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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장관의 역할이 ‘노동탄압’인가[최강욱의 법과 언론] 변호사·법무법인 청맥
최강욱·변호사(법무법인 청맥) | 승인 2008.04.14 08:06

법무부 장관이 지난 4월 3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노사교섭 결렬 선언이 있어야 파업 찬반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해당 법의 소관 부처인 노동부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발끈했고, 노동계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는 기사가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법무부는 “실무진이 검토 중인 하나의 안에 불과할 뿐”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언론사의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자료일 뿐 장관이 직접 말한 게 아니다”라는 해명도 내놓았다. 하지만 노동계는 “생각 자체가 위헌적 발상”이라며 반발했다. 결국 법무부장관이 지나치게 대통령과의 코드 맞추기에 골몰한 나머지 오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으로까지 이어지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대통령과의 코드 맞추기 끝에 나온 법무부 장관의 ‘오버액션’

   
  ▲ 한국경제 4월4일자 13면.  
 
이뿐 아니다. 일산 초등생 납치 미수사건과 관련해 ‘진노’한 대통령이 경찰서를 방문한 다음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법무부 장관은 가칭 ‘혜진·예슬법’을 만들겠다며 발 빠른 대책을 보고했다. 하지만 ‘혜진·예슬법’의 내용을 보면 상징적 의미는 있을지언정 실상 크게 달라질 것은 없었다. 이미 현행법으로도 아동성폭행 후 살해범의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 선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법원 내부 게시판을 통해 이를 “전시효과”라고 꼬집기도 했다. 법무부의 코드 맞추기는 대통령 업무보고 때부터 심상치 않았다고 한다.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 불법시위·파업 엄단 등 대통령의 ‘친기업’ ‘떼법 청산’ 방침에 맞춘 정책이 쏟아졌다. 당시에도 역시 관련 부처나 주무부처와 상의하지 않았다는 비판 또한 이어졌다.

파업과 관련한 법 개정을 밝힌 법무부 장관의 대담과 관련하여 노동계는 "기업을 위해서는 온갖 혜택을 부여하면서 노동자와 약자들의 집단행동은 사사건건 불법으로 몰아가려는 것"이라며 일제히 반발했다. 소관부서인 노동부도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김경한 장관의 발언을 자세히 보면 "노조가 현행법의 맹점을 악용해 일단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 뒤 파업 돌입을 압박수단으로 삼아 노사교섭을 진행하고 있다"며 "관련법을 개정해 앞으로는 최종적으로 노사교섭 결렬선언이 있어야 찬반투표를 실시할 수 있게 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행법에는 명시되지 않은 파업 찬반투표 실시 시기를 법으로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노동계는 김 장관의 발언이 노동3권의 핵심인 쟁의권을 크게 제한하려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보고 크게 우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동3권 핵심인 쟁의권을 제한하려는 김경한 법무부 장관

하지만 노사협상 결렬 직후에 돌입하는 찬반투표는 찬성률이 높을 수밖에 없고, 가결된 파업은 반드시 돌입해야 한다면 노사관계는 오히려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김 장관의 발언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탁상행정의 결과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파업 결정이 있더라도 당사자간 협상으로 언제든지 파업을 취소할 수 있어야 하고 실제 대부분의 경우 파업 직전 또는 파업 중 대화로서 파업을 철회하고 있는데, 법무부 장관은 이를 잘 몰랐던 것 같다. 사정이 이러니 한국노총은 "대형 로펌 출신 법무장관의 인식이 이토록 천박할 줄은 몰랐다"고 비난하기도 했으며, 이러한 시각에서 김 장관의 발언은 결국 파업권을 제한하려는 취지라고 보고 "법무부 장관의 발언은 서슬퍼렇던 군사정권 시절을 연상하게 한다"며 "노동부 장관이 있음에도 앞장서서 노동관계법 개정을 약속하는 눈치 빠른 처신도 놀랍다"고 평하기도 했다

   
  ▲ 세계일보 4월4일자 8면.  
 
약자의 지위에 있는 노동자가 사측과 힘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법률이 단체행동권으로 노동자를 뒷받침해 준 것인데, 법무부 장관의 말대로 법 개정이 될 경우 단체교섭권 자체가 형해화 돼 위헌의 소지가 있으며 사용자가 더욱 불성실한 태도로 교섭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노동계의 당연한 우려이다. 민주노총은 "성실교섭을 노골적으로 해태해 노사 대립기간을 불필요하게 장기화시키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규제하고 처벌을 강화시켜야 함에도 거꾸로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마저 침해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또 "협상 결렬 선언이 법에 명시된 것도 아닌 다음에야 노사교섭 결렬의 해석을 자의적으로 하게 돼 쓸데없는 분쟁을 야기시키게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반면 경영계는 금번 법무부 장관의 견해는 우리 산업현장에서 빈발하고 있는 잘못된 교섭관행과 투쟁관행을 바로잡고자 하는 취지에서 나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 노동계는 그 동안 소위 '벼랑끝 전술'을 내세워 단체교섭 개시 이전 또는 단체교섭 초기부터 파업일자를 정하고 단체교섭 진행 중에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며 이를 활용하여 회사를 압박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노조의 이러한 태도는 노조의 목적이 결코 원만한 타결에 있지 않고 '투쟁을 위한 투쟁'을 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사용자도 성실한 교섭을 통한 노사간의 협상 타결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용자들은 근로자들의 쟁의행위는 "최후 수단적 성격"을 가지는 것이므로 쟁의행위를 위한 절차인 쟁의행위 찬반투표 역시 단체교섭이 최종적으로 결렬된 이후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그러므로 경영계는 노동계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법무부의 의견표현이 마치 노동3권의 제한인양 비약시키는 것은 매우 적절치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반론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조정자 역할보다는 노사간 시각차만 ‘조장한’ 법무부 장관

결국 법무부 장관은 공익의 수호자로서 노사간의 갈등을 공정한 입장에서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은 전혀 하지 못하고, 경솔한 발언을 통해 안 그래도 많이 벌어진 노사간의 시각차를 더욱 극명하게 드러내 갈등을 조장하기만 한 결과를 불러왔다.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법무부가 이러한 문제의 소관부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관련법의 소관 부처인 노동부가 불쾌한 기색을 보이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노동부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법무부로부터 건의를 받은 적도 없으며 내부적으로도 검토하고 있지 않은 내용"이라며 "노조법은 개정한 지 2년도 채 안 됐는데 다시 손보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고 설령 한다 하더라도 노동계와 협의 후에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 경향신문 4월5일자 사설.  
 
