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1라운드에서 칼텍스를 상대로 완승을 거둔 인삼공사가 2라운드 대결은 정반대 결과를 냈다. 결국 배구는 세터 노름이라는 사실과 수비가 안정되지 않으면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 경기였다.

두 팀은 올 시즌 두 명의 선수들이 유니폼을 바꿔입으며 맞대결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다. 에이스 공격수였던 이소영과 대표 리베로 오지영이 팀을 바꿨다. 여기에 박혜민과 최은지가 맞트레이드되며 두 팀의 대결은 이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1세트 초반은 박혜민의 공격이 연이어 성공하며 앞서 나갔다. 박은진의 B속공까지 깔끔하게 이어지며 경기는 인삼공사가 이끄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리시브 범실 후 인삼공사가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박혜민은 아웃이라 생각해 몸을 피했고, 뒤에 있던 노란이 급하게 나섰지만 범실로 이어지며 10-14로 벌어졌다.

리시브가 흔들리자 전체가 무너져내렸다. 이소영이 막히며 첫 득점이 나온 것은 11-14로 만드는 과정이었다. 리시브 불안에 세터의 토스가 안정적이지 않자 공격이 힘겨워지는 것은 당연했다. 여기에 누구보다 이소영을 잘 아는 전 소속팀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은 컸다.

KGC인삼공사 선수들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연합뉴스]

박혜민의 환상적인 리시브에 이은 옐레나의 공격은 인삼공사 경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멋진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자주 보이지 않았고, 칼텍스는 1세트부터 모마의 공격이 터졌다. 모마의 강력한 백어택으로 칼텍스는 인삼공사를 1세트에서 25-17로 가볍게 잡았다.

2세트 초반 주 공격수인 모마를 블로킹으로 잡아내며 1세트처럼 초반을 리드하는 듯했지만, 1라운드 맞대결에서 무기력했던 유서연의 공격이 터지며 역전을 내주었다. 염혜선의 토스 범실이 1세트에 이어 2세트에서 동일한 문제를 야기하며 공격 흐름을 끊어놓는 장면은 안타까웠다.

속공 과정에서 박은진과 호흡에 문제가 생겼다. 속공이기에 높이 올릴 필요는 없지만 박은진의 공격에 맞춰야 하는데 너무 낮아서 어떻게 처리할 수 없는 공격 범실로 득점을 상대에게 주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이어졌다.

큰 키의 박은진이 중앙에서 속공을 펼쳐 성공하면 상대는 힘들어진다. 윙 스파이커들 역시 강력하다는 점에서 중앙 공격이 터지면 칼텍스로서는 수비가 힘겨워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불안해진 팀의 문제는 서브 범실로 이어졌다.

인삼공사의 서브가 반복해서 범실이 되자 공격수들의 범실 역시 이어졌다. 상대 서브 리시브가 불안해지고, 세터의 토스 역시 공격하기 힘들게 되니 자연스럽게 범실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와 달리, 칼텍스의 김지원 세터는 모마에 최적화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했다.

GS칼텍스 신예 세터 김지원이 30일 서울시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V리그 여자부 KGC인삼공사와의 홈경기에서 공격을 조율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연합뉴스]

모마가 마음 편하게 공격할 수 있도록 완벽하게 공이 올라오면 없던 공격력도 생긴다. 그와 달리, 인삼공사는 염혜선의 토스가 다시 흔들리며 어려운 공격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경기에서는 후방에서 전방으로 연결하는 토스에서 문제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전방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항상 웃던 옐레나가 이번 경기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연타가 많이 나온 결정적 이유 역시 타이밍도 맞지 않고 어긋나는 토스들이 올라오는 상황에서 정타 공격을 하기는 어렵다. 그렇게 균열이 가니 상대를 압박하고 승리로 가져가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2세트 12-20 상황에서 고의정의 서브 에이스가 이번 인삼공사에서 나온 첫 번째 서브 공격이었다. 그만큼 답답한 경기가 이어졌다는 의미다. 옐레나가 모마의 공격을 블로킹으로 잡으며 17-23을 만들고, 이소영의 서브 에이스가 나오며 19-24 상황에서도 희망을 엿보게 했다.

