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챕터별 소제목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SBS <그해 우리는>은 흥미롭다. 10년 전 다큐 촬영으로 연인이 되었던 웅이와 연수가 10년이 지나 다시 다큐로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지 궁금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8회 데자뷰인 듯 다시 키스를 한 이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이어질까.

10년 전 마지막 촬영을 앞두고 비가 쏟아지며 둘은 첫 키스를 하고 연인이 되었다. 그리고 5년 동안 연인으로 지냈지만 이별을 하고, 다시 5년이 지나 이들은 다큐를 찍으며 동일한 상황과 마주했다.

의도하지 않았던 여행을 간 이들은 10년 전 그날처럼 비가 내리는 언덕에서 키스를 했다. 그들이 다시 연인이 된다는 확신처럼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렸던 시절과 달리, 한 번의 아픔은 이들의 관계를 그렇게 쉽게 만들지 않았다.

8회는 자연스럽게 터닝 포인트가 되는 회차였다. 9회부터 새로운 전개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보다 흥미롭게 전개될 수밖에 없다. 이전 이야기들이 10년 전 연인이었다 헤어진 이들의 관계를 정리하는 시간이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현재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SBS 월화드라마 <그해 우리는>

재회 키스처럼 여겨졌던 그 순간이 지나고 둘은 더욱 서먹해졌다. 현장에서 연수는 다급히 피했고 남겨진 웅이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적극적이지 못한 웅이는 연수의 행동에 다른 생각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후 보여준 그의 태도가 이를 증명하니 말이다.

연수는 잠들지 못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곱씹어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잠들지 못한 채 그저 책장의 책들을 쏟아내고 다시 정리하며 마음도 정리해보려 했지만 쉽지 않다.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회사에 가서도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자신을 보며 연수는 그게 무슨 감정인지 생각할 수밖에 없다. 웅이 행동에 스스로 즉각 반응한 자신에 대한 고민이었다.

웅이는 연수와 달리 열병에 시달렸다. 웅이 역시 복잡했을 것이다. 갑작스럽게 자신이 한 행동에 연수가 어떤 생각인지 모른다. 물어볼 수도 없다. 답답한 성격이 갑자기 변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저 속으로 삭이며 사랑이 감기라는 열병으로 발현되었다.

갑자기 아픈 아들을 간호하는 엄마의 마음은 무겁다. 아들의 사는 곳을 그렇게 오랜 시간 깊이 있게 바라본 적이 없다. 외로운 아들이 아팠으니 엄마의 마음은 더욱 아플 수밖에 없었다. 그런 엄마 무릎을 베고 누운 웅은 외로운 게 아니라 혼자 있고 싶은 거라는 말로 위로한다. 그게 웅이가 살아온 삶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가두고 감정을 삭이고 다시 살아나는 것이 웅이였다.

SBS 월화드라마 <그해 우리는>

비슷한 듯 다른 두 사람은 그렇게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이 상황을 버텨내고 있었다. 친구도 없는 연수가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은 솔이 운영하는 술집이었다. 연수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고민을 유일한 친구이자 언니인 솔이에게 털어놨다. 과거 연인과 키스라는 소재는 간혹 등장한다. 솔이는 장난스럽게 이야기했지만 연수의 눈물은 진심이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연수는 웅이가 싫어 헤어진 것이 아니었다. 얼굴 한 번 본 적도 없는 삼촌의 빚까지 떠안아야 하는 현실은 연수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집까지 넘기고 이사를 가야 했던 연수는 그렇게 웅이와 이별을 선택했다. 할머니를 버릴 수 없는 연수가 버릴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웅이 외에는 없었다. 너무 사랑하지만 그래서 웅이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던 연수의 그 책임감과 자존심이 이별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런 사실도 모르고 웅이는 자신이 싫어 이사를 갔다 생각했다. 그렇게 헤어졌던 그들이 다시 우연처럼 만났고, 다큐멘터리까지 찍게 되었다. 서로 원하지 않았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들은 헤어졌지만 결코 헤어진 관계가 아니었다. 헤어지는 순간에도 헤어진 것이 아님을 안 솔이는 걱정이었다. 잠시 손님을 보러 간 사이 사라진 연수를 생각하며 최악이라 판단한 것은 웅이를 찾아갔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웅은 10년 동안 연수를 짝사랑했다. 최대한 우연이라도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친구의 연인을 사랑했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독하게 생각했다. 연수의 연락처까지 지워가며 노력했지만 그 노력이라는 것은 한순간에 깨졌다.

