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이 “신문고시 전면 재검토”를 밝히면서 언론계가 술렁이고 있다. 학계 및 시민사회단체 등은 “무가지와 경품 살포 등 재벌언론중심의 여론 독과점이 재연될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시민단체 “불공정거래위원회냐” 맹비난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정상적인 가격에 의해 수요와 공급이 결정되지 못하고 금력에 의해 돌아가는 신문시장은 이미 시장이 아니다”면서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한 신문고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이 제도를 정부가 나서서 없앤다니 말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이제부터는 불공정을 조장하고 촉진하는 ‘불공정거래위원회’라고 불러야겠다”라며 공정위를 강하게 비난했다.

▲ 경향신문 4월14일자 14면.
신태섭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는 “우리나라가 신문의 저널리즘 기능을 훼손할 만큼 혼탁한 현실을 외면하는 처사”라면서 “소위 이명박 시대의 탈규제 만능주의를 신문시장에도 적용해서는 안된다”며 “각계의 목소리를 모아 강력히 반대하고 항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민언련은 이러한 공정위의 신문고시 무력화 의지를 우려한 바 있다. 민언련은 지난 11일 낸 성명 <‘신문고시 무력화’ 하려 공무원까지 쫓아내나>에서 공정거래위 김원준 사무처장의 사표에 대해 동아일보의 압박보도 때문이라며 “동아가 신문고시를 무력화시키려고 공무원까지 쫓아낸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3월 조선·중앙·동아일보에 과징금을 부과했던 시장감시본부장의 승진을 놓고 3월 21일자 <‘언론압박’ 공정위 간부 승진>, 3월 31일자 사설 <공정위 ‘노코드 관료들’ 체질 바뀌겠나> 등을 보도한 바 있다.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과도한 규제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개개인의 임의적인 판단으로 변동될 문제는 아니다"면서 "중요한 균형을 고려해야 하는 부처장이 사회의 여론다양성에 심대한 위협을 줄만한 결정에 대해 별다른 근거없이 발언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강 소장은 "신중한 절차와 합의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언론시민단체들 강력 반발 "신문시장을 조중동에게 넘기겠다는 것인가"

김순기 언론노조 부위원장은 “이번 신문고시 발언은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정책 흐름과 맞물려 있는 사안”이라면서 “이제 신문시장을 조중동 등 메이저 신문사 손에 넘기겠다는 말이냐”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3월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해 민주노총 산하 공공부문 노조와 함께 공투본을 결성, 총파업 등 공공성 투쟁을 계획중이다. 오는 16일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공정거래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공정거래위원장을 면담, 항의서한을 전달할 예정이다.

김경호 한국기자협회장은 회의중이라면서 “아직 내용을 잘 모른다”며 “상황 파악 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답했다.

언론학계 “신문법 폐지 신호탄” 우려

▲ 지난 1월 11일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주최한 '미디어공공성의 위기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서정은
강상현 언론정보학회장은 “대선과 총선 등 선거결과에 의해 제도를 전면 폐지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수년동안 한국사회가 언론개혁을 위해 신문고시 개정 등에 쏟은 긍정적인 의미와 사회적인 노력이 훼손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이번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이 신문관련법 폐지 논쟁의 신호탄이 아닌 지 우려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용성 한서대 신방과 교수는 “신문법 제정 논란 당시에도 신문고시에 대해서는 동의가 됐던 부분이라 당황스럽다”면서 “신문협회의 자율정화 규제가 작동하지 않아 2003년에 공정거래위가 개입하게 된 역사가 다시 반복될 공산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 이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신문시장은 더 혼탁해지고 있다는 최근의 결과도 파악 안한 것이냐”면서 “충분한 의견수렴과 시장파악을 통해 예방장치가 마련된 후에 규제완화를 검토하는 것이 순서”라며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도 없어 성급하고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권혁남 언론학회장은 “내용을 공유한 뒤 세미나 등 공론화를 검토해보겠다”면서 “아직까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의견을 물어오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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