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이상의 시간동안 조마조마했지만 결국 골 한 방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면서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9일 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쿠웨이트와의 경기에서 후반 초반까지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다 이동국(전북 현대), 이근호(울산 현대) 두 K리그 공격수의 릴레이 골에 힘입어 2-0 승리를 거두고 종합 전적 4승 1무 1패로 B조 1위에 오르며 최종예선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최강희호 대표팀은 오는 6월부터 1년 동안 최종예선전을 치르며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합니다.

최종예선 진출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은 이번 쿠웨이트전에서 보여줘야 할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최강희호는 이번 경기에서 질 경우, 자칫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며(다행히 레바논이 아랍에미리트연합에 2-4로 패하면서 져도 올라갈 수 있기는 했지만) 이에 따른 후폭풍을 감당해내야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 크게 흔들리지 않았고, 결국 후반 적재적소에 이동국, 이근호가 연속 골을 뽑아내면서 최종예선 진출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그렇다고 결과만큼 내용이 좋았다고 볼 수는 없었던 한 판이었습니다. 골을 넣기 전까지 최강희호의 경기력은 문제가 있었으며, 자칫 질 뻔 했습니다. 문제는 최종예선에서 쿠웨이트보다 강한 상대들과 승부를 벌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번 쿠웨이트전이 멤버 대폭 교체에다 손발을 맞춘 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점을 감안해야 한다지만 철저한 준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최종예선에서 험난한 행보를 이어갈 수 있음을 확인한 쿠웨이트전이기도 했습니다.

▲ 이동국이 골을 넣고 나서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상보다 강했던 쿠웨이트, 준비의 힘 보여줬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한국과 쿠웨이트의 준비 상황은 극과 극이었습니다. 레바논전 참패 이후 '3년 같은 3개월'을 보낸 한국이었다면 쿠웨이트는 수개월 전부터 착실히 준비해 이번 한국전 필승을 다짐해 왔습니다. 그나마 한국이 믿은 것은 객관적인 전력과 홈에서 치르는 이점이었습니다. 아무리 못 해도 최종예선까지는 오를 것이라는 나름의 믿음이 깔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쿠웨이트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셌고, 한국은 준비한 것을 제대로 선보이지 못했습니다. 후반 초반 쿠웨이트가 골대를 맞히기 전까지, 이동국이 골을 넣는 그 순간까지 한국은 전혀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기본적인 볼터치, 패스, 움직임, 슈팅 등 모든 면에서 한국이 보여줘야 할 것을 쿠웨이트가 다 보여줬습니다. 대인마크, 수비 역시 쿠웨이트 선수들의 개인기, 조직적인 플레이에 밀렸습니다. 총체적인 문제를 드러내면서 경기를 지켜본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했고, '설마'하는 분위기까지 감지되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후반 교체 투입시킨 기성용(셀틱) 덕분에 한국은 막혔던 흐름을 풀어낼 수 있었습니다. 최근 소속팀에서 경기력을 끌어올린 기성용은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활력소가 됐습니다. 기성용이 만들어낸 분위기 변화에 공격진의 숨통이 트였고, 결국 이동국, 이근호가 적절한 시간에 골을 뽑아내면서 쿠웨이트의 추격 의지를 꺾었습니다. 만약 두 선수가 골을 뽑아내지 못했다면 한국은 더 힘든 순간을 맞이할 수도 있었지만 바뀐 흐름을 타고 골까지 뽑아낸 것은 경기력 면에서 가장 크게 칭찬할 만한 부분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플레이메이커-수비 조직력 강화, 반드시 필요하다

어쨌든 이번 쿠웨이트전을 통해 한국은 몇 가지 숙제를 풀어야 하게 됐습니다. 후반 초반 기성용이 투입되기 전까지 중원에서 경기를 풀어나갈 선수가 없었다는 것, 중원 조직력이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은 과제로 남았습니다. 물론 선발 출전한 김두현, 김상식의 플레이가 나빴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중원과 측면의 조직력이 벌어진 틈을 타 상대에 잇따라 공격을 허용한 것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었습니다.

또한 최강희호의 데뷔전이었던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그랬고, 이번 쿠웨이트전에서도 문제로 드러났던 수비 조직력 문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았습니다. 골키퍼 정성룡의 선방이 빛을 발했기에 그나마 무실점으로 끝냈지만 상대의 개인기, 협력 플레이에 잇따라 구멍 뚫린 모습을 보여준 수비진의 경기력은 합격점을 주기 어려웠습니다. 이 상태로 그대로 최종예선을 치렀을 경우, 한국은 수비 때문에 힘든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 볼 다투는 박주영 ⓒ연합뉴스
'이해한다 해도' 박주영의 플레이는 생각해 볼 면이 많았다

이동국, 이근호라는 걸출한 공격수의 부활이 눈에 띄었지만 이날 풀타임을 뛴 박주영(아스널)의 부진은 여러 가지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물론 한국에 발을 내딛은 지 이틀도 지나지 않았던 만큼 컨디션이 좋았다고 볼 수 없었고, 전술에 녹아들기 힘든 상황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박주영의 플레이는 상당히 겉돌았고, 특유의 탄력 넘치는 플레이, 공간 창출 능력 같은 부분도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는 최근 소속팀에서 경기를 뛰지 못하면서 생긴 경기력 저하와도 연관된 문제처럼 보였으며, 이에 대한 박주영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을 또 한 번 확인한 계기가 됐습니다. 경기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하는 선수가 많아진 것이 이번 쿠웨이트전에서 거둔 성과라 해도 그동안 '확실한 스트라이커 역할'을 해냈던 박주영의 플레이가 눈에 띄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다행히 최강희호 출범 후 1차적인 목표는 달성했습니다. 출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가장 힘든 과제를 풀어내고, 다음을 기약할 수 있게 된 것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진짜입니다. 전열을 재정비해서 최종예선부터는 확실한 뭔가를 보여줘야 합니다. 쿠웨이트의 사례를 봤듯이 철저한 준비가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을 살릴 수 있다는 교훈도 얻었습니다. 이번에 얻은 성과와 과제를 면밀하게 분석해서 다음부터는 조금씩 색깔을 드러내고, 본선 진출을 향한 순항을 이어가는 최강희호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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