정호영이 이번 경기 공격력이 좋았던 유서영의 공격을 블로킹하며 20-24까지 추격하는 과정은 인삼공사의 힘이 느껴지게 했다. 충분히 잘할 수 있는 팀이지만 매끄러운 연결이 무너지며 인삼공사가 힘을 쓰지 못했다는 것이 이번 경기의 패인이었다.

정호영이 모마의 공격을 다시 블로킹으로 잡고, 염혜선 대신 나선 하효림의 서브 에이스까지 이어지며 22-24까지 맹추격했지만 거기까지였다. 하지만 2세트 상대를 추격하며 팀 전력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대역전극이 시작되지 않나 하는 기대를 가지게 했다.

하지만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3세트 시작과 함께 인삼공사는 포지션 폴트가 나오며 상대에게 점수를 내줘야 했다. 여기에 옐레나의 후위 공격 과정에서 라인을 밟으며 공격 범실로 인정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황당한 상황으로 일방적인 흐름이 갖춰졌다.

이런 상황에서 칼텍스는 김지원의 서브 에이스로 3-0까지 앞서나가더니, 강소휘의 서브 에이스 3개가 연속으로 나오며 순식간에 경기는 8-1까지 벌어졌다. 말 그대로 순식간이었다. 인삼공사는 3세트 시작과 동시에 두 개의 범실이 나오며 완전히 무너졌다.

GS칼텍스 유서연 [한국배구연맹 제공=연합뉴스]

옐레나가 분노의 공격을 퍼붓고, 정호영의 서브 에이스 등이 나오며 나름 분전하기는 했지만, 연결이 무너지며 경기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뭘 해도 안 되는 경기였다. 1라운드에서 칼텍스가 아무리 해보려 해도 안 되던 경기 상황을 2라운드 맞대결에서는 인삼공사가 맛봐야 했다.

한순간 어떤 이유로 팀 전체가 무너지며 경기를 내주는 일은 배구에서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강팀의 경우 바로 반격하며 상대를 압도하는 경기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비슷한 전력의 팀이라면 이런 반격이 어렵기도 하다.

인삼공사의 이번 경기가 힘들 수밖에 없었던 것은 염혜선의 부진이 크다. 세터가 흔들리며 제대로 공 배급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나오자 공격 범실이 반복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상황이 되면 리시브도 덩달아 흔들린다.

이소영과 옐레나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세터가 잘해줘야 한다. 염혜선이 부진하면 하효림이 대신해줘야 하는데 지난 경기에서도 그랬지만 긴장해서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며 감독의 믿음을 얻지 못했다. 칼텍스의 경우 주전이던 안혜진이 부진하자 바로 김지원으로 대체해 상대를 제압하는 모습과 비교가 되었다.

인삼공사 수비의 핵인 노란이 허리 부상으로 경기 도중 나가며 아쉬움은 더욱 커졌다. 채선아가 열심히 경기에 나서기는 했지만, 노란이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공백이 드러났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KGC인삼공사 세터 염혜선(가운데) [한국배구연맹 제공=연합뉴스]

배구는 철저한 팀 경기다. 그런 점에서 인삼공사는 염혜선이 빠르게 살아나야 한다. 세터가 불안정해지면 경기를 지배할 수 없다. 이소영과 옐레나란 강력한 공격수에 어느 팀보다 높은 전방을 갖춘 인삼공사는 수많은 공격 패턴을 만들어낼 수 있는 팀이다.

그런 능력을 갖춘 팀이 단조로운 공격이 이뤄지고, 범실이 잦아지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인삼공사가 상대를 압도하던 경기와 무기력한 경기에서 가장 크게 두드러진 차이는 결국 연결이다. 이번 경기에서 이소영과 옐레나로 이어지는 공격 라인이 무너졌다. 그래서는 안 된다.

1라운드에서 서브 에이스가 제로였던 칼텍스는 이번 경기에서 9개나 성공시켰다. 이 차이는 결국 승패로 직결되었다. 인삼공사는 후반 들어 3개가 성공되기는 했지만, 이전에는 모두 범실로 공격 흐름을 끊어버리며 무너졌다.

인삼공사 자원은 풍부하고 좋다. 이 상황에서 불안하게 여겼던 리베로는 오히려 강력함을 증명했지만, 믿었던 세터가 무너지며 불안을 안기고 있다. 결국 세터들인 염혜선과 하효림이 보다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들이 살아나지 못하면 인삼공사는 지속적으로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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