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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는 박근혜를 끌어안을 수 있을까[최성진의 정치현장] 시사주간지 '한겨레21' 기자
최성진 한겨레21 기자 | 승인 2008.04.10 16:09

4ㆍ9 총선의 성격을 굳이 정의하자면, 박근혜 전 대표의 '퍼펙트한'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주목해봐야 할 대목은 이명박 대통령의 선택이다. 이 대통령과 MB계가 내심 갈망했던 것은 170석 이상이었다. 170석 이상이 필요했던 궁극적 이유는 '당정일체'에 대한 이 대통령의 열망 때문이었다. 170석 이상만 얻었다면 이 대통령과 당내 MB계의 고민은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당내 역학관계의 흐름에 따라 최악의 경우 박근혜 전 대표 쪽과 결별하는 쪽도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고려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통령의 '당정일체' 열망, 그 향방은 어디로?

   
  ▲ 조선일보 4월 10일자 8면  
 
계산법은 이렇다.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친박 인사는 30명 안팎이다. 한나라당이 170여석을 얻었다고 가정했을 때 한나라당 안에 있는 박 전 대표와 친박 인사를 모두 밀어내면 한나라당은 140여석이 된다. 과반에 미달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친박 인사를 밀어낸다면 그때는 이미 MB계의 머릿 속에 당 밖에 있는 김세연 당선자(부산 금정)등 비 박근혜계 무소속 의원을 끌어올 수 있다는 계산이 선 다음일 것이다. 게다가 박 전 대표를 축출한다 해도 친박 의원 모두가 따라가는 것도 아니다.

이런 정계개편을 시도했다면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비난이 쏟아졌을 것이다. 그래도 남는 것은 있다. 당정이 일체화 되는 결과다. 비난은 잠시 지나가는 것이지만, 그때 잠깐 엎드려 있으면 이 대통령은 앞으로 5년간 국정을 훨씬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박근혜 계보 의원들이 당 내에 남아서 경부운하 등 대통령이 하는 일에 사사건건 딴죽을 거는 것보다 차라리 이런 선택도 가능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누구보다 당정일체에 대한 욕심이 컸다. 효율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당 장악이 필수라고 본 것이다. 참여정부가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주요 원인은 5년 동안 당과 청와대가 따로 놀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MB계의 분석이었다.

박근혜 끌어안기? "누구든 버릴 수 있는"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할까

실제로 대선 직후 MB계 내부에서는 이같은 발언이 꾸준히 흘러나왔다. MB계에서는 "당정분리는 하나의 이상일 뿐, 현실적으로는 어디 그게 맞는 소리냐"라는 주장이 공공연히 흘러나왔다. 대선 당시 선대위 상임고문을 지냈던 박희태 의원이 '당권·대권 일체화' 발언으로 파문을 불러일으켰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비슷한 말을 했다.

   
  ▲ 국민일보 4월10일자 4면  
 
물론 위의 시나리오는 꿈으로 끝나고 말았다. 한나라당은 절묘하게도 153석을 얻었다. 이쯤되면 박 전 대표와 친박계 의원이 빠져나간다고 가정했을 때 답이 없다. 당정일체 하자고 과반 의석을 포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이제 하나다. 총선을 앞두고 토사구팽 시켰던 박근혜 전 대표를 끌어안는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표를 포용하지 않는다면 박 전 대표의 평소 주장처럼 '당정분리'의 원칙을 갖고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 그런데 그건 이 대통령 스타일이 아니다.

물론 박 전 대표와 다시 화해하는 것도 마음만 먹는다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박 전 대표의 머릿속에는 이미 배신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박 전 대표가 주고받는 거래를 즐기는 스타일도 아니지만 이 대통령으로서는 박 전 대표에게 줄 것도 별로 없다.

   
  ▲ 한국일보 4월 10일자 6면  
 
그보다 더 큰 문제는 MB계 등 차기 한나라당 당권을 놓고 친박 진영과 경쟁해야 하는 후보들의 반발이다. 이미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당 밖에 있는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을 반대하고 나섰고, 안상수 원내대표는 한걸음 더 나아가 박 전 대표를 정면으로 비난하기 시작했다. 총선 때 한나라당 후보를 돕지 않고 친박연대 후보를 음성적으로 도왔다는 이유였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까. 참고로 이 대통령은 기업인 출신이다. 자신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선택이 어떤 것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할 줄 아는 사람이다. 대선 직전 '국정 운영의 동반자'라고 치켜세운 박 전 대표를 대선이 끝나자마자 버렸던 것처럼,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서면 누구든 버릴 수 있다.

   
최성진은 현재 한겨레21 정치팀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한때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방송작가 생활을 경험 했다.

최성진 한겨레21 기자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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