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리그에서 가장 심하게 롤러코스터를 탄 팀은 바로 상주 상무였습니다. 시즌 초중반까지만 해도 상위권 성적을 내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승부조작 사태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순위가 곤두박질치며 결국 14위로 씁쓸하게 마무리했습니다. 성적 부진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타의 모범이 돼야 할 군인이 모인 팀에서 승부조작이 일어난 것에 대해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내년부터 도입될 승강제에 상주 상무는 무조건 2부 리그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도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 박항서 감독 ⓒ연합뉴스
상무는 광주에서 상주로 연고를 이전한 후 두 번째 시즌을 맞이했습니다. 지난해 아팠던 것들을 훌훌 털고 새롭게 일어서겠다는 의지가 무엇보다 강했습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공석이었던 감독직에 박항서 감독이 내정됐고, 신병 모집을 통해 새로운 자원들을 대거 수급했습니다. 분위기 쇄신을 통해 이번만큼은 뭔가 해보겠다는 마음을 엿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새로운 자원들의 면면이 우선 눈에 띕니다. 신병 모집을 통해 상주 상무는 김재성, 김형일, 백지훈, 김호준 등 K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들을 대거 수혈했습니다. 기존 '선임병'인 최효진, 김치우, 김치곤 등과 호흡을 맞추면 국가대표급 스쿼드를 짤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특히 수비는 최효진-김치곤-김형일-김치우 등 최고 수준의 포백 라인과 김호준이라는 걸출한 골키퍼 자원까지 운영할 수 있게 돼 올 시즌 큰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여기에 박항서 감독이 신임 감독으로 내정됐습니다. 군무원 출신이 아닌 외부 인사가 상무 축구팀 감독으로 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국가대표팀 코치, 경남 FC, 전남 드래곤즈 감독 등을 역임하며 두루 경험을 쌓은 박 감독의 K리그 복귀는 이미 많은 관심을 얻었고, 이는 상주에 대한 관심, 사기 증가 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매 시즌 하위권 성적을 낸 상주 상무는 올해 튼튼한 스쿼드와 능력 있는 감독을 앞세워 시즌 처음부터 끝까지 상위권 성적을 내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습니다. 2부리그 강등 문제가 있기는 해도 어떻게든 상위권 성적을 내 살아남아야 하는 만큼 상무는 특유의 불사조 정신, 군인 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려 하고 있습니다. 다만 시즌 마다 문제가 됐던 체력 저하, 부상 선수 관리, 그리고 가을 이후 전역하는 선수들로 인한 전력 공백에 대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처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상주 상무로서는 올 시즌을 정말 잘 보내야 합니다. 지난해 겪었던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군인 팀도 끝까지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성적으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상주 상무를 무조건 강등하고 봐야 한다는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려면 좋은 성적이 필수적으로 나와야 합니다. 지난해 성적이 한창 잘 나올 때 자신들을 열렬히 응원한 상주시민, 상주 팬들을 위해서라도 상주 상무는 올 시즌 상위권 성적이 필수입니다.

여기에 팀 구성원 내부적인 사연도 있습니다. 박항서 감독의 경우, 마지막으로 감독했던 전남 드래곤즈에서의 불명예스러운 중도하차를 올 시즌 좋은 성적을 통해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또 '꽃미남' 스타로 불렸다 부상 등의 악재로 최근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백지훈 역시 '재활 공장'으로 유명한 상주 상무에서 꼭 비상하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팀 구성원이 갖고 있는 과제, 그리고 팀 전체가 제대로 풀지 못한 숙제를 이번 시즌에는 반드시 풀어내야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일단 시즌 전에 상주 상무에게 좋은 소식이 있었습니다. 최강희 감독이 뽑은 국가대표 스쿼드에 상주 상무 선수가 무려 6명이나 포진됐기 때문입니다. 시즌 전에 이 선수들이 국가대표 주축으로 활약해 한국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을 이끌어내는데 큰 보탬이 된다면 그만큼 자신감도 얻고, 주목도도 높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어느 때보다 이번 시즌을 잘 보내야 하는 상주 상무. 활기찬 시작만큼 시즌 마지막에도 활짝 웃는 불사조 군단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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