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미디어스

Updated 2020.11.23 월 19:46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고&칼럼
'우리끼리'의 우물에서 좀 벗어나자[김주완·김훤주의 지역에서 본 세상]진보진영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기자 | 승인 2008.04.14 13:48

기자라는 게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니는 직업인 것 같지만 알고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출입처의 한정된 사람들이나 동료기자 외에는 특별히 만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속내를 털어놓고 소주 한 잔 할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다. 물론 제각각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유유상종이기 십상이다. 기자라고 해서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는 말이다.

   
 
  ▲ <경남도민일보> 4월 8일자 3면.  
 
그래서 나는 후배들, 특히 행정기관을 출입하는 기자들에게 가끔 이런 충고를 한다. 자신이 쓴 기사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을 반드시 체크해보라는 것이다. 그나마 형이나 누나, 동생, 어머니, 아버지가 일반 독자들의 눈높이와 가장 근접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걸 통해 출입처 공무원이 좋아하는 기사가 일반 독자에게는 얼마나 따분하고 재미없는 건지만 깨달아도 내 충고는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보도하면 누가 알겠느냐"

그런데 몇 일 전 나 역시 우리끼리 파놓은 우물에 빠져 있었다는 걸 깨닫는 계기가 있었다.

총선 직후인 지난 11일 30대 주부 한 분을 만나 선거 이야기를 하게 됐다. 한나라당의 과반의석 확보 얘기를 하면서 "앞으론 병에 걸려도 환자가 아무 병원에나 갈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했더니 놀라며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는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려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와 민영의보 활성화 정책을 설명했다. 그랬더니 당장 "그런 걸 왜 신문에는 내지 않느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그는 집에서 <경남도민일보>와 <동아일보>를 구독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에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총선 최대쟁점 부상'이라는 제목으로 크게 보도한 적이 있다고 응수했으나, "그렇게 보도하면 누가 알겠느냐"고 따졌다. '아파도 병원 아무데나 못간다'는 제목으로 내야 사람들이 알아본다는 것이다. 또 그런 중요한 문제는 열 번이고 백 번이고 계속 신문에 내야 한다고 흥분했다. 그는 <동아일보>에서도 그런 기사는 보지 못했다고 한다.

이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왜 그런 나쁜 제도를 만드려 하느냐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부자들 편'이라고 했더니 그럴 리가 없단다.

근거는 MBC 출신의 김은혜와 SBS 출신의 유정현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대통령실과 한나라당에 갔는데, 어떻게 부자들 편이냐는 거였다. 한나라당이 그런 유명인의 이미지를 이용하는 거고, 그들은 출세를 위해 간 거라고 이야기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우리끼리의 우물 속에 갖혀 있었다

결국 이 부분에서 그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그동안 나는 이런 설득을 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만 만나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하고 쉽고 명쾌하게 '한나라당은 부자들 편'이라는 걸 입증할 논리를 준비하지 못했던 것이다.

다만 그는 '아파도 아무 병원이나 갈 수 없다'는 것과 그걸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신문에 대해선 상당한 문제의식을 갖는 것 같았다. <경남도민일보>는 내가 권유해서 보는 거지만, <동아일보>는 어떻게 구독하게 됐느냐고 물었다. 상품권 3만원과 6개월 무료구독 조건이 맘에 들었단다. 기회다 싶어 이 때부터 조·중·동의 해악에 대해 침을 튀기며 설명했고, 마침내 <경향신문>이나 <한겨레>로 바꿔보겠다는 말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나도 그동안 우리끼리의 우물에 빠져 있었지만, 진보운동가들 역시 진보끼리의 우물에 갖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자유주의가 왜, 어떻게 나쁜지 설득할 준비를 갖추지 못한 채 반대구호만 외쳐왔고, 이명박식 '선진화'의 실체가 무엇이며 어떤 위험을 초래하는지 단순 명쾌하게 설명하는 논리도 아직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기자  kimgija@naver.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3
전체보기
  • 푸른옷소매 2008-04-15 15:17:15

    더 쉽게, 더 선정적(?) 으로 상위 몇 %의 지식인들을 위한 신문이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직접적으로 와 닿게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니다.   삭제

    • 푸른옷소매 2008-04-15 15:12:24

      신문은 더 쉽게 그리고 독자들에게 더 와닿게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료 보험문제를 " 아파도 아무 병원이나 못간다"는 제목으로 써야 한다는 건 상당히 와닿네요. 한미 FTA문제를 지속적으로 신문에 보도에도 많은 국민들이 제대로 이해 못하고 있는 거처럼...
      이병박 정부가 추진하려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재 폐지와 민영의보 활성화 정책"은 굉장히 국민들에게 유리한 정책처럼 보이거든요....   삭제

      • 반성합니다 2008-04-14 16:11:35

        1. 저도 반성하겠습니다.
        2. 그런데 걱정입니다. 그 주부가 경향신문이나 한겨레신문 구독신청을 했는데 배달해 줄 수 없다거나, 배달해 준다고 해놓고 실제 배달이 안되면 어떡하지요! 글쓴이께서 그 주부를 다시 만나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이 수도권 단독택지 지구나 지역에서 제대로 배달할 수 없는 구조적 메커니즘을 설명해야 할 것 같은데요?   삭제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72길 22 가든빌딩 608호 (우) 07238  |  대표전화 : 02-734-9500  |  팩스 : 02-734-2299
        등록번호 : 서울 아 00441  |  등록일 : 2007년 10월 1일  |  발행인 : 안현우  |  편집인 : 임진수  |  개인정보책임자 : 윤희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희상 팀장
        미디어스 후원 계좌 안내 : 하나은행 777-910027-50604 안현우(미디어스)
        Copyright © 2011-2020 미디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mediaus.co.kr

        ND소프트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