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간판 예능프로그램 <놀러와> <일밤-나는 가수다>를 제작했던 신정수 PD가 MBC노조의 '김재철 퇴진 촉구' 총파업에 동참하고 나섰다. MBC의 해외연수프로그램 <니모를 찾아서>에 참여 중이던 신정수 PD는 MBC노조의 '해외 출장 조합원 파업 동참' 지침에 따라 지난 19일 귀국했다.

신정수 PD는 21일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니모를 찾아서>도 굉장히 좋은 프로젝트였지만 파업 동참이 더 시급한 일이라고 판단했다"며 'MBC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평가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 20일 저녁, 서울 여의도 MBC본사 앞에서 개최된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신정수 PD. ⓒ이승욱

신정수 PD는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K-POP콘서트 등 사장 지시로 내려오는 오더성 프로그램이 많아졌다"면서 "사장 오더로 인해 제작에 돌입하면 (어떻게 하면 프로그램을 더 재밌게 만들지 고민하기 보다) '사장이 어떤 의중을 가지고 이것을 시켰을까'를 먼저 따지는 이상한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고 토로했다.

신 PD는 김재철 MBC 사장의 '나몰라라 일본행'으로 주목을 받았던 MBC와 후지TV 공동 주최의 '한일교류패션쇼' 행사 역시 김 사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MBC노조가 '김재철 퇴진'을 촉구하며 23일째 총파업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를 향해는 "정신 좀 차렸으면 한다"며 "방문진 이사들은 시대가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21일 오후 신정수 PD와의 인터뷰 전문.

- 지난달 30일 MBC노조가 '종결투쟁'을 선언하면서 현정부 출범 이후 5번째 총파업에 돌입했다. 해외출장 도중 이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하게 됐는데

"MBC 사원 5명이 <니모를 찾아서>라는 내부 해외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그중 조합원이 3명이었다. 노조원이었기 때문에 '조합 의견을 따르자'고 해서 곧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니모를 찾아서>도 굉장히 좋은 프로젝트였지만 파업 동참이 더 시급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 'MBC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평가에 대해 동감하나

"예능 드라마 시청률 잘 나온다고 방송사가 잘 된다는 것은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MBC는 Mnet이나 tvN 같은 케이블 방송이 아니다. 공영방송사로서 기본적인 것을 지켜야 하지 않은가. 사실보도 등에 있어서 위축됐다"

- 현 정부 출범 이후 제작 자율성이 땅에 떨어졌다는 지적들이 많은데, 예능PD로서 현장에서 느낀 사례는

"사장의 지시로 내려오는 오더성 프로그램이 많았다. 예를 들어 K-POP 콘서트 같은 것이다. 사장 오더로 인해 제작에 돌입하게 되면, (어떻게 하면 프로그램을 더 재밌게 만들까 고민하기 보다) '사장이 어떤 의중을 가지고 이것을 시켰을까'를 먼저 따지는 이상한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얼마 전에 (김재철 사장이) 갔었던 패션쇼도 해야 하는지 비판하고 반대하는 의견이 있었지만 사장이 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하게 되었다"

(MBC는 지난달 25~27일 후지TV와 공동으로 일본 도쿄의 요요기경기장에서 '한일교류패션쇼(KISS)'를 개최한 바 있다. 김 사장은 MBC기자회가 지난달 25일부터 'MBC의 편파보도'를 지적하며 제작거부에 돌입해 <뉴스데스크>가 15분만 방송되는 등 파행이 빚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작거부 전날인 24일 패션쇼 행사 참석차 일본으로 출국해 '공영방송사 사장이길 포기한 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 MBC에 이어 KBS에서도 총파업 돌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양대 공영방송이 '공정방송 복원', '사장퇴진'이라는 동일한 구호를 내걸고 총파업 단행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

"그동안 MB정권이 어떤 못된 짓을 해왔는지 그대로 보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파업 돌입 이후 <무한도전> 등 예능프로그램이 모두 결방되고 있다. 불편을 겪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재미있는 예능프로그램을 못보는 아쉬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조합원들 역시 아쉬움을 알면서도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파업에 돌입하게 된 이유에 대해 시청자분들이 공감해 주시리라 믿는다"

- 22일 방문진 이사회가 열린다. 구성원으로서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방문진 이사들은 시대가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는 것 같다. 정신 좀 차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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