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총선 전날인 8일까지 진행됐던 <미디어스> '한반도 대운하 문제 어떻게 보십니까?' 인터넷 설문조사가 마감됐습니다. 설문조사에 참여해주신 289명의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대와 우려 목소리는 미디어스 설문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설문에 참여하신 총 288명 중 260명(89%)이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 주셨네요. "대운하를 추진해선 안 된다"고 하신 분들은 247명(85%), "총선 공약에서 삭제한 만큼 폐기해야 한다"고 하신 분들은 13명(4%)입니다.

반면 "한나라당 대선공약이므로 추진해야 한다"고 하신 분도 21명(7%)입니다. "총선 이후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하신 분은 8명(3%)이시군요.

대선 당시 한나라당의 핵심 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는 의제화되지도 못한 채 18대 총선이 끝났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전체 의석수 299석 중 153석을 확보해 과반을 달성했죠. 예상했던 일이지만 "설마 이러다가 진짜로 운하를 파는 거 아니야?"라는 비명(?)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한반도 대운하는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추진하는 과정 역시 문제점 투성이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의 의견을 묻고 합의를 거치겠다"고 원칙적으로 말하고 있지만, 정부 부처와 각 지자체가 대운하를 추진하고 있었음이 드러난 그간의 정황들은 무엇일까요. 국민들의 의견과 동의는 도대체 언제 물었습니까. 한반도 국토를 완전히 뒤엎는 공사에 국민들의 의견은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일까요.

한나라당은 대운하 반대 여론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 같으니 아예 총선 공약에서는 삭제했었죠. 대운하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고 국민들을 설득할 자신은 없었던 모양입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대운하로 인한 효과로 "10년 내에 4가구 당 1대 꼴로 요트가 보급되고, 10박 11일의 관광문화가 정착된다" "운하로 연결된 한반도를 관광하려는 중국인을 매년 1천만 명 이상 끌어들일 것이다" "직간접 일자리 70만개 창출, B/C(투자대비 이익률) 2.3 발생, 물류비 3분의 1 절감 효과" 등을 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굳이 운하를 왜 만드는 건지 이해가 안 됩니다.

화물을 운송할 때 강물을 이용하는 운하가 어떻게 도로, 철도 등을 이용한 것보다 더 빠를 수 있을까요? 비용 절감 효과도 크지 않다는 것이 대운하를 반대하는 전문가들의 주장입니다. 이 대통령이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독일의 경우에도 실제로 운항하고 있는 화주들이 "운하는 비효율적"이라고 말하지 않습니까. 빠른 속도를 낼 수 없고, 갑문을 통과하는 시간도 결코 만만치 않고, 비용 절감 효과도 크게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우리 삶의 터전이 훼손되고 생태계의 파괴를 가져올 '환경' 문제는 아예 눈 감겠다는 것일까요. 그래서 시민단체들이 연일 "대운하반대"를 외치고, 불교·가톨릭 등 종교계도 반발하는 겁니다.

국민들의 삶과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칠 대운하를 국민의 동의도 없이, 제대로 검증하지도 않은 채 마구잡이식으로 밀어부쳐선 안 됩니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힘을 실어준 것은 "대운하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란 걸 한나라당도 모르진 않을 겁니다. 양심이 있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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