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웅이와 지웅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날 친구가 됐다. 두 사람 모두 친구가 없다는 점에서 평생의 친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획대로 사는 지웅에게 연수는 계획하지 않은 삶 속에 갑작스럽게 등장한 존재였다. 물론 그런 감정은 지웅의 개인적인 감정일 뿐이다. 연수는 오랜 친구 웅이의 여자친구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친구의 여자를 사랑하는 짓은 하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노력했지만 그 역시 자신의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연수 때문에 원하지 않았던 다큐 촬영도 진행했지만 할수록 연수의 시선은 웅이를 향하고 있다. 자신의 짝사랑은 그저 여전히 유효할 뿐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는 느낌이다. 갑작스럽게 온 어머니로 인해 집을 나온 지웅이 간 웅이 작업실에는 두 사람이 함께 있었다.

그저 아무 일 없다는 듯 티격대며 싸우다 어찌어찌 합의했겠지라고 말했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둘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든 회복되고 있음을 안다. 다큐멘터리 피디로 이런 흐름조차 읽지 못했다면 그는 과도하게 연수에게 빠져있다고 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SBS 월화드라마 <그해 우리는>

9회 지웅의 기억을 통해 연수의 이야기를 풀어내더니 10회에서는 엔제이를 통해 웅이의 기억을 이야기했다. 최고 아이돌 스타인 엔제이의 빈틈을 채워주고 있는 인물인 웅이를 처음 만난 사연은 아름다운 동화 같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건물 산 것을 두고 악플이 쏟아지는 상황에 건물 그림을 그리는 고오 작가 전시회가 알고리즘으로 추천됐다. 우연처럼 그곳을 찾은 엔제이가 우는 모습을 보고 휴지를 건넨 것이 이들이 만나게 된 순간이었다.

엉뚱하고 엉성한 이 남자가 바로 고오 작가라는 사실을 알게 된 엔제이는 그렇게 웅이와 연결되었다. 울고 싶으면 언제나 오고 혼자 우는 게 부끄러우면 같이 울어준다는 상대가 고맙지 않을 이는 없다. 그렇게 엔제이는 시간이 나면 연락하는 수준이 아니라 시간을 내서 웅이에게 "지금 뭐해요?"라며 연락하기 시작했다.

지웅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연수는 급하게 집을 나서게 되었다. 지웅이 집으로 들어온 후 함께 서서 마치 나쁜 짓하고 선생님에게 혼나는 학생들처럼 서 있는 모습은 순수한 그들이 지난밤 무슨 짓을 했는지 고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억지로 연수를 내보내는 장면은 고등학생 시절 연애를 하던 그들이 손잡고 있다 지웅을 발견하고 웅이가 손을 놓는 장면과 유사했다. 그렇게 내보내고 연수가 어두워 넘어질까 등을 켜고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웅이는 여전히 연수를 사랑한다.

SBS 월화드라마 <그해 우리는>

그런 웅이의 모습을 본 지웅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연수가 시킨 치킨과 맥주를 웅이와 지웅이 마시며 나눈 대화는 갑자기 온 어머니 이야기였지만, 지웅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연수일지도 모른다. 소울메이트였던 친구를 버릴 수도 있는 지웅의 선택은 그래서 아프게 다가오기도 한다.

웅이가 자고 일어나니 연수가 그랬던 것처럼 곱게 개인 이불을 보고 갔나 하는 생각에 창밖을 보니 엔제이가 작업실에 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황당한 이 상황은 엔제이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그만큼 웅이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수는 지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들어와 할머니에게 혼났다. 외박했는데 웅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솔이라 했지만 자기 집에 와 있는 솔이를 보며 거짓말은 실패했다. 솔이에게 웅이 집에서 자고 왔다는 말을 하는 와중에 진단명이 나왔다. 연수가 웅이를 짝사랑하고 있다고 솔이는 확신했다.

솔이의 판단처럼 연수는 짝사랑 중이다. 눈치껏 빠져준 솔이로 인해 웅이 집으로 향하던 연수는 엔제이의 인터뷰 장면을 보며 당황했다. 이것도 모자라 엔제이는 웅이에게 데이트하자고 한다. 연수는 중요한 것을 집에 두고 왔다며 웅이를 잡아보려 하지만 그것도 어렵다. 연수가 짝사랑하고 있다고 스스로 확신한 것은 웅이가 엔제이와 함께 있다는 사실에 조바심을 내고 있는 장면으로 충분했다.

웅이와 엔제이의 데이트는 의도하지 않은 파장을 낳았다. 엔제이는 어쩌면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바랐는지도 모른다. 사진이 찍히고 SNS에 올려지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기자가 몰래 사진을 찍어 열애설을 퍼트릴 것이란 생각은 못했다.

