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3차 예선부터 통과해야 할 것"(우즈베키스탄)
"한국을 꺾고 우리 축구 역사를 새로 쓰겠다"(오만)
"한국 원정에서 기적을 만들고 싶다"(쿠웨이트)

최근 월드컵, 올림픽 축구팀이 상대했던, 또는 상대할 팀의 감독들이 경기를 앞두고 던진 출사표였습니다. 과거 한국 축구와 큰 전력차를 드러냈던 팀들이 이제는 한국 축구를 만만하게 보고 있는 것입니다. 모두 지난해 있었던 한국 축구의 굴욕 때문입니다. 지난해 8월, 한국의 강력한 라이벌로 꼽혔던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0-3 큰 스코어 차이로 졌고,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46위였던 레바논에마저 1-2로 무너지면서 아시아 팀들에 "한국은 이제 만만해졌다"는 시각이 퍼졌습니다. 결국 조광래 대표팀 감독이 경질됐고, 이에 따른 후폭풍 또한 한동안 거세게 일었습니다.

아시아 각 나라들의 이런 시각은 한국 축구가 자초한 문제라는 점에서 수긍이 가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축구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아시아 최강'을 자처했던 한국 축구가 이토록 위상이 떨어진 것에 대한 분노와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한국 축구와 상대가 되지 않았던 팀들이 이런 식으로 한국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약 오르고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는 얘깁니다.

그런 의미에서 29일 밤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쿠웨이트와의 경기는 단순한 1승, 그리고 최종예선 진출 뿐 아니라 한국 축구의 위상을 다시 세울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반드시 잘 치러야 합니다. 경기 결과뿐 아니라 내용적인 면에서도 한국 축구 본래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훈련 지켜보는 최강희 감독 ⓒ연합뉴스
조광래 감독 후임으로 부임한 최강희 감독은 "한국 축구가 정신만 차리면 한국 축구를 상대할 만한 팀은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현재 한국 축구의 떨어진 위상을 세우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 그러면서 한국 축구 특유의 장점이 제대로 발휘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최 감독은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오로지 실력과 선수들의 개별적인 컨디션 상황에 따라 최상의 전력을 가동하고, 선수의 특징에 맞는 전술 운영으로 한국 축구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는 최강희호의 데뷔전이었던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어느 정도 보여주는 데 성공했습니다. 기존 선수들을 긴장시키고, 새로운 선수들이 건강한 의지를 불태우게 하는데 최강희 감독의 리더십은 합격점을 줄 만했습니다.

한국 축구의 운명이 걸렸다고 호들갑을 떨기는 하지만 사실 차분하게 우리식대로 준비한다면 쿠웨이트전에 대한 걱정은 크지 않습니다. 어쨌든 우리로서는 현재 조 선두를 유지하고 있고, 비기기만 해도 올라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의 적은 우리 내부에 있습니다. 우리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고, 약속된 것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 내용은 좋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이미 레바논전을 통해 증명된 바 있습니다.

자만하지 않고, 원래 모습 그대로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좋은 결과를 냈을 때 팬들은 기꺼이 한국 축구를 다시 열렬히 응원하고 기대를 가질 것입니다. 이번 쿠웨이트전이 한국 축구의 위상을 바로 세우고, 힘을 과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래서 아시아 국가들에 한국 축구의 힘이 얼마나 센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키는 계기를 만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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