이처럼 논란이 벌어지자 법무부는 해명자료를 내고 "장관은 '법무·검찰은 일선 청으로부터 노동사범 수사·공판 과정에서 발굴한 현행 노동관계법의 문제점을 취합한 뒤 관련 법 개정에 반영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답변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지만, 파장이 일게 된 과정을 살펴보면 주관부서가 아니면서도 신중한 검토나 현실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없이 문제를 불거지게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법무부는 우리가 흔히 알다시피 검찰청의 상급기관으로서의 지위 외에도 출입국관리, 교도행정, 인권옹호, 국가송무 등 국민 생활과 관련된 법의 집행을 주관하는 정부부처이다. 실제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제출할 법률안을 검토하는 등의 과정에서 법무부 장관의 의견이 매우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각종 국가적 현안이 결국 법을 통해 해결되어야 할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관부서에 앞서 법무부가 모든 분야에 대한 정책을 제시하고 의견을 강요할 수 없다는 것 또한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적어도 소관부서와의 사전 협조나 양해를 거쳐 법무부의 의견이 표출되는 것이 당연하고, 그래야만 공정한 시각에서 법무부 본연의 임무를 다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행정부의 일원으로 대통령이 제시하는 정책을 효과적으로 구현해 내는 것이 장관의 기본적 임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맹목적 추종 내지 지나친 코드 맞추기가 가장 훌륭한 업무수행 방법이라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물며 법무부의 역할이 정부 정책을 법제화하는데 주요한 부분을 차지함은 물론, 향후 정책의 집행 과정에서도 매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장관의 균형 잡힌 시각은 그 필요성이 더욱 절실한 것이다.

노동자에 대한 탄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법무부의 ‘친기업’

법무부가 지난 3월 19일에 발표한 ‘2008년 업무계획’에 따르면 김경한 장관은 ‘경제살리기’를 최우선에 놨다. 이는 ‘기업하기 좋은 법제 정비’로 나타났다. 김 장관은 행정법규 위반 벌금형을 과태료로 대폭 전환해 기업의 부담을 완화해 주고, 양벌규정 조항도 회사의 고의·과실이 아니라면 면책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예정이다. 중점추진 과제에서 드러난 김 장관의 경제관은 친기업에 가깝다. 기업 CEO 출신 대통령을 보좌하는 장관으로서, 기업에 대한 각종 편의를 적극 제공하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진 자와 못가진 자 사이의 경제적 정의를 이루려는 시도는 눈에 띄지 않는다.

법질서 확립을 ‘떼법 문화 청산’으로 구체화하며 노동단체나 시민사회단체의 불법 집단행동을 근절하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각종 집회마다 참가해 폭력을 일삼는 ‘상습 시위꾼’을 엄정 처리하고 불법파업주체에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보고 결과 업무보고를 한 정부부처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대통령의 칭찬을 들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법무부의 친 기업적인 정책이 노동자에 대한 일방적 탄압으로 이어지거나 기업의 불법과 탈법을 방치하거나 용인하는 것으로 오인되어서는 안될 것이며, 아직 우리 사회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재벌개혁을 통한 경제정의 실현과 자본을 바탕으로 각종 불법적 행동을 일삼는 거악의 척결이라는 과제 또한 무시될 수 없을 것이다. 검찰에 대한 불신을 제거하고 정의로운 검찰상을 구현하는 것 또한 법무부 장관의 중요한 임무라는 점도 여전하다.

결국 새 정부가 표방하는 국민을 섬기는 자세를 다하기 위해서라도 법무부가 균형 잡힌 시각에서 법과 원칙을 심사숙고하며, 소외되고 가슴시린 이들의 고통과 함께 할 수 있는 따뜻한 법 집행에 대한 배려를 거두지 않기를 기대한다. 법무부의 영문 명칭인 ‘Ministry of Justice'에 표현된 바와 같이, 법무부와 그 장관이 정의와 공익의 수호자로서 공평한 시각에서 올바르고 투명한 사회를 이루는데 헌신하여 줄 것을 당부하는 것이 국민들의 공통된 소망일 것이다.

   

아내와 함께 네 아이를 키우며 시골 마을에 깃들어 있다. 가진 능력이라곤 번식력밖에 없다는 점을 늘 안타깝게 생각하는 얼치기 법조인이기도 하다. 짧은 공직생활 중 여러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진실과 정의의 소중함을 절감하였고,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으로 거짓과 위선이 판치는 것을 목도하기도 하였다.

조직이라는 이름과 명분 아래 수 많은 사람들의 인격이 훼손되는 것에 분노하며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어 더욱 과격해지는 자아를 다독이기도 한다. 맑은 세상이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소중한 우리 아이들에게는 사람이 진정으로 존중받고 부패의 악취가 말끔히 사라진 세상을 선물하면 좋겠다는 희망을 안고 산다.

최강욱·변호사(법무법인 청맥)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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