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가 3일 전북 현대와 성남 일화의 공식 개막전을 시작으로 10개월 간의 대장정에 돌입했습니다. 다소 풀린 날씨 속에 치러진 개막전은 약 2만 1천여 명의 관중이 들어차 뜨거운 열기 속에 치러졌습니다. 이에 보답하듯 선수들은 그야말로 불꽃 튀는 대접전을 펼쳤고, 마치 결승전같은 분위기를 연출해냈습니다. 스플릿 시스템 도입으로 첫 경기부터 모든 경기가 중요해진 만큼 선수들은 사력을 다했고,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사실 이 경기는 우승후보 대결이었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관심을 모았습니다. 닥치고 공격이라는 이른바 '닥공 축구'로 지난해 K리그를 평정했던 전북 현대와 지난해 FA컵 우승으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올해 신나는 축구, 이른바 '신공 축구'로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성남 일화의 대결은 불꽃 튀는 대접전을 기대케 했고, 이는 실제 경기에서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한쪽이 도망가면 다른 한쪽이 따라붙어 물고 물리는 접전이 펼쳐졌고, 후반 막판에 가서야 승부가 엇갈렸습니다.

대단했던 이동국의 2골, K리그 새 역사를 쓰다

▲ 2012 K리그 개막 첫 골 장면. 황보원의 패스를 받아 왼발 로빙슛으로 상대 골키퍼 키를 넘기고 골을 성공시키고 있는 이동국 (사진: 김지한)
이날 경기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선수는 단연 '라이언킹' 이동국(전북 현대)이었습니다. 최근 국가대표 A매치 2경기 연속 결승골을 뽑아넣으며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냈던 라이언킹은 이날 2골을 뽑아내며 역대 K리그 통산 최다 골(117골) 기록을 세웠습니다. 전반 13분 만에 왼발 로빙슛으로 가볍게 개막 축포를 쏘아올린 이동국은 5분 뒤인 전반 18분, 황보원의 패스를 받아 수비수 1명을 따돌리고는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며 새 기록을 작성했습니다.

이동국이 세운 기록에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환호성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이동국은 새 기록을 세운 직후, K리그 우승 패치에 입맞춤을 하는 세레모니를 펼치며 전북 서포터들 앞에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경기 후 이동국은 "우승팀만 다른 패치를 달 수 있다. 우리가 우승팀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세레모니의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 이동국의 통산 최다 골 기록에 전주월드컵경기장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물러서지 않은 성남, 엄청났던 양 팀 신경전

이동국의 골로 들뜬 전주월드컵경기장이었지만 성남 일화의 '신공 축구'는 전북의 닥공 만큼이나 대단했습니다. 이동국이 2골을 넣자 성남은 결코 물러서지 않고 공격적인 전형으로 전북 문전을 노렸습니다. 그리고 전반, 후반에 에벨톤이 연달아 2골을 몰아넣으며 승부를 2-2 원점으로 돌려놓았습니다. 한때 전북의 공격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을 정도로 성남의 경기 전술 운영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경기가 예측불허 상황에 들어가면서 양팀의 신경전 또한 대단했습니다.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플레이가 잇따라 펼쳐졌고, 선수들 간의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과열 양상까지 보였습니다. 전반이 끝난 직후에는 전북 에닝요가 성남 샤샤를 향해 '이해할 수 없다'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으며, 후반 중반에는 전북 주장 조성환과 성남 공격수 에벨찡요 사이에 격한 신경전이 펼쳐져 양 팀 선수들과 주심이 말리는 사태까지 가기도 했습니다.

▲ 성남의 2골을 책임진 에벨톤 (사진: 김지한)
승부의 마침표를 찍은 에닝요, '에닝요 존'을 각인시키다

결국 치열한 접전에 마침표를 찍은 선수는 전북의 프리킥 스페셜리스트 에닝요였습니다. 에닝요는 후반 37분, 아크 왼쪽 대각선 지점에서 얻은 프리킥을 감각적인 오른발 프리킥으로 오른쪽 골문 구석에 꽂아 넣으며 결승골을 성공시켰습니다. 그야말로 '에닝요 존(zone)'에서 골을 깔끔하게 성공시켰고, 이것으로 승부는 전북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전주월드컵경기장 분위기는 더욱 뜨거워졌습니다.

그렇다고 성남 일화의 기회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만회골을 넣기 위해 계속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하지만 골운이 따르지 않았습니다. 후반 45분, 패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에벨톤이 찬 볼이 골대 상단을 맞추며 동점골 기회를 무산시켰습니다. 결국 치열한 90분 접전의 승자는 전북이었고, 지난해에 이어 23경기 연속 무패(15승 8무)를 이어가며 기분 좋은 팀 기록을 또 하나 세웠습니다. 성남은 원정에서 잘 싸우고도 첫 승 기회를 다음 홈경기로 미뤄야 했습니다.

▲ 감각적인 오른발 프리킥으로 정확하게 오른쪽 골문 구석을 꽂아넣은 에닝요. 평소 좋아하는 지역에서 프리킥을 찼고, 이는 그대로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걸그룹 포미닛 축하 공연, 눈 떼지 못한 팬들 그리고 선수들

치열한 명승부에서 많은 팬들을, 심지어 선수까지 흐뭇하게(?) 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경기 중간, 하프타임에 인기 걸그룹 포미닛이 축하공연을 위해 경기장을 찾아 남성팬들을 흥분하게 만든 것이었습니다. 포미닛은 자신들의 노래 2곡을 부르고, 홈팀인 전북 현대의 승리를 기원하며 전북 서포터들의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포미닛이 공연하는 중간에 한쪽에서 몸을 풀던 전북 현대 교체 대기 선수들 역시 포미닛의 춤 솜씨에 매료된 듯 한동안 시선을 떼지 못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볼거리 풍성, 이야깃거리 최고...많은 것을 기대하게 만든 개막전

전체적으로 볼거리가 풍성하고, 무엇보다 내용 있는 축구로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전북 현대와 성남 일화였습니다. K리그의 올 시즌 모토 '열정 놀이터 352'에 맞게 양 팀 선수들의 열정은 정말 대단했고, 팬들의 보낸 열정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닥공과 신공, 두 공격 축구의 맞대결은 소문난 잔치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고,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승강제 전 단계인 스플릿 시스템 도입으로 더욱 박 터지면서 흥미진진한 매치들이 줄을 이을 것으로 기대되는 2012 K리그. 그런 의미에서 처음부터 많은 것을 기대하게 만들고, 흥행 대박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던 전북 현대-성남 일화 개막전 현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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