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선을 두 달 앞두고 벌어진 초유의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해체 사태로 주요 보수언론마저 윤석열 후보의 자질을 의심하고 있다. 최근 지지율 하락세의 원인은 윤 후보 본인이라는 지적이 중론이다.

6일 조선일보는 사설 <중요한 것은 선대위가 아니라 윤석열 후보 자신이다>에서 "윤 후보 지지율 하락은 근본적으로 선대위 운영의 잘못 때문이 아니다. 후보 본인의 리더십 부족과 겸손하지 못한 태도에서 비롯됐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윤 후보가 배우자 김건희 씨 허위경력 논란 당시 12일 만에 공식 사과에 나선 것을 대표적 사례로 들며 "공정과 상식의 가치를 내걸고 문재인 정부의 위선에 맞섰던 검찰총장 윤석열의 모습이 아니었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산 및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사과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선거대책본부)

조선일보는 윤 후보의 잇단 말실수, 가족 논란, 이준석 당대표와의 갈등, 정책·공약 부재 등을 지적하며 "국민들은 인내의 한계에 달했다. 과연 윤 후보에게 나라를 맡겨도 될지 의구심은 커졌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이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것은 많은 지식이나 현란한 말솜씨가 아니다"라며 "위선 아닌 공정, 인치 아닌 법치, 편 가르기 아닌 통합, 몰상식 아닌 상식의 회복으로 이끌고 갈 리더십"이라고 썼다.

그동안 조선일보는 윤 후보의 연이은 막말과 김건희 씨 의혹에 대해 말을 아껴왔다. 윤 후보가 부정식품과 페미니즘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을 때 조선일보는 동정보도 기사 말미에 윤 후보 해명을 짧게 싣는 방식을 택했다. 윤 후보가 지난해 12월 호남을 방문해 "빈곤하면 자유를 모르고 필요성도 못 느낀다"고 극빈층 비하 발언을 했을 때 조선일보는 또 동정기사 말미에 윤 후보 해명을 실었다.

김건희 씨 허위경력 의혹은 지난해 8월부터 불거졌지만 조선일보는 지난해 12월 YTN 보도로 논란이 확산되기 전까지 기사<윤석열 가족 의혹에 반부패강력수사부 투입>(11월 10일)을 관련 기사로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윤석열 후보가 '단순 오기'라고 말한 것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고발된 사건"이라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김건희 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에 대해 "1년 6개월 넘게 수사 중이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못 내놓고 있다"면서 "검찰이 대선 국면까지 수사를 끌고 갈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검사장 출신 변호사 발언을 덧붙였다.

조선일보 1월 6일 사설 <중요한 것은 선대위가 아니라 윤석열 후보 자신이다>

6일 동아일보는 사설 <한 달 만에 공중분해된 윤석열 선대위…달리 누굴 탓하랴>에서 "윤 후보는 '깊이 반성하고 확실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지만 그간 보여 온 리더십이나 말실수 시리즈를 볼 때 미덥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고 썼다. 동아일보는 윤 후보에 대해 ▲특수부 검사의 폐쇄적 엘리트 의식 ▲피의자를 다루는 듯한 거친 용어사용 남발 ▲2030세대에게 심어준 '꼰대' 이미지 ▲부인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흥분 등을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최근 윤 후보 이미지는 정치에 대한 미숙함에 국정을 맡겨도 되나 하는 불안함까지 겹친 상황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 배제, 선대위 해산 자체가 위기의 근본 해법이 될 수는 없다"면서 "이번 조치가 위기 탈출의 계기가 될지, 패착의 수렁으로 빠지는 길이 될지는 윤 후보 자신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사설 <선대위 해산 윤석열, 확실히 달라진 모습 보여라>에서 "지금의 시점에서 냉정하게 보면 윤 후보는 국가 최고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에 걸맞는 정치 리더십 수준에 도달했는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며 "'시대 지체'란 말을 들을 정도로 민심에 둔감한 모습을 보였고, 여론이 나빠진 후에야 움직이곤 했다"고 썼다. 이어 중앙일보는 ▲'1인 1실언' 정치적 언어 구사력 ▲실력보다 충성을 중시하는 듯한 인사 스타일 등을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홀로서기 나선 윤석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라>에서 윤 후보 쇄신안의 내용을 측근위주 선거조직 재편과 청년층 표심잡기로 요약하며 "하지만 변화의 내용이 빠진 홀로서기다. 이 같은 행보로 지지자 마음을 얼마나 되돌릴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한국일보는 "'변화된 윤석열을 보여주겠다'면서도 '시간을 달라'고 했을 뿐 무엇으로 변화의 내용을 채울 것인지에 대해선 딱히 답이 없었다"며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는 방향 설정 없이 정권교체의 당위성만 주장해서는 유권자를 설득할 수 없다. 진짜 실력을 발휘할 시간"이라고 썼다.

한겨레는 사설 <윤석열 자신이 바뀌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에서 "윤 후보의 하락세가 멈출지는 의문"이라며 "가장 큰 원인은 김 전 위원장과의 엇박자나 측근 세력의 호가호위에 대한 반감보다는, 잦은 실언과 오만한 태도, 국정 이슈에 대한 준비 부족 등 '대통령 후보 윤석열'이 보여준 자질과 능력에 대한 의구심에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한겨레는 달라지겠다는 윤 후보 발언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한겨레는 "'전두환 미화' 발언과 '개 사과' 파동, 아내 김건희 씨 허위이력 문제가 터져나왔을 때도 윤 후보는 책임을 인정하고 자세를 낮췄지만, 실제로 바뀐 건 거의 없었다"며 "오히려 이후로도 토론을 요구하는 이재명 후보에게 '같잖다' '확정적 범죄자'라고 막말을 하고, 공수처를 향해 '미친 사람들'이라 폭언을 쏟아내는 등 거친 언행을 이어갔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김종인과 결별하고 새 출발 선언한 윤석열, 리더십 입증해야>에서 "국민의힘 선대위 난맥상은 윤 후보에게서 비롯된 일"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국가적인 난제가 산적한데 엉뚱한 해법과 신중하지 못한 언급으로 시민들을 실망시켰다"며 "20·30대가 윤 후보로부터 등을 돌린 결정적 이유는 최저임금제 폐지를 비롯한 ‘주 120시간 노동’ 등 노동의 현실과 청년의 고단한 삶을 전혀 모르는 실언을 반복한 결과"라고 썼다.

국민의힘 국민소통본부는 5일 온라인 화상으로 '전국청년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한편 5일 국민의힘은 청년을 중심으로 선거조직을 개편하겠다는 윤 후보 발표 반나절 만에 청년들의 질타를 받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날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청년간담회에서 참석이 예정됐던 윤 후보는 '스피커폰'으로 참석해 청년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 간담회에서 당 사무총장직 사의를 표명한 권성동 의원이 여전히 사무총장으로 등장해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 논란이 재점화됐다. 박성중 국민소통본부장은 '민주당·이준석계 청년이 행사를 방해했다'는 취지로 해명해 청년들의 공분을 키웠다. 결국 윤 후보가 직접 사과에 나섰고, 이준석 대표는 "진짜 환멸을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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