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친자 문제가 불거진 것은 그저 하나의 수단이 아닌 이후 벌어질 사건을 위한 과정이었다. 준혁의 친자로 확인된 이유 역시 정말 친자이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재희가 아닌 이설이었던 것뿐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는 이후 거대한 뇌관으로 자리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형산동 철거 참사 7주년이 돌아오며 준혁 동영상을 받은 재희는 분노했고, 이런 상황에서도 기지를 발휘해 문제의 동영상으로 자신을 협박한 유 교수를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잡아들였다. 검찰총장인 조강현을 협박해 받아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재희의 능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형산동 불법 철거 과정에서 사망자가 나왔다. 그중 이설의 할머니도 포함되어 있다. 모든 문제의 시작이자 끝은 7년 전 그 사건이다. 조강현만이 아니라 한숙이 이끄는 핵심 라인들 모두 당시 사건에 연루되어 성진그룹의 편에 선 자들이다.

정치와 언론, 경찰과 검찰 등 법조계 등 사회 주도 세력들이 성진그룹의 하수인이 되어 요구대로 사건을 무마하고 떡고물을 받아먹었다. 그런 자들이 이번에는 준혁 대통령 만들기에 나서게 되었다는 점은 몰락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예고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유 교수가 가진 정준혁 동영상은 재희를 농락하기 위한 용도로만 사용되었다. 윗선으로 보고되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유 교수는 중요한 이야기를 꺼냈다. 준혁이 민정수석에서 낙마한 이유를 아직도 모르고 있냐는 지적이었다.

준혁이 민정수석에서 낙마한 것은 동영상이 아니라 7년 전 일어났던 형산동 철거 참사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시 철거 담당자가 준혁의 아버지인 명성산업개발 정필성 대표였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 아들을 민정수석으로 앉히는 것은 정권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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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한숙이 과연 준혁이 낙마한 이유를 모르고 있었을까? 정말 모르고 있었다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고,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면 여전히 감추고 있는 것이 존재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재희가 동영상을 막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그 역시 무의미한 행동이 되고 말았다. 물론 유 교수를 통해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는 있었다.

한숙과 이 문제를 이야기하는 와중에 재희는 왜 정필성과 같은 인물과 결혼했냐고 묻는다. 집안 운전기사와 결혼한다는 말로 비난과 조롱을 받았고 죽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고 했다. 미혼모가 되자 자신에게 집적대며 희롱하는 자들까지 나온 상황에서 정필성이 자신을 구했다고 했다. 그래서 결혼했다는 한숙의 이 발언에도 모호함이 존재한다. 선명했던 한숙이라는 인물이 흐릿해져가고 있다는 의미다.

재희는 서둘러 준혁 의상 코디까지 해서 밖으로 나갔고, 집에서 나서자마자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민정수석 낙마와 관련해 아버지에 대한 언급에 당황한 준혁은 왜 말하지 않았냐 묻지만 몰라야 진짜 표정이 나온다는 말로 재희는 정리했다.

기자들과 대면을 끝내고 재희가 언급한 장소는 성진병원이었다. 그곳에 간 이유는 형산동 철거 참사 희생자가 입원해 있었기 때문이다. 일련의 행동들은 철저하게 준비된 과정이었다. 준혁을 노출시키며 형산동 참사와 분리시키려는 전략이었다.

재희의 이 전략에 한숙도 만족했다.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다.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서 한 번은 이 문제와 마주할 수밖에 없는 것은 분명하다. 민정수석이라는 1차 관문에서 흔들리자 재희는 발 빠르게 이 문제를 털고 갈 방안을 마련했고 해결했다. 한숙으로서는 재희의 능력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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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하게 준비된 보도 내용으로 여론을 호도하며 준혁에 대한 동정론과 함께 호감도를 높이며 민정수석 낙마 후 곧바로 대선 후보로 나서게 되는 효과를 만들었다. 단박에 대선 후보 중 하나로 언급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재희의 전략이 통했다는 의미였다.

재희는 준혁에게 동영상 문제에 그의 아버지 문제까지 언급하며 분노를 표했다. 조용하지만 강한 이 분노는 준혁을 당황시켰고,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까지 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동영상을 팔아넘긴 자를 본가까지 데려간 준혁은 아버지, 어머니 앞에서 성진그룹 VIP들을 관리하는 양 사장을 때렸다.

