가 되려고 해요. 첫 번째 정통에는 저희가 방송 독립을 위한 투쟁의 가장 중심에 있었던 노조로서 민주노조의 정신을 이어간다는 의미를 담았고요.

두 번째 소통하는 노조인데, 사실 코로나 정국과 6대 집행부 임기가 맞아떨어져 활동에 아쉬운 부분이 컸습니다. 소통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는데 7대 집행부에서는 코로나 상황과 상관없이 현장과의 소통을 강화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1월 3일 첫 일정으로 외부에 있는 수신료 지사 조합원분들을 찾아뵙고 간담회를 했어요. 그런 소규모 간담회를 앞으로는 격주 정도로 계속 진행하면서 애로사항도 듣고, 해결방안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화통한 노조입니다. KBS 발전을 위해선 회사나 노조가 따로 없다고 생각해요.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논의해야 할 문제라면 상대를 가리지 않고 테이블에 앉아 밤새워라도 혜안을 만들어낼 거고요. 또 노조와 아주 다른 생각과 다른 방향성을 갖고 있다면, 화끈하게 맞설 건 맞서고 또 쟁취할 건 쟁취하자는 의미에서 화통한 노조로 잡았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지난해 6월 23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미디어스)

주요 공약으로 중단 없는 방송법 투쟁과 ‘노조 상생 TF’(가칭) 운영, 휴식권 보장을 비롯한 근로여건 개선 등을 내세웠던데 이걸 뽑은 이유는?

“공약 가운데 ‘노조 상생 TF’는요, 저희가 KBS 노조라고 기업별 노조가 있죠. 지금까지는 대립하고 갈등하는 구조였다면 노노끼리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이슈들이 있습니다. 요즘 나오는 주 4일제 같은 경우는 보편적인 노동 이슈잖아요. 그런 것부터 당장의 지배구조 개선 문제도 지금 방법론은 서로 다르게 얘기하지만 같이 논의할 수 있는 거잖아요. 이런 것들을 한자리에서 얘기하다 보면 아무래도 노노 관계가 조금 더 부드러워질 수도 있고, 새로운 노노 관계가 만들어지면 노사관계의 재정립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약 중 가장 지키고 싶은 것은?

“여러 가지 공약을 제시했지만 특히 소통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현장 간담회의 활성화 그리고 디지털 게시판 같은 걸 통해서 즉각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조합원들이 일한 부분에 대해 정당하게 평가받고 대우받을 수 있는 시스템들을 마련해 내고 싶고요. 또 대선으로 정치 지형이 크게 흔들릴 여지도 있지만 저희 집행부 임기가 사장, 이사 선임과 겹치지는 않아요. 이런 때일수록 오히려 KBS의 지배구조에 있어서 국민참여 보장을 요구하는, KBS본부의 주장이 담긴 방송법 개정 투쟁도 적극적으로 하고자 합니다.”

지금 방송법 개정은 물 건너간 상황 아닌가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고요. 아시다시피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혁 특별위원회가 올해 5월까지 연장된 상태입니다. 저희는 그 5개월이란 기간이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물론 대선이라는 큰 정치적 변수가 어떻게 작용할지 모르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그동안 요구해 왔던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 그리고 편성 자율권의 법제화 등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투쟁의 강도를 높여갈 생각입니다. 5개월 동안 저희가 중단 없이 투쟁해나간다면 소기의 성과도 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KBS 사옥 (사진=KBS)

2년 임기 동안 본부노조를 어떻게 이끌 계획이신가요?

“142일 파업 이후 현업에 복귀할 때 ‘우리는 아직 길 위에 있습니다’라는 슬로건이 있었거든요. 저는 지금도 아직 길 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대 엄경철 위원장 시절부터 4대 성재호 위원장 집행부까지 방송 독립을 위한 투쟁의 길 위에 있었다면, 5대 6대 그리고 지금 제가 하는 7대에 이르기까지는 조합 외형이 확대되면서 시대적으로 주어진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또 7대로 노동조합이 끝이 아니고 계속 이어질 것 아닙니까. 저에게 주어진 2년 동안 모두 다 바꿀 수는 없겠지만 선배들이 걸어왔던 길에 누가 되지 않고, 또 우리 뒤를 이어갈 후배 그룹에도 미안하지 않은 그런 훌륭한 연결고리가 된다면 자부할 만하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길 위에 있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마중물이 돼서 후대에서 또 새로운 것들을 완성해 나갈 수 있는 부분이니까, 저희는 서두르지 않고 욕심내지 않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천천히 하나하나 해결해 나갈 생각입니다.”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실 건지요?

“KBS 노동자들이 노동의 가치만큼 정당한 처우와 대우를 받는 것, 그리고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성과와 보상 체계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우리 안에서 성과 보상에 대한 배분 문제가 비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그 안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나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싶고, 또 외부적으로는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 투쟁이 소기의 성과를 이뤄낼 수 있도록 그 부분에도 공을 들이고 싶습니다.”

노조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우리는 여전히 길 위에 있습니다. 7대 집행부가 주어진 2년 안에 모든 과제를 완성할 수는 없겠지만, 조합원들의 처우 개선 그리고 성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쓸 것입니다. 또 공영방송으로서 지켜야 할 가치들이 올곧게 바로 설 수 있도록 공영방송 독립을 위한 투쟁도 중단 없이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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