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매번 충격적 반전을 이끌어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보다 강한 요소가 등장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런 전개는 어려우니 말이다. 김이설의 정체라며 재희에게 보낸 사진 한 장은 그를 흔들었다. 때마침 미술관을 찾은 남편 준혁이 작업 중이던 이설과 마주하며 그 불안은 더욱 확대되었다.

준혁을 외면하고 작업하다 오히려 계단에서 떨어지게 된 이설과 그런 그를 안전하게 붙잡은 준혁. 마침 그곳에 도착한 재희가 이 모든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준혁의 그 뻔뻔함을 넘어선 행동에 재희의 마음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자신에게 아내는 재희만 존재하지만 다른 여자를 탐하는 것은 그저 일회용 소비라 언급했던 준혁의 행동이 유쾌하게 다가올 수는 없다. 욕망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는 듯한 준혁이 반복해 이설을 언급하는 행위 자체가 불쾌하다. 식사 자리에 동석을 시키는 이유가 동민 때문이라는 말에 재희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질 수 있었다. 동민이 이설을 좋아하고 그렇게 자리를 마련해주고 싶다는 의중이 반가움으로 다가왔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 준혁 아버지인 정필성은 양 사장을 통해 2014년 6월 별장에 온 여자들의 임신 소식을 수소문했다. 현장에 온 업소 여자들은 모두 누구와 짝이었는지 확인되었지만 준혁의 짝은 업소가 아닌 따로 온 여성이라는 것만 알려져 있었다.

업소에서 온 이들 중 임신한 이는 없다. 그렇게 용섭의 집까지 찾아가 압박하지만 쉽게 나올 대답도 아니다. 정필성은 준혁의 자식이 분명 존재한다고 확신했고, 그래서 어딘가로 입양된 아이를 찾아야 했다. 손자가 친자가 아니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JTBC 수목드라마 <공작도시>

성진그룹에서 가장 미묘한 위치에 있는 막내딸 은정은 은숙과 필성 사이에 태어난 아이다. 회사일에도 관심 없고 작가가 되고자 열심인 그는 파벌에 엮이지 않은 중립적 존재다. 그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모두를 좋아할 뿐이다. 그런 그가 형산동 철거 7주년 참배에 이설 할머니로 추정되는 나순옥 앞에 선 이유는 뭘까?

우연일 수도 있지만 의도적인 장치라면 그동안 거의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았던 은정이 중요하게 등장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된다.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알 수 없는 준일마저도 막내 동생인 은정의 부탁이라면 준혁과도 만나겠다고 할 정도다.

준혁은 식사자리에서 이설 다리를 건들며 추파를 던지고 있었다. 재희와 동민이 함께하는 자리에서 보인 준혁의 행태는 웬만한 자극은 이제 무의미해진 존재임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이설에게 뭔가 결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줬다.

식사자리에서 준혁이 형산동 철거 사건에 사과할 방법을 찾다 토크 콘서트가 등장했다. 그리고 전시회인 '공작도시'와 연계하자는 발상까지 확대되었다. 이런 이야기들이 오가는 상황에서 재희의 표정이 묘하게 변해가는 모습은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설은 재희의 표정 변화에 주목했고 사과와 설명 사이에 모호해진 이들 관계는 이해하고 싶다는 말로 정의되었다. 재희가 그런 태도 변화를 보인 것은 이설의 과거 사진 때문이었다. 술집 여자가 감히 자신을 속였다는 생각에 분개했었기 때문이다.

JTBC 수목드라마 <공작도시>

스무 살 이설의 삶을 묻는 재희는 너무 고약한 호기심이라며 자신의 행동을 탓했다. 그렇게 이설의 뒤를 쫓아 그의 집에서 마주한 이 둘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재희는 자신이 받은 사진을 출력해 이설에 보여줬고, 그는 자신이 임신하고 아이를 낳아 입양 보낸 돈으로 학업을 이어갔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그 상대가 준혁이라 말할 수 없었지만 스무 살 이설의 삶은 지독할 수밖에 없었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할머니와 살던 이설. 형산동 철거 사태로 인해 집도 할머니도 잃기 직전 그녀는 가장이 되어 돈을 벌어야 했다. 이제 막 대학생이 된 그는 그렇게 술집에 나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영주를 만났다.

이후 할머니의 죽음과 철거, 그리고 임신 후 출산과 영주의 죽음까지 일련의 사건들 속에 준혁이 있었고, 그의 아버지 필성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움직인 한숙이 존재한다. 이설이 노리는 복수의 대상은 바로 이들이다.

술에 취해 몸도 가눌 수 없는 자신을 범하고 아이까지 임신하게 했던 존재인 준혁은 자신이 누구인지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 남자를 이설이 좋아할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이설이 준혁의 행동에 장단을 맞추는 것은 복수를 위함일 뿐이다.