잘못한 용섭이 아닌 양 사장을 때린 준혁은 어린 시절 팽이를 가지고 놀다 어머니에게 혼난 이야기를 해줬다. 어린 나이에 맞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게 된 준혁은 보란 듯이 재현했다. 준혁은 한숙에게 자신을 꼭두각시로 만들지 말고 허락 구하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그런 준혁을 보면서 한숙은 언젠가 이런 날이 올까봐 준일을 회장 자리에 올리려 노력했다고 했다. 어차피 시간이 흐르며 힘은 이동하기 마련이고 이런 때를 대비해 자신의 친자인 준일을 안정된 자리에 올리고 싶었던 것이 한숙이었다.

이번 대선 역시 준혁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보다는 이를 빌미로 형산동의 남은 땅을 재개발시켜 얻은 이익으로 준일을 성진그룹 회장으로 옹립하려는 계획이다. 여전히 준혁은 한숙에게는 준일을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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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숙은 다시 두고 보겠다는 관망론을 펼쳤다. 견딘 보람이 있는지 보겠다는 한숙이 지칭하는 대상이 재희인지 다른 누구인지 모호하지만, 흐름 상 재희가 어떻게 할지 두고 보겠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거대한 산과 같았던 한숙에게 자신의 의지를 보인 준혁은 집에 돌아와 하지 않던 짓을 했다.

직접 음식을 만든 준혁은 재희에게 마사지를 해주며 자신에게 아내 이외의 여자는 그저 휴지나 다름없는 존재라고 했다. 그저 욕망을 표출하는 도구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준혁의 이야기는 자신은 앞으로도 바람을 피우겠지만 아내는 당신이니 알아서 행동하라는 변명보다 강력한 요구이기도 했다. 이런 자를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재희는 끔찍한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이설은 이 모든 판을 짜고 이끈 인물이었다. 사망한 노영주의 이름으로 문제의 동영상을 보낸 이도 이설이었다. 그리고 이설은 복수심으로 재희에게 접근했다. 죄를 지었으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분개한 대상은 준혁으로 보였다.

이설이 재희를 처음 본 곳은 호텔 커피숍이었고, 권민선과 함께 있었다. 검찰총장의 자리까지 올린 민선을 칭찬하는 재희와 갤러리 대표에 대한 욕망을 숨기지 않는 모습을 보고 있던 이설에게 재희 역시 복수의 대상 혹은 이를 위한 도구였다.

그런 재희가 영원히 내 편 해달라고 한다. 그 과정에서 이설이 접한 재희는 죽은 영주와 유사한 존재였다.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준 영주. 그런 영주의 모습이 재희에게서 보였다는 것은 이설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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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희에게 이혼할 수 없냐는 이설의 질문은 준혁을 빼앗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파괴할 대상과 떨어져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준혁이 무너지면 당연히 재희도 파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설이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조강현은 재희에게 문건을 받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노영주 수술 확인서와 사산증명서가 동봉된 내용에 조강현이 기겁하는 것은 당연했다. 한숙의 지시대로 국토부 장관 수사를 압박하기 위해 재희가 보낸 것들이다. 여전히 거리를 두며 지시를 거부하는 조강현에게 더는 거부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이런 상황에 조강현이 양 사장에게 AS를 요청하며 아이가 생존했다는 말을 남겼다. 조강현의 아이라고 언급되었지만 그는 조강현이 아닌 준혁의 아이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시회 문구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직접 처리를 위해 사다리에 오른 이설의 배에 선명한 제왕절개 자국은 출산의 흔적이었다.

노영주 이름으로 발급된 그 문건의 실제 주인공은 바로 이설이었다는 의미가 된다. 그리고 그 아이가 바로 준혁의 아들인 현우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7년 전 임신하고 낳은 아이가 정호를 통해 재희에게 전달되었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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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재희는 Siren이란 이름으로 이설의 실체를 고발한다는 사진을 받았다. 그 사진에는 7년 전 별장에서 이설과 준혁이 엘리베이터에 탄 모습이었다. 호스티스의 모습으로 준혁과 함께 있는 사진은 이설이 현우의 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한숙이 친자 확인을 조작한 것이 아니란 의미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한숙이 알고 있다는 전제여야 한다. 정필성은 친손자가 아니라 확신하며 손절했지만 사실은 준혁의 친자식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한숙의 복수는 의외로 잔인하게 다가온다.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한숙이 개입되었다면 재희를 용서한 것도 이해된다. 준혁의 아들이 명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재희를 벌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재희와 이설이 함께 있는 장면까지 등장하며 긴장감을 극대화시킨 <공작도시>에선 누구도 믿을 수 없다.

반전을 꾀하며 이야기를 증폭시키는 방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그들의 관계 속에서 복수심 하나로 달려온 이설이 재희를 특별하게 생각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 재희는 이설의 과거 한 끝을 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변수를 만들고 변곡점을 이끈 <공작도시>는 그래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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