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한 주의 시작이다. 지난 일주일을 정리해보자. 그야말로 한국정치의 본질을 보여주는 다이내믹한 한 주였다.

먼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다. 이재명 후보는 인재 영입 문제에서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만났다. 조동연 교수 문제는 우리 정치 담론 수준의 밑바닥을 보여줬다. ‘혼외자’ 의혹이 과연 정치적 도덕이나 윤리의 문제일까? 이건 기본적으로 당사자 간의 문제이다. 정치에 입문하면서 배우자도 몰랐던 혼외자가 등장한다든지 한 이유로 당사자 간 직접적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면 모를까, 이미 10년 전 법정에서 일단락됐고 각자 가정을 이뤄 살고 있다면 공적 영역에서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의혹은 전형적인 아침드라마의 코드로 해석되고 받아들여졌고, 당사자의 입장 표명이나 해명은 여론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선대위에서 인재영입의 책임을 맡고 있다는 백혜련 의원이 아침 라디오 방송에 나와 자신이 주도한 영입 사례가 아니었고, 여론을 고려해 조치할 수 있다고 답한 것은 사실상 조동연 교수를 포기하겠다는 것에 가까웠다. 이재명 후보도 정치는 국민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라며 이 발언을 거들었는데, 이 시점에 이미 조동연 교수 영입은 동력을 상실했다.

할 말이 많은 주제지만 정치 입문을 포기한 개인의 사생활에 대해 이 지면에서 계속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선거 전략의 차원에서만 얘기해보자. 언론은 검증 실패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데, 당사자를 보호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검증 실패보다 더 문제인 것은 조동연 교수의 영입 맥락을 설명하려는 노력 자체가 부실했다는 것이다.

조동연 교수는 ‘30대 워킹맘’이라는 이미지에 더해 국방 경쟁력을 미래산업으로 연결하는 데에 있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로 영입되었다. 이력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어쨌든 컨셉은 그러했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일관된 측면이 있는데 이재명 후보가 최근 데이터전문가 등 4인의 젊은이들을 영입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재명 후보는 기존의 이미지에 ‘변화’를 주는 시도를 하고 있고 이런 시도는 정책 공약의 영역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는 명분으로 주요 정책에 있어서의 후퇴를 거듭하고 있는데, 이런 전략은 후퇴로 인한 빈 공간을 미래지향적 공약으로 메꿔야 효과를 낼 수 있다. 즉 최근의 일련의 인재 영입은 공정성장과 혁신경제라는 성장론으로의 전환을 시사하는 맥락 속에 있다.

그러나 이번 일에 더해 경력이 부풀려졌다든지 하는 논란으로 이러한 인재 영입의 맥락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조동연 교수 문제에 대해 ‘비록 사생활 문제가 국민 보기에 불편할 수 있으나 과거의 일이고, 이런 점에도 불구 이러저러한 맥락에서 이 인물은 우리 후보에게 꼭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유권자들에게 주면서 설득을 시도했다면 어찌됐건 영입의 맥락 자체는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왕좌왕하는 부실한 대응은 모두에게 상처만 남기고 아무런 성과도 남기지 못한 채 끝났다. 이 점은 차후에라도 반드시 되짚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한 주는 더욱 다이내믹했다. 이준석 대표와 갈등으로 위기에 봉착하는 듯 했으나 갈등을 해소한 데다 김종인 위원장 영입에까지 성공해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의 기회를 잡게 되었다.

당 대표가 대선을 100일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사실상 후보를 겨냥한 실력행사에 들어간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윤석열 후보는 결국 이준석 대표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두 번은 쓸 수 없는 이러한 극단적 수가 통했던 것은 이준석 대표가 명분이 있는 싸움을 했기 때문이다.

최근 윤석열 후보는 거의 ‘이명박근혜’ 정권의 화신과 같은 모습을 보여왔다. 종부세는 무력화하고 상속세는 완화하며 중대재해처벌법은 ‘예방’에 방점을 찍는 걸로 바꾼다면서 현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한 것은 ‘개인의 책임’이라고 했다. 이런 인식은 선거 전략의 차원에서 고스란히 재현됐다. 이준석 대표의 표현대로 ‘오른쪽’만 모아서 이길 수 있다는 식이다.

그러나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국민들이 과거 정권으로 돌아갈 것을 바란다고 보는 건 큰 착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싫지만 국민의힘은 더 싫다’는 여론이 지난 재보궐선거 이전까지 지배적이었던 이유가 무엇이겠나? 적어도 ‘윤석열 정권’이 앞서의 보수정권은 물론 문재인 정권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걸 보여줘야 정권교체를 향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준석 대표의 실력행사는 이 대목을 겨냥한 거였다. 선거전략을 바꿔야 하고 그럴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윤석열 후보 측 인사들은 언론 등을 통해 연일 이준석 대표가 ‘자기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비난을 퍼부었지만, 정치인이 자기 정치 하는 게 무슨 흠이겠는가. 그 ‘자기 정치’에 대의명분이 있는가가 늘 문제일 따름이다. 이준석 대표의 방식이 극단적으로 비칠 수 있었지만, 적어도 맞는 얘기를 했기 때문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울산 합의’를 통해 윤석열-이준석-김종인의 삼각편대는 현실이 되었다. 그렇지만 앞으로 순풍에 돛을 단 듯 하리라는 전망을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윤핵관’과 이준석 대표의 갈등은 지방선거까지 이어지는 당권을 둘러싼 항쟁의 성격이 있기에 쉽게 진화되기 어렵다. 또 김종인 위원장이 주도하는 조직은 반드시 파열음이 나게 돼 있다는 점에서도 앞으로의 논란은 충분히 예고된다.

그러나 그러한 파열음과 혼란은 선거전략 차원에서의 메시지가 제대로 된 방향을 가리킬 수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 점에서 윤석열 후보가 지금까지의 문제는 김종인 위원장의 부재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점,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확실히 중도 공략에 적합한 방향으로 주요 전략을 전환한다는 걸 얼마나 설득력 있게 유권자들에게 제시하는지가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두 후보가 모두 본격적인 국가 운영의 로드맵을 제대로 제시할 것을 요구받게 됐다는 점에서 다시 출발선에 서는 한 주가 된 셈이다. 여기서부터는 정말 진지하게 진검승부를 해야 한다. 누구는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고 하지만, 얼마나 최선을 다하느냐에 따라 이러한 평가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최선의 승부를 펼친 끝에 내놓는 제대로 된 국가 운영의 해법을 유권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의무를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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