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정환] 올 하반기부터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공개 방식이 달라졌다. ‘D.P.’부터 시작해 매달 오리지널 신작 콘텐츠를 공개했고, 이중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드라마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K-드라마의 위상이 달라지는 계기를 만들었다. 최근 ‘지옥’까지 화제성을 입증한 데 이어, ‘고요의 바다’가 올해 마지막으로 공개하는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가 됐다.

그런데 정우성이 제작하고 공유와 배두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고요의 바다’는 ‘D.P.’와 ‘오징어 게임’ 등 올 하반기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에 비해 ‘설정 오류’가 큰 단점으로 부각돼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 (넷플릭스 제공)

‘고요의 바다’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이리언: 커버넌트’ 속 설정 오류를 고스란히 재연한다.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외계 행성에서 헬멧을 벗은 채 탐사를 하다가 외계 생명체가 인체로 감염 가능한 경로를 열어주고, 이로 말미암아 벌어지는 참극을 헤모글로빈의 향연으로 묘사한다.

‘고요의 바다’에서도 마찬가지다. 발해기지가 달에서 5년 동안 폐쇄됐다면, 대원들은 해당 사고의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기 전엔 함부로 헬멧을 벗으면 안 된다. 하지만 ‘고요의 바다’에서는 대원들의 안전 불감증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태연하게 헬멧을 벗고 작전을 수행하다가 참사를 유발한다. ‘에이리언: 커버넌트’의 설정 오류가 반복된 것.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 (넷플릭스 제공)

이뿐만이 아니다. 극중 인물들이 달에 가야 하는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 드라마는 지구의 지속적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 상황을 설정한다. 그런데 지구에 있는 물의 총량 가운데 담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2.5%밖에 되지 않는다. 남극과 북극의 빙하를 담수화하거나, 지구의 수소를 대기 중 산소와 결합하는 화학 반응 등의 과학적인 노력이 담수 확보에 효율적임에도, 드라마는 굳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달에 있다고 보는 확률적 오류를 설정했다.

만일 담수 부족 사태가 일어나면, 드라마에서 묘사하는 식수가 모자란다는 차원의 위기가 닥치기도 전에 반도체 공정 자체가 올스톱된다.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선 세정 공정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 과정에 공장 한 곳당 몇만 톤의 물이 소요된다.

담수 부족으로 반도체를 만들지 못한다면 자동차와 휴대폰 제작 등 현대 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산업 자체가 멈춘다. 달에 도달하기 위해 쏘아 올릴 우주선에 들어갈 반도체조차 물 부족으로 만들지 못할 위험이 아주 높아진다. 그럼에도 드라마 속 대원들은 달 착륙에 성공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 (넷플릭스 제공)

이뿐만이 아니다. 염색 공정처럼 물을 다량으로 사용하는 의류 산업도 어마어마한 타격을 입는다. 소고기 1Kg이 소비자에게 제공되기 위해선 1만5천 톤의 물이 필요하다. 담수 부족으로 ‘육식의 종말’이 일어나는 것.

그럼에도 ‘고요의 바다’에선 이런 산업적 리스크에 대한 위기의식은 휘발되다시피 한 대신, 식수를 개인의 등급에 따라 분배하는 계급 담론화 차원의 묘사에만 머무르고 만다. 담수가 고갈됐을 때의 심각성을 다각도로 살피지 않은 데서 비롯된 설정 오류가 드라마 1화부터 고스란히 드러난다.

각본의 이러한 설정 오류도 문제지만 드라마의 호흡은 나무늘보와 경주할 정도로 느리고, 기존 할리우드 SF 영화에서 본 듯한 다양한 기시감은 드라마의 독창성에 의문을 제기하게끔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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