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재희와 한숙의 대립 과정은 흥미롭게 이어지고 있다. 성진그룹이란 국내 최대 재벌가 며느리가 된 재희가 주도권을 잡고 그 안에서 최고의 자리로 올라가려는 모습들이 충격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재희는 아들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성진그룹 실질적인 오너인 시어머니 한숙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명령했다. 이는 못된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다. 성진그룹이라는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거대한 존재에 대한 저항이자 분노의 발호이다.

자신들이 세상의 중심이라 생각하며 계급을 나누고 살아왔던 그들에게 재희는 언제든 내쳐도 상관없는 하찮은 존재일 뿐이었다. 자신이 낳은 유일한 아들인 준일을 위해 판사였던 재희 아버지가 필요했다. 하찮은 운전기사인 남편이 밖에서 낳아온 아들 준혁의 아내, 재희는 딱 그 정도 쓰임새였다.

필요에 의해 남겨지거나 내쳐질 수 있는 존재인 재희가 하고 싶은 것은 뭐든 한다는 한숙에게 무릎을 꿇도록 했다는 것은 엄청난 변화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절대 넘볼 수 없는 거대 권력을 무너트리는 것은 엄청난 쾌감을 선사하니 말이다.

JTBC 수목드라마 <공작도시>

서고 열쇠를 빼앗고 내쫓으려던 한숙의 계획은 오히려 하찮게 바라봤던 며느리에게 무릎을 꿇는 굴욕으로 이어졌다. 아들의 구속을 막기 위해서라면 그보다 더한 일도 할 수 있는 것이 한숙이기도 하다. 재희는 예정대로 조강현을 검찰총장으로 앉히고, 준일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시키며 거래를 완성했다.

아들 준일을 위해서라면 굴욕적인 상황까지도 받아들이는 한숙에게 결과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준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주고받는 이들의 관계 속에서 대결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대문 열쇠를 쥐었다고 확신하는 재희와 그런 그의 행동을 어린아이 장난처럼 바라보는 한숙의 대립 과정은 흥미롭게 이어졌다.

조강현 동영상의 상대였던 노영주의 산부인과 기록이 발견되었다. 아이를 출산했고 사산 서류를 만들고 입양을 보냈다고 알려진 상황에서 한강에 투신했다는 노영주의 시신이 나오지 않고 있다. 입양 부모는 이 사실을 숨기려 할 테니 염려 없다 생각하는 재희는 그저 노영주의 사망 처리만 서두르려 했다.

맘에 들지 않아도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조강현이라는 점에서 선택지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희와 정호 사이도 불안함을 키우고 있다. 연인이었지만 재희는 욕망을 위해 성진그룹 며느리가 되었다. 한숙의 아들을 구해주는 조건으로, 남편이라 생각하지 않는 남편이 밖에서 낳아서 데려온 아이와 결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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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진그룹 며느리라는 타이틀만 존재하지만 그게 가지는 무게감은 상당하다. 재희는 그 타이틀에 만족하지 않았고, 한심하고 이중적인 남편 준혁을 대통령으로 만들려 한다. 표면적으로는 멋진 존재이기에 꾸미기에 따라 대통령이 되는 것도 그들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숙으로서는 아들로 취급하지 않지만 성진그룹에서 대통령이 나온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나쁘지 않다. 기간이 정해진 권력이지만 대통령을 배출한 가문이라는 것과 반사이익을 생각해보면 반가운 일이다. 이런 상황에 영특한 재희가 일처리를 해가는 모습을 보는 한숙은 나쁘지 않았다.

감히 자신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고 사과하라고 명령할 정도로 대담한 이 아이가 짜증 나고 불쾌하기도 하지만 탐이 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조강현 동영상을 확보한 이가 한숙이라면 재희는 언제 망가질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조강현과 준혁을 묶어 청와대 안주인이 되겠다는 욕망을 품은 재희에게 시한폭탄 같은 이들의 행태가 세상에 알려지면 모든 것은 무너진다. 그렇게 노영주 흔적을 지워가는 재희와 달리, 한숙은 그 집에 숨겨져 있던 파일을 건네받았다.

검은 후드티를 입은 이는 여자다. 아니 여자의 몸으로 보인다. 그리고 한숙의 비서인 선미가 두고 온 돈을 가져가는 장면에서 이설이 등장한다는 것도 흥미롭다. 물론 돈을 가져가는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연이라 치부할 수도 있지만, 진혁의 후배인 동민이 보고 있던 노영주 사진이 이설이라는 것도 중요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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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희가 한숙을 무릎 꿇린 후 많은 것들이 변했다. 손위인 첫째 며느리, 갤러리 대표 주연이 전시회 해설을 부탁한 유 장관 대신 재희는 이설을 해설사로 선택했다. 이 일로 주연은 재희의 뺨까지 때리지만 거기까지였다.

