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방통심의위원회 전체회의의 제재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명진 스님 인터뷰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한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 김용민 시사평론가가 ‘뉴스브리핑’을 전하고 있는 SBS라디오 <김소원의 SBS전망대>에 대해 법정제재인 ‘주의’를 결정했다.

16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박만, 이하 방통심의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SBS라디오 <김소원의 SBS전망대>와 관련해 ‘공정성’ 조항을 놓고 심의, 이 같이 결정했다.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는 지난해 12월 12일 명진 스님이 출연해 ‘4대강 사업’, ‘한미FTA’ 등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명진 스님은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해 “거짓말 하는 사람은 필시 망한다”며 BBK 사건을 언급했다.

또, “MB를 탄핵해야 한나라당이 산다”, “새누리당은 재창당 등 구질구질한 이야기하지 말고 MB를 탄핵시켜서 1년이라도 빨리 이 정권에 종지부를 찍고 더 이상 국민들 눈에 피눈물 안 나도록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방통심의위는 명진스님의 발언 중 ‘권총협박’, ‘위증교사’, ‘삼계탕집 및 정혜신 박사 병원의 세무조사’ 발언 등을 문제 삼았다. 확인된 사실이 아닐뿐더러 정혜신 박사 병원은 세무조사가 아니라 노무조사였다는 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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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회의만 가면 ‘주의’ 법정제재로

방통심의위는 ‘(패널이 명진스님이라는 점에서)편파적 발언 등을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생방송 감안하더라도 진행자가 중립적 진행을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다’며 제재 필요성을 강조했다.

권혁부 부위원장은 “방송심의규정 ‘공정성’을 떠나 시사 방송의 생명인 객관성을 현저히 오도하고 있다”며 법정제재를 주장했다. 구종상 위원은 “편성의 자율성과 독립성은 충분히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토론자로 참여한 분이 가진 성향을 종합적으로 보면 명백히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고 동조했다.

박만 위원장도 “출연자가 특정한 색을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사회자는 반대의견이 있다는 정도로 청취자에게 이야기를 해줬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전혀 없고 오히려 출연한 분의 이야기를 동조하는 태도인 것 같다”고 ‘주의’를 이끌어냈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명진 스님 출연 편은 전체회의에 앞선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는 정부여당 추천 엄광석 위원을 포함한 ‘권고’ 의견이 3인(‘주의’ 2인)이었다. 그러나 전체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지면서 제재수위가 높아졌다.

엄광석 위원은 “심의규정을 어겼다는 점에 이견은 없었다. 다만 문제가 된 것은 징계수위”라며 “사회자가 진행에 있어 미흡한 면이 있지만 출연자의 발언은 형식적인 절차를 통해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심의를 할 때 방송사 측에서도 문제점에 대해 인식했다는 점을 고려해 법정 제재까지는 무리라는 판단”이라고 재차 ‘권고’를 주장했다.

야당 추천 박경신 위원은 “불공정했다고 하는데 그 대상은 이명박 대통령”이라며 “그런 사안에 대해 불공정 여부를 따질 수 없다”고 ‘문제없음’ 의견을 주장했다.

해당 소위의 의견보다 전체회의 제재수위가 높아지는 문제는 SBS라디오 <김소원의 SBS전망대>논의에서도 나타났다.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권고’의견이 다수였다. 야당추천 김택곤 상임위원과 장낙인 위원에 정부여당추천 엄광석 위원까지 ‘권고’의견을 냈다. 소위에서 ‘주의’ 의견을 낸 박성희 위원도 합의한다면 ‘권고’로 낮출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전체회의에서 가볍게 뒤집어졌다.

SBS라디오 <김소원의 SBS전망대>에서는 김용민 시사평론가가 나와 ‘뉴스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인용된 신문의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심의가 공정성 위반으로 이어지면서 제재수위가 법정제재로 높아졌다. 정부여당 추천 방통심의위원들은 “한겨레·경향신문 등 특정 신문의 보도와 사설 인용이 많다”, “총선을 앞두고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이유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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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제제 통해 이런 방송 막아야 한다"

야당추천 김택곤 상임위원은 “사실을 적시했는데 인용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게 문제”라면서도 “고의성이 보이지 않고 논평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공정성 및 객관성의 잣대로 볼 수 없다”고 ‘주의’ 의견에 반대했다. 그는 “뉴스해설 브리핑 프로그램과 뉴스는 구분이 돼야 한다”며 “뉴스해설에 대해서는 각사의 색깔은 존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낙인 위원도 “명진 스님 건과는 달리 정부부처의 정책에 대한 반론을 제기한 것이기 때문에 내용을 따질 문제는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권혁부 부위원장은 “이 방송은 <경향신문>과 <한겨레> 논설이 중심”이라며 “우리사회 신문이 그것밖에 없는 것은 아닌데, 반드시 다른 부분도 소개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법정제재를 통해 추후 이런 방송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구종상 위원도 “SBS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절반 이상을 특정 신문 기사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출처를 명시 하지 않은 부분과 사회적 쟁점 사안에 대해서는 대립되는 시각과 의견이 있음에도 균형을 맞추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총선을 앞두고 라디오 프로그램의 ‘정치적 객관성’, ‘중립성’에 경종을 울린다는 의미에서 ‘주의’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찬묵도 “특정신문만을 인용한 것은 의도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주의’ 의견에 찬성했다.

엄광석 위원은 “법정제재 이상으로 가자는 의견이 있지만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며 “특정 신문을 언급했다고 하는데 언급하지 않은 신문도 인용해왔다. 또, 그동안 시사평론가들이 인용할 때 일일이 출처를 밝히지 않았던 방송사의 관행으로 볼 때 ‘주의’까지 가야 하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엄광석 위원은 “방송사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고 향후 출처 명시를 지키도록 하겠다고 했다. ‘권고’면 충분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의 의견을 돌리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SBS라디오 <김소원의 SBS전망대> 역시 박만 위원장, 권혁부 부위원장, 최찬묵 위원, 박성희 위원, 구종상 위원 등 다수의견에 따라 ‘주의’로 결정됐다.

이날 심의과정에서 “총선을 앞두고 라디오 프로그램의 정치적 중립성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발언이 나오는 등 향후 공정성 심의 논란은 커질 전망이다.

이미 방통심의위는 <나는 꼽사리다> 진행자인 우석훈 2.1 연구소장과 선대인 경제전략연구소장을 출연시킨 CBS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에 대한 자체 모니터 진행, 제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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