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넣는 수비수'로 유명한 곽태휘(울산 현대)는 '오뚝이'같은 축구 인생을 살아온 선수입니다. 신체적인 악조건과 온갖 시련을 이겨내고 국가대표 수비수, K리그 대표 최우수 중앙수비수로 거듭났던 그였습니다. 그랬던 그가 최강희호 축구대표팀 첫 주장이라는 중책을 맡았습니다.

2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 29일 쿠웨이트와의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최종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이 주장으로 곽태휘를 선임했습니다. "잘 생겨서 주장으로 선임했다"고 재치 있게 말했던 최 감독은 곽태휘가 소속팀에서 리더 역할을 잘 수행한 것이 대표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선임 배경을 밝혔습니다. 이로써 1년 동안 주장 완장을 찼던 박주영의 바통을 이어 곽태휘가 대표팀 새 주장으로 활약하게 됐습니다.

곽태휘의 주장 선발은 나름 의미가 있습니다. 곽태휘의 내외적인 능력을 신뢰한다는 것도 있지만 곽태휘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이야깃거리를 생각해보면 주장에 대한 의미가 남다른 면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 곽태휘 ⓒ연합뉴스
오직 실력으로 대표팀 주장까지 꿰찬 곽태휘

잘 알려진 대로 곽태휘는 어렵게 선수 생활을 했던 선수였습니다. 늦은 나이에 축구를 시작했고, 거기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왼쪽 눈에 축구공을 맞아 시력을 잃는 사고를 겪으며 힘들게 선수 생활 초창기를 보냈습니다. 이후에도 허리디스크, 어깨, 무릎 부상 등으로 부상을 달고 살았고, 시련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국가대표로 활약하면서도 무릎 전방 십자인대 부상으로 수차례 선수 생활을 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남아공월드컵 본선 개막 직전에 다쳐서 뛰지 못하게 됐을 때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그럼에도 곽태휘는 프로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주목받았고, 국가대표에 꾸준하게 선발됐습니다. 수비수임에도 가공할 만한 제공권 능력을 앞세워 골을 넣는 모습은 '골 넣는 수비수'라는 친숙한 별칭을 얻게 했고, 잘 생긴 외모 덕에 팬들도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울산 현대에서 활약했던 지난해 주장직을 맡아 중추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준우승까지 오르는 데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듬직한 맏형 역할까지 한 그의 모습에 많은 이들은 신뢰를 가졌고, 꾸준한 상승세를 바랐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곽태휘가 대표팀 주장에까지 이름을 올렸습니다. 월드컵 최종예선에 가느냐 마느냐를 놓고 아주 중요한 시기에 대표팀 주장을 맡게 됐을 정도면 그만큼 새 코칭스태프의 신뢰가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온갖 어려움에서도 꿋꿋하게 이겨내 최고 수준의 선수가 된 것만으로도 어려운 상황에 처한 한국 축구 대표팀의 주장을 이끌 자격과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는 겁니다. 노력하면 언젠가 보상받는다는 정의가 통했던 것입니다.

곽태휘 개인에게는 중대한 터닝포인트 될 것

대표팀 주장을 통해 곽태휘는 월드컵 본선 출전을 향한 꿈도 살릴 수 있게 됐습니다.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맹활약해 본선 출전도 유력했던 그가 무릎 십자인대 부상으로 고개를 떨궜던 아픔을 털어낼 수 있는 기회가 열렸습니다.

꾸준한 경기력 유지가 관건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미 한 번 아픈 기억이 있던 터라 이를 악물고 다음 무대를 도전할 곽태휘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 과정에 이번 주장직 선임은 곽태휘에게 마음을 다잡고, 큰 도전의 중대한 시발점이 될 수 있는 측면에서 아주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볼 수 있습니다.

최강희 감독의 소신 있는 리더십도 주목할 만합니다. 최 감독은 능력 있는 선수, 감각이 살아있는 선수를 위주로 이번 대표팀을 꾸렸습니다. 하지만 주장 교체는 다소 민감한 문제였습니다. 선수의 자존심과도 연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새 출발을 위해 불가피하게 주장 교체를 택했습니다. 그것도 아직 한 번도 인연이 없지만 평소 K리그 경기를 지휘하며 높이 평가했던 곽태휘를 주장으로 선임했습니다. 다소 위험 부담이 있을 수 있는 선택이었지만 곽태휘의 능력을 믿는 감독만의 소신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조용하면서도 당당한 리더십, 곽주장을 응원한다

남아공월드컵 엔트리에서 낙마한 뒤 곽태휘는 미니홈피에 "세상이 가끔 나를 힘들게 만들어도...나는 결코...세상에게...지지않는다...내가 최고다..."라는 글을 남긴 바 있습니다. 이후 곽태휘는 그 말 그대로 실천했고, 지난해 K리그 최우수 수비선수상을 받았습니다. 이제 월드컵 본선 출전이라는 꿈을 위해 2년이라는 시간을 더 힘겹게 싸워야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어쩌면 아주 중대한 관문이 될지 모르는 쿠웨이트와의 월드컵 3차예선 최종전에서 주장 완장을 차게 된 곽태휘입니다.

톡톡 튀는 리더십보다 '조용한 카리스마'가 돋보였던 곽태휘, 그라운드에서 늘 당당했던 모습 그대로 든든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곽주장'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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