자기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주연에게 경고를 하는 재희는 거칠 것이 없었다. 그리고 유 장관 역시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은 과거 자신이 성상납을 받으려 했던 대상이 바로 재희였기 때문이다. 이 상황들을 보며 한숙은 비서에게 자신이 키웠던 개 이야기를 이어갔다.

애지중지 키웠던 개 루비를 아버지가 사냥터에 데리고 가 화를 냈지만, 그건 자신을 지켜주도록 훈련을 시킨 것임을 알았다. 나이가 든 루비는 다쳤고 임신한 상태에서 상처에 약을 바르는데 아픈 나머지 자신을 문 루비를 아버지 총으로 죽였다는 한숙의 말에 비서가 놀랄 정도였다.

한숙은 자신이 키우던 개 루비를 재희와 비교하고 있었다. 언제든 기어올라 자신을 물면 제거하겠다는 경고이기도 했다. 재희는 유 장관 사건으로 확실한 선택을 했다. 검사가 되려는 연인과 헤어지고, 판사인 아버지의 거래로 원하던 성진그룹 며느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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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한심한 남편을 대통령으로 키우고 한숙의 뒤를 이어 성진그룹의 실세가 되고 싶은 욕망에 휩싸여 있다. 성진 물산 지분을 받아 문화재단에 기부하고 그곳의 전권은 자신이 가지겠다는 재희의 당돌함에 한숙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원래 받기로 약속한 지분이지만 줄 마음이 없었던 한숙은 대담한 재희의 행동이 궁금했다.

자신의 집 앞까지 찾아온 정호가 더러운 욕심을 언급하자, 짧은 입맞춤을 하고 진심이 희롱당하고 농락당하는 것이 바로 더러운 욕심이라 언급했다. 자학하며 분노한 재희의 이 행동은 그의 발목을 잡는 이유가 되었다. 당했던 주연이 사람을 시켜 감시하다 그 장면을 찍었고 이는 시어머니인 한숙에게 건네졌다.

한숙이 가져오라는 파일 안에 담긴 사진을 보고 재희는 오히려 분노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을 감시하냐며 말이다. 하지만 한숙은 아버지 사냥총을 겨누며 재희가 자신에게 요구했던 대로 무릎 꿇고 머리 조아려 사죄하고, 나아가 눈물까지 흘리면 좋겠다는 말을 그대로 되갚아줬다.

폼나게 살고 싶었다는 재희는 시어머니 요구대로 무릎을 꿇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한숙은 그저 굴욕을 맛보게 하고 자신의 페이스를 되찾기 위한 행동이었지만 재희에게는 간절한 순간들이었다. 한숙이 겨눈 총구를 잡고 자신을 인간답게 대우하라며 그렇지 않을 거라면 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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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랑이가 벌어지는 사이 총이 발사되었고 피투성이가 된 재희는 이를 계기로 주도권을 쥘 수 있게 되었다. 목숨까지 내던지며 벌인 재희의 이 대범함에 한숙도 물러설 수밖에 없다. 다시 기회를 잡아 제거하려는 마음을 가질 수는 있지만 현재 시점에서 재희를 건드릴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재희는 이설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봤다. 갤러리 대표의 부당함에 맞서 싸울 정도의 대담함과 전시회 작가에 대한 탁월한 분석은 재희의 시선을 끌었다. 이설 역시 재희의 마음에 들기 위해 준비한 것들이 받아들여져서 고마웠다.

닮고 싶다는 이설의 발언은 실제일 것이다. 그리고 재희가 선택한 남자에 대한 호기심까지 보이는 이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재희 할머니 죽음과 관련된 준혁 아버지에 대한 복수가 과연 재희와 충돌하며 적대적인 상태로 변할지, 아니면 둘이 손을 잡고 욕망을 채울지 그것 역시 흥미롭게 다가온다.

단순해 보이지만 의외로 촘촘한 이야기 구조는 흥미롭게 다가온다. 충분히 매력적인 이야기를 품은 채 강렬하게 시선을 사로잡는 <공작도시>는 아직 실제 발톱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총기 사고로 인해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는 점에서 이후 이야기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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