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연일 망언을 일삼고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 대해 “이쯤 되면 실수가 아니라 신념”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망언의 대상이 노동자, 저소득층에 집중된 것을 봤을 때 윤 후보의 시혜적 사상이 의심된다는 얘기다. 보수 성향의 문화일보 역시 윤석열 후보의 인식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윤 후보의 망언 논란에 대한 언급을 최소화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의 망언 논란은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윤석열 후보는 과거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해야 한다”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라며 왜곡된 노동관을 드러냈으며 “전두환은 군사쿠데타와 5·18을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최근 윤 후보는 “빈곤하고 못 배우면 자유가 뭔지 모른다”며 빈곤층을 비하했고,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폄훼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연합뉴스)

주요 신문들은 “실수가 아니라 신념”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석열 후보 뼛속 깊이 ‘엘리트 의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는 지적이다. 서울신문은 사설 <윤석열의 잦은 ‘차별 실언’, 이쯤 되면 신념 아닌가>에서 “윤 후보는 ‘1일 1실언’이라고 할 정도로 비상식적인 발언을 이어 갔다”며 “특히 저소득층을 향해 다양한 실언을 쏟아냈다. 뼛속 깊은 계층차별적 인식과 엘리트 의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지금껏 논란을 일으킨 발언과 노동관 등에 비춰 볼 때 취약계층에 대한 강자의 시혜적 태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며 “실수가 잦으면 고의라고 여길 수밖에 없듯이 차별적 발언이 계속된다면 윤 후보의 신념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연설로 국민을 설득하는 직업이 정치인인데 오해라고만 주장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당 내분과 말실수 논란, 윤석열 리더십의 위기다>에서 “윤 후보는 또 잇단 말실수로 가뜩이나 어수선한 분위기에 스스로 기름을 부었다”며 “말 자체는 문제 소지가 다분하다. 진의가 왜곡됐다고 할 게 아니라 가난한 사람을 수동적이고 수혜적 존재로만 보는 게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고 썼다.

한국일보는 “내홍이나 말실수가 도드라지는 것은 윤 후보가 그간 ‘정권교체론’ 외에 국민의 삶을 개선시킬 어떤 정책적 비전을 보여준 게 없기 때문”이라면서 “자유민주주의도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대 명분으로만 제시될 뿐 민생과 관련된 구체성은 결여돼 있다. 원점에서 선거 전략을 다듬고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위기의 본질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철학과 빈곤 드러냈다"

경향신문은 사설 <윤석열, ‘극빈층은 자유 모른다’더니 민주화운동도 폄훼하나>에서 “대선 후보의 발언은 곧 그의 인식과 사유를 보여준다”며 “잇단 실언과 부적절한 발언은 단순한 준비 부족을 넘어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와 철학의 빈곤을 드러낸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도 정치인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 외교안보 석상에서 말실수를 하면 그 파장은 감당하기 어렵다”며 “정권에 대한 시민들의 실망감 하나만으로 대통령이 될 수는 없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윤석열 후보의 막말 논란을 비판했지만 ‘말실수’라는 점을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尹 “극빈한 사람 자유 몰라”… 유력 대선후보 발언 맞나>에서 “발언의 전체 맥락을 보면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어 보인다”며 “자유의 신장을 위해선 기본적인 교육과 경제 역량이 필요하고 그를 위해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는 취지일 것이다. 하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자유를 모르고 그 필요도 못 느낀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정치 초보자의 말실수라고 넘어가기엔 너무 잦은 것도 사실”이라며 “정치는 말로 하는 예술이다. 국민 정서에 호소하면서도 정제된 표현으로 모두의 공감을 사는 소통의 언어를 위해 부단히 가다듬고 준비하는 것이 정치인의 업”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일보 12월 23일 사설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 몰라” 끝없는 尹 실언>

보수성향의 문화일보는 23일 사설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 몰라” 끝없는 尹 실언>에서 “(막말 논란은) 정치초보자여서가 아니라 근원적으로 소통과 인식에 문제가 있지 않으냐는 의문까지 불러일으킨다”며 “문제가 생기면 뒤늦게 ‘오해’ ‘와전’ 등으로 변명하는 패턴도 보기 지겹다”고 했다.

주요 신문이 일제히 윤석열 후보의 막말을 비판한 것과 달리, 조선일보는 일체 언급을 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23일 지면 기사에서 윤 후보가 극빈층 비하발언을 했다는 소식을 간략히 전하고, 윤 후보 측 해명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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