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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밭 없애라” 식량빈국의 합창[기고] 김영호 시사평론가·언론광장 공동대표
김영호 시사평론가·언론광장 공동대표 | 승인 2008.04.11 10:56

지구촌의 곡물재고량이 바닥으로 떨어져 식량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수출국들이 수출물량을 제한하거나 아예 금수조치에 나섰다. 수출국에서는 수출제한에 반대하는 농민시위가 벌어지고 수입국에서는 빈민폭동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나라 농업정책은 거꾸로 갈 판이다. 공장이나 주택을 짓게 농지규제를 풀라고 야단이다. 집권세력과 산업계가 논밭을 없애라고 합창하는 형국이다.

시카고 상품거래소 기준 곡물 평균가격 추이를 보면 지난 2년 동안 곡물가격이 2∼3 배나 폭등했다. 밀 거래가격이 2006년 1월부터 금년 1월까지 2년 새 275%나 올랐다. 콩은 215%, 옥수수는 228%나 뛰었다. 아시아 지역의 주식인 쌀값은 금년 들어 급등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3월말 태국산 시세가 1t당 760달러로 석 달 새 107%나 뛰었다.

   
  ▲ 한국경제 4월5일자 2면.  
 
미국 농무부가 금년 8월말 세계곡물재고율(재고량/소비량)이 14.6%로 떨어진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것은 1972~73년 곡물파동 때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곡물가격이 뛰자 수출국들이 물가안정을 위해 잇달라 수출제동에 나섰다. 러시아가 작년 11월 밀 10%, 보리 30%의 수출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우크라이나가 밀, 보리, 옥수수, 호밀에 수출할당제를 실시했다.

중국이 사료용 곡물부족으로 돼지파동이 일어나자 작년 7월 바이어연료 생산을 금지했다. 작년말에는 84개 곡물에 대해 수출제한 조치를 취했다. 아르헨티나도 밀, 옥수수, 콩에 부과하는 수출관세율을 인상했다. 인도는 지난해 10월 쌀, 밀의 수출을 중단했다. 세계 2위의 쌀 수출국인 베트남이 신규 수출계약을 금지했다. 반면에 EU(유럽연합)는 식량위기에 대비한 물량확보를 위해 수입관세를 내년 8월까지 폐지했다. 

사태의 심각성은 곡물파동이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이라는데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잦은 홍수와 가뭄으로 곡물생산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호주는 4년 연속 가뭄으로 곡창지대가 말라가고 있다. 뉴 사우드 웨일즈의 리튼 지역은 2001년에만 해도 쌀을 164만t 생산했다. 그런데 비가 안와 올해는 겨우 1만5,000t을 수확한다 소식이다. 1/100로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환경오염, 물 부족도 큰 원인이다. 사막화가 농지감소를 촉진하고 있다. 인구대국 중국-인도(Chindia)의 경제성장도 식량위기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산업화-도시화로 농지잠식이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농현상이 겹쳐 노동력이 줄고 있다. 소득향상에 따라 육류소비가 늘어나면서 사료용 곡물수요가 급증해 가격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바이오연료도 곡물파동의 원인으로 가세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7대 경제대국을 표방하고 나섰다. 그런데 G7(선진공업 7개국)중에 일본을 빼고는 곡물자급률이 100%를 넘지 않는 나라가 없다. 일본도 자급률을 45%로 끌어올리는 정책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호주 280%, 프랑스 329%, 캐나다 164%, 독일 126%, 스웨덴 120%로 높다. 이것은 식량을 자급하지 않은 나라는 강국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정치적 독립성도 유지하기 어렵다고 역사는 말한다.

그런데 이 나라는 식량자급률이 25.3%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꼴지 수준이다. 그나마 쌀이 95.5%를 유지하니까 곡물파동이 강 건너 불처럼 보이는 것이다. 쌀을 제외하면 5%로 떨어진다. 보리 38.2%, 밀 0.2%, 콩 9.8%, 옥수수 0.8%로 거의 수입에 의존한다. 해마다 1,400만t 수입하는 세계 5위의 곡물수입국인 것이다. 앞으로 WTO(세계무역기구)협약과 FTA(자유무역협정) 추진에 따라 쌀도 관세를 통한 수입개방이 이뤄진다. 식량안보가 곡물수출국 손에 놓일 판국이다.

이런 곡물빈국에서 위기의식도 없이 농지규제를 완화하라고 소리를 높인다. 전체 농경지는 2007년 논 107만ha, 밭 71만2,000ha로 178만2,000ha이다. 이것은 10년전인 1997년에 비해 8%나 줄어든 것이다. 얼마나 더 없애라는 소리인지 묻고 싶다.

1989년 공산권의 붕괴는 식량난에서 촉발됐다. 쌀이 자급된다고 논밭이 남아도는 줄 안다면 잘못이다. 세계적인 식량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 이 나라에서는 아직도 식량은 수입해서 사먹 게 낫다는 비교우위론이 득세하고 있다. 곡물파동을 직시하고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김영호 시사평론가·언론광장 공동대표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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