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어린이의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디지털 콘텐츠 제작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어린이들이 TV를 떠나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속도는 빨라지고 있는데 미디어법과 제도는 뒤처져 있다. 그 결과 TV에서 금지된 각종 광고 기법을 활용한 상업적 메시지가 온라인 플랫폼을 타고 어린이들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

식품의약안전처는 지난달 4일 고열량·저영양 식품에 대한 광고규제를 IPTV로 확대하고 유튜브 방송 제작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자율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언론연대는 이러한 노력에 동참하고자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관련기사 : 햄버거·피자 광고, 어린이 프로그램 시간대 제한)

눈알젤리는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제9조에 의해 '사람의 머리, 눈 등 인체 특정부위 모양으로 혐오감'을 준다는 이유로 '정서저해식품'으로 규정돼 판매가 금지됐지만 유튜브 영상에서 여전히 노출되고 있다. (자료제공=언론개혁시민연대)

제품 단순노출 넘어 구매 유도

유튜브 키즈 콘텐츠에서 어린이 기호식품은 빈번히 등장했다. 젤리·사탕·과자·초콜릿 등 고당분 제과 상품이 과도하게 노출되고, 어린이 출연자가 식품을 직접 홍보하는 사례까지 있었다.

언론연대는 어린이 대상 상위 구독자 보유 20개 채널에 올라온 최신 동영상, 인기 동영상 등 총 400개의 콘텐츠를 모니터링했다. 이 중 ‘어린이 기호식품’이 노출된 콘텐츠는 총 195개로 48.75%를 기록했다.

<쌍둥이O지>는 모니터 대상 20개 콘텐츠 모두에서 ‘어린이 기호식품’이 등장했다. 해당 채널은 13살로 추정되는 쌍둥이가 젤리, 초콜릿 등 먹방을 중심으로 어린이 기호식품을 노출했다. 쌍둥이의 먹방은 특정 제품의 모델 발탁으로 이어졌고 제품의 단순 노출을 넘어 구독자들에게 구매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었다.

언론연대는 “유튜브는 자체 플랫폼 규제에 따라 ‘유료광고’ 표기를 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나 이처럼 출연자가 모델이면 별도의 광고를 받지 않더라도 제품을 적극적으로 노출시켜 홍보하고 있었고 규제할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키즈 유튜브 출연자들은 신맛이나 매운맛 등 고통을 주는 첨가물을 ‘벌칙’으로 섭취했고, 채소 등 건강한 식재료는 ‘꽝’으로 등장했다. <서O이야기> ‘누가 더 맛있는 걸 먹을까요?’ 편에서 성인 출연자들은 브로콜리, 파프리카, 오이, 고추, 양파, 레몬 중 하나가 걸리자 “에이~”하며 싫어하는 모습을 연출했으며 출연 아동은 블록젤리, 로프젤리, 포도젤리를 뽑으며 좋아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키즈 대상 구독자 상위 20개 유튜브 채널을 '어린이 기호식품' 분류에 따라 분석한 결과. (자료제공=언론개혁시민연대)

키즈 유튜브 상위 구독자 20개 채널에 노출된 ‘어린이 기호식품’의 빈도에서 젤리류는 15.2%로 가장 많이 노출됐다. 사탕류는 14.5%, 과자류는 13.6%, 초콜릿류와 면류는 각각 7.9%, 제과·제빵류 및 아이스크림류는 5.9% 순으로 나타났다.

음료의 경우 탄산음료가 음료 중 43.2%로 가장 많이 등장했다. 구슬 사이다와 BTS 세트에 포함된 콜라와 같이 유행 중인 음료가 등장했으며 대부분 아동 출연자들이 직접 마셨다.

대형 롤리팝 캔디 혹은 대형 눈알젤리 등 ‘대형화’도 문제적인 노출양태로 꼽혔다. 과자, 젤리, 초콜릿, 사탕 등은 다양한 종류가 한꺼번에 노출돼 하루 권장 칼로리를 넘어서는 것은 물론이고 ‘눈알젤리’의 경우 혐오감을 준다는 이유로 ‘정서저해식품’으로 규정돼 판매금지 식품이지만 유튜브 영상에서 노출되고 있었다.

어린이의 건강한 식생활 위한 디지털콘텐츠 제작 가이드라인

언론개혁시민연대는 “TV와 신문 등의 전통 미디어는 오래전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한 행위규범이나 기준을 마련해 지키고 있지만,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는 상황이 다르다”며 “방송과 통신의 구분이 모호해진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맞는 미디어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이드라인은 ‘어린이는 신체 및 인지 발달 과정에서 미디어로부터 충분히 보호 받아야 한다’는 대전제에서 시작됐다”며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 맞춘 ‘어린이 건강한 식습관’ 형성을 위한 공통의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언론연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고열량·저영양 식품이 콘텐츠에서 되도록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건강한 먹거리에 관한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내용은 피해달라 ▲다량 혹은 대용량으로 식품을 노출하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달라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젤리·초콜릿·과자 등을 놀이의 보상으로 제공하지 말라 등이다.

또한 ▲출연자들이 억지로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달라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 고열량·저영양 탄산음료가 자주 등장하지 않는지 살펴달라 ▲‘눈알젤리’를 비롯한 판매 금지된 식품을 드러내지 말아달라 ▲고카페인 함유 식품이나 주류 등의 노출은 주의해달라 ▲광고의 경우 출연자의 표현에 주의가 필요하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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