SBS 월화드라마 <그해 우리는>

웅이와 연수가 겹치며 자연스럽게 지웅도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마음은 지독하게도 지웅에게 다시 등장했다. 짝사랑하는 마음을 철저하게 잊고 살았다고 했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사랑이 감춰지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자신은 철저하게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주변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지웅을 짝사랑하는 채란도 힘겹게 물었다. 연수를 좋아하냐고 말이다. 그런 채란에게 티 났냐고 묻는 지웅은 자신을 짝사랑하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했다. 모두가 그렇듯 그 사랑이란 손쉽게 티가 나면서도 알아보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연수는 술기운에 웅이를 찾아갔다. 갑작스러운 연수의 태도에 웅이는 당황했다. 전혀 생각도 하지 못했단 상황이라는 점에서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키스에 대해 의미를 묻는 연수에게 웅이는 오히려 엇나가는 발언을 했다. 키스에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식의 웅이 발언은 반대일 수밖에 없다. 사랑해서라는 말을 하게 되면 다시 연수가 떠날 것 같다는 불안이 웅이를 지배하고 있으니 말이다.

웅이의 태도에 연수는 화가 났다. 하지만 그를 더 화나게 하는 것은 웅이의 ‘친구 하자’는 말이었다. 연인이었는데 친구가 되자니 황당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웅이에게는 그럴만한 발언이었다. 둘은 친구도 아니었다 연인이 되었다.

학창 시절 갑작스럽게 연인이 되면서 친구로서 감정을 나눠보지 못했다. 웅이는 친구라는 형식을 통해서라도 연수와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는 절박함도 있었다. 그런 웅이의 태도가 보였기에 연수는 화가 났다. 왜 다시 연인이 되자고 말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말이다.

SBS 월화드라마 <그해 우리는>

그런 웅이 태도가 연수는 괘씸했다. 그렇게 자고 간다고 선언한 연수와 그런 행동에 당황한 웅이는 자신의 생각을 넘어서는 맹공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사귀는 동안에도 웅이는 단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그렇다고 그가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표현하지 못한다는 의미였다.

친구 하기로 했으니 자고 간다는 말에 웅이가 할 말은 없었다. 다음 날에도 집에 돌아가기보다는 밥을 먹고 게임을 하고 그저 일상을 보내는 연인 같은 이들의 모습은 기묘하게 어울렸다. 웅이는 당황했지만 조금씩 익숙해졌고, 그런 둘 사이에 방문객이 등장했다.

친구 사이지만 선은 존재한다는 웅이의 말에 연수 역시 당황했다. 더 나아가고 싶지만 막아선 웅이 태도에 혼란스러웠으니 말이다. 치킨만 먹고 간다며 벨소리를 듣고 나선 연수와 웅은 문 앞에 와 있는 지웅과 마주해야 했다.

갑작스럽게 자신의 집으로 들어온 어머니와 함께 있고 싶지 않아 선택한 곳이 웅이 집이었다. 지웅도 친구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고, 그렇게 그래도 아무렇지 않게 머물 수 있는 웅이를 찾아갔지만 그곳에서 둘이 함께 있는 모습에 당황하는 것은 당연했다.

돌고 돌아 다시 모인 이들은 처음과 다름없이 사랑이라는 감정 사이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이제 이들은 그 사랑을 향해 달려가려 한다. 여기에 웅이를 사랑하는 엔제이까지 가세하며 이들의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질 수밖에 없다. 반환점을 돈 이들의 사랑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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