재희는 이설이 돈을 받고 입양 보낸 아이가 자신이 키우는 현우란 사실을 상상도 못 했다. 다만 그런 아픔을 가진 이설에게 공감할 수 있었다. 현우가 엄마 보여준다며 도미노를 쌓고 무너트리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짓는 재희, 집으로 돌아와 잠든 아들을 보며 누군지 모를 친모에게 감사함을 전하는 모습은 그래서 더욱 안타깝게 다가왔다.

JTBC 수목드라마 <공작도시>

재희가 돌아간 후 배웅했던 이설이 집을 비우자 그곳에 들어온 누군가 있었다. 이는 제보자 Siren이라는 의미다. 어지럽혀진 집안에 영주와 찍었던 사진과 함께 술에 취한 모습이 찍힌 사진에는 칼이 꽂혀 있었다. 이는 경고다. 누가 이런 경고를 한 것일까?

분명 이 모든 것들을 알고 있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이설이 가지고 있는 사진 액자를 깨고, 술에 취한 모습이 찍힌 사진에 칼을 꽂은 것은 이와 관련해 분노를 가진 인물이라는 의미다. 일종의 배신 말이다. 이는 영주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설이 자신을 배신하고 재희를 사랑한다고 착각한 영주의 분노일까? 아니면 영주를 좋아했던 누군가일까?

이 상황에서 이설은 준혁에게 연락을 했다. 만남을 청하는 과정 속에 다짐도 함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용섭과 통화에서 분명한 힌트가 주어졌다. 자신과 재희를 지킬 방법을 찾는단 말은 중요하다. 자꾸 재희가 마음에 들어오는 상황에서 이설은 자연스럽게 그 역시 성진그룹에서 구해내고 싶다는 확신을 가졌는지 모른다.

준일 역시 많은 것들을 숨기고 있다. 아내인 주연이 노골적으로 분노하고, 조강현이 머리를 하고 있는 준혁을 찾아 국토부 장관 수사를 통해 누가 이득을 보냐고 묻는 장면도 의미심장하다. 한숙이 건재한 상황에 준일을 돕지 준혁을 도울 일은 없기 때문이다.

한숙은 준혁이 대선에 나가게 되며 얻어지는 부차적인 결과물에 집중하고 있다. 재희에게는 대선 자금으로 쓰기 위해 형산동에 여전히 막힌 채 남아있는 재개발 부지를 개발해야 한다 주장하지만, 그 비용으로 준일을 회장에 옹립할 자금으로 사용할 생각 외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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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숙의 이런 생각을 간파하지 못한 재희는 시어머니와 많이 친해졌다 생각하고 있다. 여러 일들을 처리하며 한숙을 존경하는 마음도 조금은 가지기도 했다. 닥치는 위험을 피하고 처리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은데 그런 일들을 하며 사는 한숙에 대한 존경 말이다.

공연장에서 만나자는 이설의 말에 장막 뒤에서 흐뭇하게 기다리던 준혁은 한숙의 속내를 엿듣게 되었다. 유부남을 꾀어 아들을 낳은 준혁 엄마에 대한 조롱을 직접 들어야 했다. 한숙은 장막 뒤에 준혁이 있을 것이라 상상도 못 했으니 말이다.

전화벨 소리를 따라 장막까지 다다른 이설을 낚아채듯 벽에 붙이고 키스를 하려는 준혁과 이를 거부하는 이설. 재희를 언급하며 유부남인 준혁을 이야기하자 자신은 평생 한 번도 내 인생을 산 적이 없다고 했다.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일 뿐이라고 말이다.

준혁의 말은 사실이다. 재희와 결혼 역시 한숙이 결정한 것이지 준혁이 선택한 것이 아니다. 그렇게 한숙이 필요에 의해 검사에서 앵커로 자리를 옮기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준혁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그렇게 장기판 말이 되어 움직이며 숱한 여자들과 잠자리하는 것으로 자신의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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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희가 아이 엄마로서 자신의 아내로서 훌륭하지만 내 심장을 뛰게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런 준혁의 속내를 장막 뒤에서 듣고 있는 재희와 이혼할 수 있냐는 이설의 대범한 제안은 또 다른 변수를 만들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설은 재희를 구하기 위해 이혼하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재희 입장에서는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욕망덩어리란 생각이 들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이런 균열은 결국 그동안 쌓아 놓은 신뢰가 무너지는 이유로 작동할 수도 있다.

재희 부탁을 받고 조사에 나선 정호는 영주 유품과 이설의 대학시절 사진 속 공통점을 찾게 되었다. 영주의 유품에 남겨진 반지가 사진 속 환하게 웃고 있는 이설의 반지와 같았다. 커플링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을 발견한 정호는 둘이 함께 살았던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예고편에서 이설을 만나 영주 유품을 건네며 그의 죽음에 재희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하는 부분은 흥미롭다.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들 속에 미지의 존재가 등장했고, 침묵하던 준일과 은정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욕망이 꿈틀거리는 그들의 도시에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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