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지상파 3사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가 조만간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MBC 프리랜서 방송작가와 광주MBC 아나운서가 해고됐다. MBC <뉴스외전> 작가들은 지난달 30일 MBC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으며, 광주MBC 아나운서는 5년 8개월 동안 일했지만 해고 통보도 직접 듣지 못했다.

방송작가유니온과 권리찾기유니온은 22일 서울고용노동청에 이들에 대한 근로자지위확인 공동진정을 접수했다. 이에 앞서 열린 가지회견에서 김한별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장은 “이번 작가 해고 사건은 MBC에 근로감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발생했다”며 “뉴스외전 작가 모두 근로감독 대상자였고, 고용노동부는 이들이 ‘근로자성 인정 여지가 높다’고 판단했다. MBC는 이같은 사실을 통보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근로감독 시정 지시를 통해 직접 근로계약을 맺어야 할 작가를 부당하게 해고했다”고 지적했다.

김한별 방송작가지부장은 “부당해고에 대해 노동청은 근로감독 기간 중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만 반복한다”며 “노동청은 이번 근로감독이 방송작가 개인에 대한 근로자성 판정이 아닌 자리에 대한 근로자성 판정으로 코너를 없애거나, 자리를 없애거나, 작가를 없애면 별달리 규제할 방법이 없으니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로 다투라고 한다”고 전했다.

방송작가지부는 노동청을 향해 ▲지상파 경영진에게 공개한 1차 조사 결과를 공개할 것 ▲근로자성을 인정 받은 작가 개인에게 직접 통보할 것 ▲최종 시정지시서에 프로그램명을 공개할 것 등 3가지를 요구했다.

22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가짜 3.3 근로자지위확인 공동진정 방송노동자 1차 특별접수 기자회견> (사진=미디어스)

해고통보 받고 '태일이' 대본 쓴 <뉴스외전> 작가

A 작가는 이날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해 “평소에 프리랜서라고 생각해왔기에 프로그램이 없어지고 스타일이 안 맞으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계약해지의 경우 처음으로 방송작가를 대상으로 근로감독이 시행됐고 1차 통보에서 우리들이 대상자에 해당됐다는 걸 알면서도 해고 통보를 했기에 따져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문제제기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20년 차인 A 작가는 2019년 4월부터 MBC <뉴스데스크> 팀에서 일하다 지난해 12월 <뉴스외전>으로 팀을 옮겼다. 팀장은 내년 대선과 동계 올림픽으로 결방이 잦아 일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된다며 11월 30일 구두로 해고통보를 했다. A 작가는 “지금 진행 중인 근로감독에서 저를 비롯한 <뉴스외전> 작가 3명은 근로자성이 매우 유력하다는 1차 결과가 나왔다고 하는데, 근로감독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서둘러 내보내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A 작가는 <뉴스외전> 운영 시스템이 독특하다고 지적했다. 5일 중 3일을 15분짜리 ‘핫이슈 인물’ 코너를 담당하는데, 모든 섭외를 작가 혼자 진행했다. 작가 업무 외적인 일인 밑그림 의뢰, 생방송 진행시 자막 콜, 방송 끝난 뒤 온라인 송출용 대담 내용 정리, 출연자 정산, 출연자 의전, 차량등록 의뢰 등을 모두 감당했다.

6월 근로감독 시행 전까지 팀장은 새벽이든 주말이든 수시로 연락했다. A 작가는 “작가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시스템을 바꾸자고 했더니 나가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며 “제가 1년 동안 참은 이유는 MBC는 인사가 잦아서 좋은 기자가 오길 기다렸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A 작가가 투쟁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전태일’ 관련 아이템을 다루면서다. A 작가는 해고 통보를 받고, 전태일 열사의 삶을 그린 영화 ‘태일이’를 소개하는 인터뷰 코너 대본을 맡았다. A 작가는 “태일이 영화 관련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고 해서 ‘너무 좋다’고 말한 지 사흘 뒤 해고 통보를 받았다”며 “'현실엔 아직도 전태일이 많다. 근로기준법을 피해가는 편법과 부당해고가 비일비재하다'는 대본을 쓰면서 목이 막히더라. 이 사람들이 나를 사람으로 보는 건가 싶었다”고 울먹였다.

공채로 들어와 프리랜서 계약하고 해고된 광주MBC 아나운서

이날 특별진정을 접수한 김동우 광주MBC 아나운서는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 정식으로 입사했지만 프리랜서 업무위임계약서를 작성했다. 광주MBC는 김 아나운서 입사 당시 고정된 주급을 지급했으나 다른 아나운서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자 해당 아나운서와 계약을 해지하고 2017년부터 담당 프로그램별로 나눠 계약서를 작성하는 방식을 택했다. 김 아나운서는 6년가량 정규직 아나운서와 비슷한 업무량을 소화해왔다.

김 아나운서는 “입사 후 정확히 5년이 되는 올해 4월 새로 부임한 보직자는 사무실에서 책상과 비품을 빼고 공유오피스로 가라고 지시했다. ‘너는 비상근이어서 이 사무실에 함께 있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고 전했다. 이후 8개월 동안 김 아나운서가 맡은 프로그램들이 순차적으로 폐지됐고, 정규직 아나운서에게 업무가 넘어갔다.

프로그램 폐지와 함께 알게 된 해고 소식도 직접 듣지 못했다. 김 아나운서는 “내년 1월 1일 회사는 경영 어려움으로 모든 데일리 프로그램을 폐지하는데 그 누구도 제게 말이 없었다”며 “며칠 전 보직자에게 전화 걸었을 때 ‘담당 PD에게 들었으면 된 거 아니냐’는 말을 듣고서야 알았다”고 전했다.

김 아나운서는 “일 없으면 알아서 집에 갈 거라고 숨죽이며 지켜보던 회사로부터, 빼앗긴 줄도 모르고 살았던 제 권리를 찾을 것”이라며 “반드시 승리해 같은 일을 겪은 이들에게 힘과 용기가 되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권리찾기유니온과 방송작가유니온이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방송노동자 근로자지위확인 공동진정'에 앞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방송 비정규직 근로자성 인정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

김유경 돌꽃 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방송작가들의 노동자성 인정은 상식적이고 당연한 흐름”이라며 “지난 3월 중앙노동위원회는 MBC 보도국 작가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했고 지난 9일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KBS전주총국 작가를, 어제 법원은 YTN에서 수년간 프리랜서로 일했던 디자인팀원 12명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 노무사는 “고용노동부가 근로자성을 조사한 이유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라는 것인데 MBC는 중노위 판정 이후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돈으로 때우겠다는 식으로 맞서고 있다. ‘뉴스외전’ 작가 해고 역시 근로감독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걸 넘어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해고로 압박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노무사는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 결과를 이행하지 않고 노동위원회에 가서 해결하라는 등 수수방관하고 있다”면서 "근로계약 체결 대상자를 회피하는 행태를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은 “근로자성을 인정해야 하니 당사자부터 해고해버리는 MBC를 규탄하고 이를 방조하는 노동청을 강력 규탄한다”며 “방송 비정규직들이 이번 근로감독을 통해 원한 것은 해고가 아닌 정당한 노동환경으로 노동청은 부당하게 해고당한 이들의 권리를 찾고 잃어버린 노동자성을 되돌려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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