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시작을 사실상 알리는 행사가 27일 오전,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렸습니다. K리그 16개 팀 감독과 대표 선수들이 참석해 K리그 개막을 앞두고 저마다 각오를 밝혔는데 진중하면서도 몇몇 참석자들의 톡톡 튀는 발언에 많은 흥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새로운 제도 도입(스플릿 시스템, 승강제)에 대한 긴장감, 각 팀, 개인이 갖고 있는 목표를 이뤄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래도 새 시즌을 앞둔 만큼 '새로움'을 무엇보다 많이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 K리그 16개 각 팀 대표 선수들이 유니폼을 입고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김지한)
새 팀, 새 마음으로 뛰겠다는 '이적 선수들'

승강제 도입에 따라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 1차적인 목표가 된 각 팀들은 그에 따라 전력 보강도 눈에 띄게 했던 게 사실입니다. 이는 미디어데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7개 팀 대표 선수가 올 시즌 새로 이적해 온 선수이자 팀의 대표로 나선 것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만큼 각 팀, 각 감독들이 해당 선수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선수들의 의지도 확인했습니다. 경남에서 성남으로 이적한 윤빛가람은 자유 인터뷰에서 "경남에 있을 때보다 분위기도 더 자유롭고 잘 맞아서 기대하는 바가 크다"면서 "꼭 올 시즌 10골-10도움 개인 기록으로 팀 우승을 하는 데 보탬이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J리그 감바 오사카에서 뛰다 울산현대로 들어온 김승용 역시 "좋은 공격수들이 많은 만큼 동료 선수들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올 시즌에는 득점보다 도움에 욕심이 간다"면서 "작년에 준우승했으니 올해는 우승하는 데 힘이 되겠다"고 했습니다.

무거운 분위기 깨트린 정해성 감독의 '한 방'

▲ 정해성 전남 감독 (사진: 김지한)
이날 각 팀 감독들은 우승 후보로 수원을 꼽았습니다. 경기수가 많아져 AFC 챔피언스리그에 올인할 팀들이 우승할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낮게 보면서 챔피언스리그에 부담이 덜한 수원의 우승이 에상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무려 절반에 이르는 8개 팀 감독들이 이렇게 예상했으며, FC 서울, 성남 일화, 포항 스틸러스의 우승을 점치는 감독도 있었습니다.

이 중에서 매우 흥미로운 농담을 던진 감독 때문에 딱딱했던 분위기가 조금이나마 풀렸습니다. 바로 정해성 전남 드래곤즈 감독이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정 감독은 "지난해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최강희 감독이 저에게 독설을 퍼부은 뒤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도 저한테 독설을 하는 팀이 우승할 듯하다. 우승하고픈 팀들은 저에게 독설을 해달라"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만들었습니다. 그러자 최만희 광주FC 감독이 "그렇다면 제가 정해성 감독에게 독설을 날리겠다. 화끈하게 독설을 날려드릴 테니 꼭 우승하기를 바란다"고 역으로 독설(?)을 해 또 한 번 웃겼습니다. 이후 개인 자유 인터뷰에서 정 감독은 구수한 입담으로 "거꾸로 우리보고 우승하라고 하네!"라고 말하면서 "광주FC, 전남드래곤즈는 지리적으로도 더 가까우니 더비 매치를 제대로 해보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미친 것 같다' 최고 입담 과시한 김남일

정해성 감독의 '한 방'으로 분위기가 누그러진 상황에서 더 나아가 쐐기를 박아버린 사람이 있었으니 올 시즌부터 인천에서 뛰게 된 '진공청소기' 김남일이었습니다. 각 대표 선수들에게 올 시즌 득점왕이 누가 될 것인지 대답하는 자리에서 전북 대표 정성훈이 "자신이 올해 득점왕을 할 것 같다"고 하자 김남일이 "제 생각에도 정성훈 선수"라고 머뭇거린 뒤 "미친 것 같고요. 같은 팀의 이동국을 꼽겠습니다"고 해 여기저기서 빵빵 터졌습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나이트에 가고 싶다"는 발언이 화제를 모았던 김남일의 입담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스플릿 시스템, 승강제..."부담되지만 기대된다"

이날 각 팀 감독, 선수들은 새로 도입되는 스플릿 시스템, 승강제에 대해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는 듯 했습니다. 정해성 감독은 "올 시즌 K리그는 정말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라면서 "변수가 많아서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고, 전북 이흥실 감독대행 역시 "ACL도 있고, K리그도 있는 만큼 일단 스플릿 시스템이 적용되는 9월까지 승점 관리를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엇갈릴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몇몇 선수들 역시 "올 시즌 K리그는 전쟁이 될 것"이라며 그야말로 박터지는 한 시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면서도 K리그에 새로운 시스템의 등장이 향후 K리그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 파이팅을 외치는 16개 팀 감독들 (사진: 김지한)
K리그 개막까지 앞으로 4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새로움'이라는 키워드가 벌써부터 많은 이들을 설레게 하고 있는데요. 어느 때보다 더 흥미진진할 K리그가 더 사랑받으려면 무엇보다 많은 팬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수적으로 따라야 합니다. K리그 8개 경기장에서 개막하는 2012년 3월 첫 주말, 봄나들이를 하는 것은 어떨까요. 정말 흥미진진한 축구, 박진감 넘치는 축구를 축구장에서 보여주겠다는 각 팀 감독, 선수들의 탄탄한 의지는 분명히 볼 수 있었던 미디어데이 현장이었습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