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서울중앙지검이 지난달 12일 MBN 자본금 불법충당·분식회계 사건에 연루된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을 불기소 처분했다. 장 회장이 불법 행위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게 검찰의 불기소 이유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과 세금도둑잡아라는 13일 MBN과 전·현직 임원(장대환 회장, 장승준 매일경제 대표, 이유상 전 MBN 감사, 류호길 MBN 대표 등)의 분식회계·공무방해·배임·자본법 위반 혐의에 대한 불기소 처분에 불복하는 항고장을 서울고등검찰청에 제출했다.

장 회장을 비롯한 MBN 임원들은 방송통신위원회를 속이고 2011년 최초 승인, 2014년·2017년 재승인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는다. MBN은 종합편성채널 출범 당시 최소 자본금 3000억 원을 충당하기 위한 유상증자 과정에서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하고, 은행에서 550억 원 가량을 임직원 명의로 차명대출 받았다. 배임 혐의는 장 회장이 MBN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받은 퇴직금 36억원이 과도하다는 내용이다. 미등기 임원인 장 회장이 당시 MBN에 발생한 누적결손금(2018년 기준 462억 원)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퇴직금을 타갔다는 것이다.

앞서 2019년 검찰은 증권선물위원회가 고발한 MBN 임원들을 자본시장법·외부감사법 위반으로 기소하면서도 장 회장을 불기소 처분했다. MBN 법인, 이유상 매경미디어그룹 부회장, 류호길 대표, 장승준 대표 등은 2심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위계공무방해·방송법 위반 '무혐의'… 방통위 책임 따진 검찰

서울중앙지검은 장 회장을 비롯한 MBN 임원들의 혐의를 공소시효 만료,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위계공무방해·방송법 공소시효는 각각 7년, 5년이다. 이에 따라 2011년 최초승인 등에서 발생한 위계공무방해·방송법 위반 혐의는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됐다.

2014년·2017년 종편 재승인에 관한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은 MBN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방통위를 속이기 위한 적극적 위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행정관청의 심사방식 한계로 인해 MBN이 제출한 자료에 의존해 심사한 책임을 MBN에 묻기는 어렵다는 결론 내렸다.

이 같은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서울중앙지검은 방통위의 책임을 거론했다. 2011년 최초 승인 당시 서약했던 '이면계약 등 기타의 방법으로 타인을 대리하여 참여하는 구성 주주가 없다'는 요구사항이 2014년·2017년 재승인 때 서약서 양식에서 삭제됐다는 것이다. 또 주주현황 양식에서 형식 주주와 실질 주주가 다른 경우나 수익보장 약정이 존재할 경우에 대한 설명이나 표기항목이 없었다.

서울중앙지검은 "방통위는 2011년도 최초 승인 당시의 허위 자료 제출 및 불법성이 이후 재승인 심사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나, 최초 승인과 각 재승인은 별개의 행정처분에 해당한다"며 "방통위가 교부한 각 승인장 기재에 따르더라도 '승인유효 기간'이 3년으로 기재되어 있는 점, 방송법 벌칙 규정도 승인과 재승인을 구분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각 재승인은 그 처분별로 나누어 인과관계를 판단함이 상당하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나아가 방통위의 주장과 같이 2011년도의 불법성이 이후의 재승인 심사에 영향을 미친다면 방통위가 본건 고발 이후인 2020년에도 재승인을 했고 현재까지도 승인 또는 재승인을 취소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서울중앙지검은 2013년 시민사회가 MBN 차명거래 가능성을 제기했을 당시 방통위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당시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은 방통위를 상대로 종편 개인주주 구성 등을 비롯한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방통위의 정보공개결정 이후 MBN이 방통위를 상대로 정보공개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하면서 종편4사 중 MBN의 개인주주 정보는 공개되지 못했다.

