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선을 두 달 앞두고 벌어진 초유의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해체 사태로 주요 보수언론마저 윤석열 후보의 자질을 의심하고 있다. 최근 지지율 하락세의 원인은 윤 후보 본인이라는 지적이 중론이다.
6일 조선일보는 사설 <중요한 것은 선대위가 아니라 윤석열 후보 자신이다>에서 "윤 후보 지지율 하락은 근본적으로 선대위 운영의 잘못 때문이 아니다. 후보 본인의 리더십 부족과 겸손하지 못한 태도에서 비롯됐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윤 후보가 배우자 김건희 씨 허위경력 논란 당시 12일 만에 공식 사과에 나선 것을 대표적 사례로 들며 "공정과 상식의 가치를 내걸고 문재인 정부의 위선에 맞섰던 검찰총장 윤석열의 모습이 아니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윤 후보의 잇단 말실수, 가족 논란, 이준석 당대표와의 갈등, 정책·공약 부재 등을 지적하며 "국민들은 인내의 한계에 달했다. 과연 윤 후보에게 나라를 맡겨도 될지 의구심은 커졌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이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것은 많은 지식이나 현란한 말솜씨가 아니다"라며 "위선 아닌 공정, 인치 아닌 법치, 편 가르기 아닌 통합, 몰상식 아닌 상식의 회복으로 이끌고 갈 리더십"이라고 썼다.
그동안 조선일보는 윤 후보의 연이은 막말과 김건희 씨 의혹에 대해 말을 아껴왔다. 윤 후보가 부정식품과 페미니즘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을 때 조선일보는 동정보도 기사 말미에 윤 후보 해명을 짧게 싣는 방식을 택했다. 윤 후보가 지난해 12월 호남을 방문해 "빈곤하면 자유를 모르고 필요성도 못 느낀다"고 극빈층 비하 발언을 했을 때 조선일보는 또 동정기사 말미에 윤 후보 해명을 실었다.
김건희 씨 허위경력 의혹은 지난해 8월부터 불거졌지만 조선일보는 지난해 12월 YTN 보도로 논란이 확산되기 전까지 기사<윤석열 가족 의혹에 반부패강력수사부 투입>(11월 10일)을 관련 기사로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윤석열 후보가 '단순 오기'라고 말한 것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고발된 사건"이라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김건희 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에 대해 "1년 6개월 넘게 수사 중이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못 내놓고 있다"면서 "검찰이 대선 국면까지 수사를 끌고 갈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검사장 출신 변호사 발언을 덧붙였다.
6일 동아일보는 사설 <한 달 만에 공중분해된 윤석열 선대위…달리 누굴 탓하랴>에서 "윤 후보는 '깊이 반성하고 확실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지만 그간 보여 온 리더십이나 말실수 시리즈를 볼 때 미덥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고 썼다. 동아일보는 윤 후보에 대해 ▲특수부 검사의 폐쇄적 엘리트 의식 ▲피의자를 다루는 듯한 거친 용어사용 남발 ▲2030세대에게 심어준 '꼰대' 이미지 ▲부인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흥분 등을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최근 윤 후보 이미지는 정치에 대한 미숙함에 국정을 맡겨도 되나 하는 불안함까지 겹친 상황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 배제, 선대위 해산 자체가 위기의 근본 해법이 될 수는 없다"면서 "이번 조치가 위기 탈출의 계기가 될지, 패착의 수렁으로 빠지는 길이 될지는 윤 후보 자신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사설 <선대위 해산 윤석열, 확실히 달라진 모습 보여라>에서 "지금의 시점에서 냉정하게 보면 윤 후보는 국가 최고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에 걸맞는 정치 리더십 수준에 도달했는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며 "'시대 지체'란 말을 들을 정도로 민심에 둔감한 모습을 보였고, 여론이 나빠진 후에야 움직이곤 했다"고 썼다. 이어 중앙일보는 ▲'1인 1실언' 정치적 언어 구사력 ▲실력보다 충성을 중시하는 듯한 인사 스타일 등을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홀로서기 나선 윤석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라>에서 윤 후보 쇄신안의 내용을 측근위주 선거조직 재편과 청년층 표심잡기로 요약하며 "하지만 변화의 내용이 빠진 홀로서기다. 이 같은 행보로 지지자 마음을 얼마나 되돌릴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한국일보는 "'변화된 윤석열을 보여주겠다'면서도 '시간을 달라'고 했을 뿐 무엇으로 변화의 내용을 채울 것인지에 대해선 딱히 답이 없었다"며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는 방향 설정 없이 정권교체의 당위성만 주장해서는 유권자를 설득할 수 없다. 진짜 실력을 발휘할 시간"이라고 썼다.
한겨레는 사설 <윤석열 자신이 바뀌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에서 "윤 후보의 하락세가 멈출지는 의문"이라며 "가장 큰 원인은 김 전 위원장과의 엇박자나 측근 세력의 호가호위에 대한 반감보다는, 잦은 실언과 오만한 태도, 국정 이슈에 대한 준비 부족 등 '대통령 후보 윤석열'이 보여준 자질과 능력에 대한 의구심에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한겨레는 달라지겠다는 윤 후보 발언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한겨레는 "'전두환 미화' 발언과 '개 사과' 파동, 아내 김건희 씨 허위이력 문제가 터져나왔을 때도 윤 후보는 책임을 인정하고 자세를 낮췄지만, 실제로 바뀐 건 거의 없었다"며 "오히려 이후로도 토론을 요구하는 이재명 후보에게 '같잖다' '확정적 범죄자'라고 막말을 하고, 공수처를 향해 '미친 사람들'이라 폭언을 쏟아내는 등 거친 언행을 이어갔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김종인과 결별하고 새 출발 선언한 윤석열, 리더십 입증해야>에서 "국민의힘 선대위 난맥상은 윤 후보에게서 비롯된 일"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국가적인 난제가 산적한데 엉뚱한 해법과 신중하지 못한 언급으로 시민들을 실망시켰다"며 "20·30대가 윤 후보로부터 등을 돌린 결정적 이유는 최저임금제 폐지를 비롯한 ‘주 120시간 노동’ 등 노동의 현실과 청년의 고단한 삶을 전혀 모르는 실언을 반복한 결과"라고 썼다.
한편 5일 국민의힘은 청년을 중심으로 선거조직을 개편하겠다는 윤 후보 발표 반나절 만에 청년들의 질타를 받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날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청년간담회에서 참석이 예정됐던 윤 후보는 '스피커폰'으로 참석해 청년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 간담회에서 당 사무총장직 사의를 표명한 권성동 의원이 여전히 사무총장으로 등장해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 논란이 재점화됐다. 박성중 국민소통본부장은 '민주당·이준석계 청년이 행사를 방해했다'는 취지로 해명해 청년들의 공분을 키웠다. 결국 윤 후보가 직접 사과에 나섰고, 이준석 대표는 "진짜 환멸을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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