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제정된 지 1년이 지났고, 후속 조치가 내달 10일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인터넷 불법촬영물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장혜영 정의당 의원,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N번방 방지법 제정 후 1년, 디지털성착취 근절 이대로 충분한가?> 토론회에서 ‘디지털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플랫폼 사업자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N번방 방지법의 후속조치가 오는 10일 시행된다. 이번 후속 조치로 연매출 10억 원 이상 또는 일평균 이용자 10만명 이상의 인터넷 사업자의 경우 모두 불법 촬영물 여부를 사전에 확인해야한다. 이용자가 카카오톡 오픈(익명) 채팅방,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 올리는 동영상은 불법 촬영 여부를 확인 받는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신유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N번방 사건이 화제가 되고 가해자들이 구속되기 시작한 지 2년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온라인상에는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피해촬영물이 공공연히 유포되고 있다”면서 “올 하반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가 국내 웹하드를 모니터링한 결과 피해촬영물을 의미하는 ‘국산’, ‘아마추어’ 등의 검색 키워드 필터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불법성착취물은 지난해 대비 증가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사이버성폭력 발생·검거 건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성착취물은 2623건으로 756건이었던 2019년에 비해 4배 가량 증가했다. 피해촬영물의 경우 지난 2019년 165건에서 2020년 842건으로 급증했다.

여성·청소년 단체 사단법인 탁틴내일은 지난 4월 5일부터 27일까지 약 3주간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SNS를 모니터링했다. 탁틴내일에 따르면 특정 신체 부위·행위 등의 해시태그는 총 122개였으며 이 중 94개(77%)가 트위터에서 유통됐다.

신유진 활동가는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하더라도 피해촬영물 유통을 완전히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개정안이 시행되면 (웹하드 사업자는) 필터링 기술을 적용한 기록인 로그를 2년 간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로그의 경우 기술 개발자 외에는 해석하기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 활동가는 “만약 수사기관이 웹하드 사업자가 불법 영상물을 유통한 정황을 포착해도, 로그 증거를 찾기 매우 어렵다”며 “이런 문제는 이전부터 제기되었으나, 이번 개정안에서도 뾰족한 대안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으로 N번방과 같은 조직적 성착취물 피해를 제대로 구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신유진 활동가는 “사이버 성폭력 문제는 직접 성폭력을 행하는 가해자뿐 아니라 가해 행위를 하도록 구조를 기획한 운영자라는 가해자가 존재한다”며 “하지만 현행법상 전기통신사업법은 정식 사업자에게만 적용된다. 법상의 형사적 처벌 내용과 형량도 제한적이어서 (조직적 온라인 성착취) 같은 행위를 제대로 드러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개정안 시행 이후 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형량이 평균적으로 낮춰진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성착취대응팀은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성폭력처벌법 관련 판결문을 분석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개정안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비율은 69.6%(229건)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구법을 적용받아 징역형을 선고받은 비율은 74%(214건)로 오히려 실형 선고 비율이 더 높았다. 2021년 1월부터 6월까지 처벌된 판결 618건 중 289건은 개정되기 전의 법이 적용됐고 329건은 개정법이 적용됐다.

조은호 민변 여성인권위 변호사는 "개정안을 적용할 경우 전체 판결문 건수 대비 징역형 선고 비율은 구법 적용 때보다 감소했다"며 "선고된 벌금액 평균도 개정안을 적용할 때 더 감소했다. 반면 집행유예 비율은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미정 방송통신위원회 인터넷윤리팀장은 “인터넷사업자의 성범죄물 유통방지 책임을 강화하는 과징금제를 도입했다”며 “웹하드사업자의 불법음란물 기술적 조치 위반에 대한 과태료를 기존 2000만 원 이하에서 5000만 원 이하로 상향했다”고 설명했다.

‘N번방 방지법이 텔레그램을 막지 못한다’는 지적에 김 팀장은 “본질적인 내용은 사적인 대화에 대한 검열 문제”라며 “텔레그램이라서 규제를 못한다는 개념이 아니다. 1대1 개인 사적 대화방까지 (정부가) 확인하는 것은 개인의 사적 대화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정책적으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팀장은 “공개된 서비스에서 불법 촬영물 유통·재유통을 방지하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라며 “구글의 경우 일반에게 공개·유통되는 정보이기에 조치 대상이다. 해외 사업자, 국내 사업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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