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천안함 음모론' 유튜브 영상에 '시정요구(접속차단)' 결정을 내리자 '전체주의적 사고에 기초한 반민주적 검열'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접속 차단된 해당 유튜브 콘텐츠는 '천안함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동영상 8개다. 해당 영상은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의해 피격된 것이 아니라 좌초 후 잠수함과 충돌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의 주장을 담고 있다. 지난 10월 28일 방통심의위 통신심의소위원회는 해당 유튜브 동영상 8건에 대해 ‘해당없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천안함재단은 지난달 8일 성명을 통해 “천안함은 2010년 민군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피격으로 결론이 났고,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면서 방통심의위에 민원을 다시 넣겠다고 밝혔다. 천안함재단은 ‘해당없음’ 결정을 받은 해당 유튜브 영상 8건에 대해 지난달 11일 방통심의위에 심의 민원을 제기했다.

새날 유튜브 화면 갈무리

방통심의위 통신심의소위원회는 9일 해당 영상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고 다수의견으로 '시정요구(접속차단)'을 결정했다. 정보통신 심의규정은 방송심의 규정과 달리 재심 조항이 없고 ‘시정요구’를 받을 경우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만 명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방통심의위는 “심의신청 주체가 국방부에서 천안함재단으로 바뀌면서 명예훼손 해당 여부가 추가됐고, 지난번 결정 이후 천안함 진수식에 생존 장병들이 참석을 거부하는 등 사회적 혼란이 야기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날 통신소위는 해당 영상이 ▲부정 여론 확산으로 인한 사회 혼란 ▲피해 장병의 명예훼손 ▲사회질서 교란 등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15일 <방통심의위의 ‘천안함 잠수함 충돌설’ 유튜브 동영상 접속차단 결정, 사회질서 검열 기구가 되겠다는 방통심의위를 규탄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오픈넷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근본적 이유는 국가의 사상 통제를 벗어나 민주주의 전제인 사상의 다원성·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라면서 “그런데 이처럼 국가가 역사적 사건에 대한 ‘진실’을 결정하고 이에 반하는 표현을 ‘사회혼란 야기’ 등을 이유로 금지하는 것은 전체주의적 사고에 기초한 반민주적 검열”이라고 지적했다.

오픈넷은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수 있는 내용’을 심의대상으로 삼고 있는 규정은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기준으로 판단자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표현물이 부당하게 검열될 수 있기에 위헌의 소지가 높은 독소 조항”이라며 “방통심의위가 국론에 반하거나 정부 비판적인 표현물을 검열하는 데 (조항을) 남용할 위험이 높은데, ‘역사 왜곡’, ‘국론 분열’ 등을 이유로 한 이번 결정은 위험을 현실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단법인 오픈넷 (사진=오픈넷)

‘유튜브 콘텐츠가 천안함 장병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통신소위의 의견에 오픈넷은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의혹 제기가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오픈넷은 “천안함의 침몰 원인이 무엇이든, 천안함 사건 관련자들이 국방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다 참변을 당한 사실은 같다”며 “천안함 침몰의 외부적 요인에 대한 의혹 제기가 관련자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표현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픈넷은 “역사적 사건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의혹 제기는 표현의 자유로 보장 받아야 한다”며 “사건에 대한 진술이 관련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명예훼손적 표현’을 단죄한다면 역사적 사건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해당없음 결정 이후 사회적 혼란이 야기된 점 등이 고려됐다’는 통신소위의 설명에 대해 오픈넷은 “방통심의위가 표현물의 내용이 아니라 여론이나 관련자의 반응을 가지고 ‘사회 혼란 야기’ 여부를 판단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넷은 “‘사회 혼란 야기’ 심의규정 판단은 쉽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오픈넷은 “방통심의위의 통신심의 제도는 인터넷 표현물에 대한 행정검열로 아주 예외적으로 불법성이 중대하고 명백한 정보에 대해서만 이루어져야 그 정당성이 유지될 수 있다”며 “방통심의위의 이번 결정은 앞으로 국가가 정한 역사적 사실에 반기를 들거나 다수의 여론에 이의를 제기하는 국민의 표현물, 국론을 분열시키고 사회질서를 혼란하게 하는 모든 ‘불온’한 표현물을 검열하는 기관이 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오픈넷은 “방통심의위가 국민의 사상을 통제하는 반민주적인 사회질서 검열 기구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이번 결정을 속히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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