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회 언론·미디어특별위원회의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종민 의원이 전문가 숙의와 시민참여를 접목하는 방식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을 발의한다. 김종민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 구성에도 적용시킨다는 계획이다.

방송통신위원과 공영방송 이사·사장 임명 과정에서 전문가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보를 압축하고, 시민 추천위원회가 한 번 더 후보를 심사해 임명권자가 최종 결정하는 방안이다. 김 의원은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적 후견주의를 차단하면서 민주주의 대표성과 국민주권을 반영하는 안이라고 설명했다.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공미디어서비스의 책무와 시민참여' 정책토론회 (사진=미디어스)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공미디어서비스의 책무와 시민참여' 정책토론회에서 김 의원은 "대표민주주의의 전통적 구현은 참여와 숙의다. 공영방송 거버넌스 구성에서 이 조건을 충족시키는 안을 만들어보고자 했다"고 제안했다. 이번 토론회는 민주당 김종민·정필모·한준호 의원,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 전국언론노동조합·방송기자연합회·한국기자협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한국PD연합회가 주최했다.

김 의원이 발의 예정인 방송통신위원회법(방통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의 골자는 각각 100명으로 구성된 '전문가추천위'와 '시민추천위'를 구성해 방통위원, 공영방송 이사·사장 등을 선임하는 내용이다. 방송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가추천위와 지역·성별·연령을 고려한 시민추천위는 방통위에 구성된다. 김 의원은 방송관계법에 적용하기 위해 추천위를 방통위에 두는 안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가추천위의 경우 현장전문가 40%, 행정 전문가 20%, 학계 20%, 시민사회 20% 등의 비율로 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안에 따르면 가령 KBS 사장을 임명할 때 100명의 전문가추천위 중 20명의 전문가 위원이 무작위로 선정된다. 20명의 위원은 숙의를 거쳐 KBS 사장 후보자를 검토, 5배수의 후보자를 선정한다. 이어 100명의 시민추천위가 검증을 진행해 2배수로 후보자를 압축한다. 시민추천위가 임명제청한 후보자 중 1명을 대통령이 임명재가한다. KBS 사장 후보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는 없어진다.

김 의원은 여야 정치권력 지형에 따라 방통위원 선정과 공영방송 이사 선임이 이뤄지고 있고, 이에 따라 공영방송 사장 임명에 정치적 영향력이 작동하고 있다며 "공영방송은 말이 그렇지 '언론'이다. 언론을 행정이나 정치가 통치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공영방송 이사를 선임 과정에 정치권 추천 몫은 없지만 여야는 '관행'을 이유로 이사 추천권을 행사하고 있다. KBS 이사회 여7·야4, MBC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는 여6·야3 비율로 구성되고 있다.

김 의원은 "민주주의 위기를 타개하는 모범을 공영방송으로 구현해보자는 것이다. 전문가 숙의와 시민숙의를 통한 민주적 절차성을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사법부 쪽으로도 발전시켜볼 내용"이라며 "최종 압축된 후보들을 임명권자가 결정할 때 정치적 후견성이 남아있을 가능성은 낮다. 몇 번 작동하다보면 후견성은 제거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이날 발제를 맡은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박사는 한국의 양당체제와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정치적 대표성은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이식해야할 정치체제가 아니라며 "한국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집단들이 자신들과 닮은 이들을 이사로 보내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공영방송 지배구조는 시민과의 '동일성'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김종민 의원 안에 대해 "후견주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전문가 다수가 채워짐으로써 대표성을 근거로 한 정치체제의 이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이런 대표성으로부터 독립하는 방법은 대표성과 대척점에 서 있는 동일성의 원칙으로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구성에 시민참여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인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공동대표(성공회대 교수)는 김 의원안에 대해 추천위 상설화의 경우 '성숙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과학조사방법론에서 성숙효과는 실험기간 중 실험집단의 특성이 자연적으로 변해 종속변수에 영향을 미쳐 내적타당성을 저해한다. 상설위원회 성격의 추천위가 역할을 반복하면 결정이 모호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어 김 대표는 추천위의 편파성을 배제할 장치가 없다고 우려했다. 예를 들어 전문가추천위 추천 권한을 방통위가 갖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선임 과정에서 비교적 수가 적은 전문가 20명을 무작위로 선정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편파성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없다는 얘기다.

이종풍 언론노조 EBS지부장도 "전문가 숙의 부분은 여전히 방통위 안에서 구성되는 문제가 있다.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 지부장은 "민주당 전혜숙 의원안, 정필모 의원안에 더해 하나의 안이 생기는 것 뿐"이라며 "민주당의 단일안이 빠르게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공영방송 지배구조 교체 일정이 몰리면서 언론현업단체와 시민사회는 국회에 관련 입법을 촉구해왔다. 하지만 지난 9월 공영방송 이사 선임이 마무리 됐다. 당시 민주당은 국민의힘 반대가 있는 상황에서 법안 단독처리를 강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을 '국민위원회'로 추천·선출하는 정필모 의원안, KBS·MBC 공영방송 이사의 수를 13명으로 증원하고 추천 주체를 정치권·방통위·비영리 민간단체·방송사·노동조합 등으로 다분화하는 전혜숙 의원안 등이 발의됐지만 민주당은 단일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영방송 3사

최성혁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김 의원안을 긍정평가했다. 최 본부장은 "방통위원 역시 추천위에서 추천하는 제안은 기존의 업법제안과는 차별화된 지점으로 생각된다"며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고 숙의하는 방식은 사장 선임 과정뿐 아니라, 공영방송의 재원구조를 재설계하는 데에도 상당히 유용해 보인다"고 했다.

이준웅 서울대 교수는 지난 2018년 방통위 방송미래발전위원회가 내놓은 이른바 '중립지대'안을 강조했다. 이 안은 공영방송 이사회에 중립지대 이사 3분의 1 이상을 추천·임명하는 내용이다. 중립지대 이사는 국회나 방통위가 학술·직능·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로부터 정원 이상의 후보를 추천받아 합의를 통해 선정한다. 이 교수는 방송미래발전위에 참여했다.

이 교수는 "시민요구를 표집해 숙의하는 안은 일부 도입할 수 있을 뿐 전면적 도입이 어려워 전문가 주의로 방향을 튼 김 의원 안에 기본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제도적 비용이 상당하고, 로비 등의 위험과 추천의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시민권 표집은 지금 하고 있는 제도이고 효과가 있지만, 이사회를 대체하지 않는다. 법에 명시된 이사회 권능을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며 "(시민표집은)권력체가 아니기 때문에 지배구조라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동원 박사는 국회 언론·미디어특위 활동시한이 12월 말까지로 정해져 있는 만큼 현재 KBS와 MBC 사장 추천 절차에 도입한 시민대상 정책설명회와 시청자평가 결과 반영 방식을 공영방송 3사 이사회 기능에 제도적으로 우선 명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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