데이트라고 하지만, 모두가 아는 엔제이와 평범하게 어딘가를 가거나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게 된 엔제이는 아쉬움에 웅이를 집에 초대했다. 하지만 정중하게 거절하는 웅이의 태도에 엔제이가 더 민망하고 자존심 상했다.

최고 스타인 자신이 집으로 초대했는데 이를 거부한 이는 웅이가 처음이다. 이런 웅이 태도에 자존심 상해 이불킥을 하는 엔제이도 사랑에 빠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사랑이 진짜인지 아니면 스치는 바람인지 여부는 엔제이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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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이는 집으로 돌아와 화장실에 있는 파우치를 보고 연수 집으로 향했다. 연수는 된장찌개에 들어갈 애호박을 반토막 내서 그냥 넣는 등 정신은 오직 웅이에게만 가 있었다. 그렇게 결심하고 웅이에게 전화를 하려는 사이 웅이가 집 앞까지 왔다.

할머니로 인해 저녁 식사를 함께하게 되었지만 웅이에게는 좌불안석이다. 할머니의 돌직구 앞담화가 쏟아졌으니 말이다. 할머니의 계속된 공격에 연수가 말리느라 여념이 없자 "너 울린 놈 뭐가 이뻐서"라는 말을 꺼냈다. 연수가 헤어지고 어떤 마음이었을지 웅이는 처음 알게 되었다.

연수가 소리도 내지 못하고 며칠을 울었던 모습을 본 할머니로서는 웅이가 미웠다. 하나밖에 없는 손녀를 울린 놈이 예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손녀가 다시 데려온 웅이에게 밥을 두 그릇이나 먹게 한 할머니는 그렇게 오직 손녀를 사랑했다. 내가 미워도 손녀가 사랑하면 사랑할 수 있는 게 할머니다.

그리고 헤어지며 웅이가 남긴 "거봐, 우리 친구 해도 괜찮잖아"란 말이 연수의 마음을 헤집어 놨다. 웅이는 이런 관계에 만족하는지 모르지만 연수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실관계를 잘못 알고 있는 할머니에게 연수는 자신이 웅이에게 헤어지자고 했다며, 자신은 친구로 지내고 싶지 않다고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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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울어 눈이 퉁퉁 부어버린 연수를 바라보는 팀원들을 울었다는 사실을 알고 말을 아꼈지만 눈치 없는 대표는 붕어 같다며 놀리기에 여념 없었다. 다시는 울지 않겠다고 칼퇴를 하고 집에 가다 지웅을 만난 연수는 그의 생일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웅이 부모가 지웅이에게 와서 저녁 먹으라고 했던 이유가 있었다. 바빠서 갈 수 없다는 말에 굳이 웅이 편에 음식을 만들어 보낸 것은 지웅의 생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지웅은 어머니가 떠난다는 문자를 받고 집으로 향했다.

엄마가 싫었지만 그렇다고 천륜을 끊을 수는 없다. 그렇게 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애증이 되었다. 그리고 밥상 위에 차려진 음식을 보고 지웅은 웃다가 울기 시작했다. 지웅이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연수에게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지웅이나 웅이 모두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어 먹지 못한다. 심지어 엄마 앞에서 복숭아를 먹다 죽기 직전까지 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자신의 생일상이라고 차린 밥상에 곱게 깎아놓은 복숭아가 있었다. 지웅은 허탈했다. 아들이 죽기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관심이 전혀 없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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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연수에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사이 웅이는 방송국에 도착했다. 박 피디와 10년 만에 재회하며 지웅이 있다는 편집실에 갔지만 그곳에는 채란만 있었다. 갑작스러운 웅이와 박 피디의 등장에 다급하게 선물 상자를 숨기는 채란은 지웅이를 짝사랑한다.

이를 눈치챈 박 피디는 채란을 불러내고, 그렇게 홀로 남은 웅이는 지웅이 편집하고 있던 영상을 보게 되었다. 연수만 바라보는 지웅이를 눈치챈 웅이는 어떻게 대처할까?

지웅이 연수를 잡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고 해도 연수가 지웅을 좋아하는 일은 벌어질 수 없다. 엔제이와 열애설이 터지고 노골적으로 웅이에게 다가선다고 연수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일련의 일들은 연수를 더욱 강하게 만들 테니 말이다.

지웅과 엔제이를 통해 연수와 웅의 이야기를 보여준 후 이들의 사랑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간다는 점에서 전개 과정이 무척이나 매끄럽고 흥미롭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이후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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