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탁종열 칼럼] 조선일보 기사 모니터를 하는 중에 매우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환경단체가 보개방의 효과를 알리려고 멸종위기종 포획 금지 관련 법을 어겨가며 홍보했다'는 기사입니다. 기사를 읽다가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강에 들고 들어간 족대에 민물고기들은 속수무책으로 걸려들었다“

"포획된 '꾸구리'는 수조에 담기거나, 맨몸 그대로 사람들 손바닥 위를 옮겨 다니며 구경거리가 됐다"

기사를 보면 멸종위기종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서식지 보존에 대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4대강 사업이 강 생태계를 파괴한다'며 반대 운동을 펼친 그 어떤 환경운동가나 환경단체들도 물고기의 아픔을 사람과 동일하게 이해하는 수준으로까지는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속수무책으로', '맨몸 그대로', '구경거리가 됐다'

조선일보 6일자 보도 <멸종위기종 잡아 인증샷, 환경 해치는 환경단체>

조선일보는 환경단체의 모니터링 활동 목적을 "남한강 '꾸구리'를 확인하려고 '모니터링이란 명분'으로 사람들을 불러모았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환경단체를 '4대강 사업을 반대해 온 환경단체'라고 소개했는데요.

궁금해서 확인을 해봤습니다.

이번 모니터링을 한 단체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입니다. 그런데 이 단체는 2018년 8월 25일 창립총회를 했고 같은해 11월 26일 사회적협동조합 등기를 통해 설립을 완료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4대강 사업을 반대했을까요? 4대강 사업은 MB정권 시절에 진행됐는데 말이죠.

그리고, 이번 모니터링 활동의 목적은 조선일보 보도 내용과 전혀 다릅니다. 이 단체의 홈페이지와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번 모니터링 활동의 목적은 '위험에 빠진 생물들을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이 단체는 지난해 12월 21일 '[긴급모집] 여주 강천보 수문 개방 모니터링 및 생태계 보호활동 참여자 모집'을 공지했습니다.

정부가 10년 만에 강천보의 수문을 열고 여강(여주 남한강)의 수위를 낮추면서 여울과 모래톱이 드러났는데, 물길이 끊긴 웅덩이에 고립돼 위험에 처한 물고기와 조개, 재첩을 살리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한 겁니다. 더구나 이번 <물고기(조개, 재첩)를 살려라> 모니터링 활동은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사업입니다.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두 차례 걸쳐 대대적 포획 활동', '수십마리 잡아', '학생 국회의원 50여명 불러' 등 자극적인 표현을 쓰면서 이번 모니터링 활동의 불법성을 강조했습니다. 목적은 분명합니다. '생태계 복원을 위한 4대강 보 해체'를 주장하는 환경단체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거죠.

모두가 알다시피 조선일보는 온 국민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온갖 명분을 들어 적극 지지했습니다. 다양한 물고기, 식물의 서식지 파괴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다가 어렵게 다시 시작한 '생태계 복원'을 막기 위해 교묘하게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겁니다.

모든 언론이 온통 대통령선거에서 정치인들과 후보들의 말과 행동에만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언론을 감시하는 시민단체도 '정치 보도'에만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정치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요?

'삶'과 동떨어진 '정치'는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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