당시 방통위가 MBN을 상대로 개인주주들과 회사와의 관계, 대규모 자금의 출처, 보증 여부 등에 대한 소명자료를 요구할 권한이 있었는데 재승인 백서 등의 기록을 보면 심사과정에서 이 같은 논의나 심사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서울중앙지검 판단이다. 하지만 방통위 담당자들은 "차명주주들이 기재돼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당연히 제출된 자료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비교 검토 등을 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사진=연합뉴스)

2017년 재승인 때 발생한 방송법 위반 혐의에 서울중앙지검은 위계공무방해죄를 구성요건으로 봐야한다면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방송법은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재승인을 얻은 자'를 처벌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MBN의 적극적 위계를 인정하기 어렵고, MBN 차명주주 의혹에 대해 방통위가 사실관계를 확인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MBN의 제출자료가 재승인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들은 항고장에서 "분명한 건 MBN이 허위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면 2014년·2017년 재승인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이라며 "방통위는 MBN이 최초 승인을 받을 당시 제출한대로 3950억 원의 자본금이 충족됐다는 전제 하에 모든 심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또한 허위자료를 제출했다는 것만으로도 재승인을 하지 않을 충분한 사유가 된다"며 방통위가 재승인 신청서를 접수하면서 받는 '서약서'의 내용을 제시했다. 방통위 서약서는 '본 법인은 재승인 신청서류를 사실에 따라 작성하였으며,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허위기재사항이 있을 경우에는 어떠한 불이익처분도 감수하겠다'는 내용이다.

시민단체들은 "검사의 불기소이유에 따르면, 앞으로 대한민국에서는 인·허가를 받기 위해 행정관청에 허위서류, 허위 재무제표를 제출해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게 될 것"이라며 "MBN 한군데를 불기소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법질서를 무너뜨려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대환 '회계·재무 보고 받은 적 없다' 결론

서울중앙지검은 MBN의 자본금 편법충당과 분식회계 내용을 몰랐다는 장대환 회장 주장을 뒤집을 증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장 회장은 MBN 회계·재무 업무는 당시 이유상 부회장이 전권을 가지고 있었고, 자신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보고를 받은 적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유상, 류호길 등 MBN 임직원들의 진술이 장 회장 주장에 부합하고, MBN으로부터 입수한 이메일·관리장부·업무용PC 등의 자료를 보더라도 차명 주주에 관한 실질적 결정을 한 주체는 이유상 부회장으로 확인된다고 판단했다.

2020년 10월 20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세금도둑잡아라, 민생경제연구소는 서울중앙지검에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장승준 매일경제 대표, 이유상 전 MBN 감사, 류호길 MBN 대표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검찰이 장 회장을 제대로 소환해 조사한 것이 맞느냐고 따져물었다. 시민단체들은 "이 사건의 핵심은 장 회장이 지배주주이자 대표이사 회장으로서 MBN의 종편선정과정 전체를 지휘·감독하는 위치에 있었는데도, 다른 공범들은 자본시장법 위반과 외부감사법 위반으로 이미 처벌 받았는데도, 가장 책임이 큰 장 회장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회계·재무와 관련한 실질적 결정을 이유상 부회장이 했다는 주장은 장 회장이 증권선물위원회에서도 했던 변명일 뿐이라면서 "검사가 수사를 통해 새롭게 진술을 확보한 것이 없다는 얘기다. 검사는 장 회장뿐 아니라 주변 관련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단체들은 "당시 종편에 선정되느냐 마느냐는 거대 언론사들이 사활을 걸고 있던 사안"며 "게다가 자본금이 부족해 승인요건을 채우지 못할 상황이 되자 위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승인받기로 하는 의사결정을 최고 의사결정자가 보고도 받지 않았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고 비판했다.

또한 시민단체들은 서울중앙지검 판단대로 장 회장이 MBN의 회계·재무 의사결정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보고도 받은 적이 없다면 거액의 퇴직금 36억 원은 '직무와 보수간의 합리적 수준'을 벗어난 증거라고 지적했다. 장 회장이 회사에 실질적 기여를 하지 않고 월급과 거액의 퇴직금을 챙겼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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