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준석 대표 칩거 사태로 국민의힘 권력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언론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권교체를 전제로 당권을 쥐기 위한 알력다툼이 일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내 권력다툼 하나 수습하지 못하는 국민의힘을 유권자들이 수권정당으로 인정할 수 있겠냐는 언론 비판이 이어진다.

이준석 대표는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의 언론플레이, 이수정 경기대 교수 선대위 영입, 윤 후보 충청방문 일정 패싱 등을 공개 비판해왔다. 특히 잠적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전 이 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핵관'의 익명 언론인터뷰에 대해 "난장판"이라고 직격했다.

이 대표는 11월 25일 쿠키뉴스 기사 <[단독] 국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자리 없앤다>를 SNS 계정에 공유하며 "익명인터뷰 하고 다니는 그 분 이제는 대놓고 공작질을 하고 다닌다"고 밝혔다. 해당 기사에서 윤석열 캠프 핵심관계자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체제는 물 건너 간 것"이라며 "윤 후보는 자신만의 새 길을 찾았고 윤석열의 정치를 보여주고 싶어 한다. 고인 물, 흘러간 물이 아니라 새로운 물이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저녁 SNS에 "^^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글을 남기고 잠적했다. 윤 후보는 이 대표 칩거 이유를 묻는 질문에 "나도 잘 모르겠다. 후보로서 내 역할을 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여기에 '윤석열 문고리 3인방' 논란이 불붙었다. <조국흑서> 공동저자 권경애 변호사는 "김종인 상왕설을 퍼뜨린 세력이 결국 승리했다"며 김 전 위원장 합류 무산 배경에 권성동·윤한홍·장제원 의원 등 '문고리 3인방'이 있다고 지목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장제원 의원을 겨냥해 "차지철 역할을 하고 있다. 여의도바닥에는 벌써 '장순실'이라는 말이 나도는 모양"이라고 했다. 장 의원은 이들 주장에 대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칩거 전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갈무리

1일 대다수 신문은 국민의힘이 유권자는 보지 않은 채 권력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설 <이번엔 당대표 칩거, 국민의힘 '알력' 어디가 끝인가>에서 "책임 소재와 경중을 따지기에 앞서 국민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껴야 마땅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측근 권력'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일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내부에서 벌어지는 암투가 외부에 가감없이 표출되고, 그것이 후보의 비전과 정책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 상황은 결코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당대표가 당무 거부, 후보는 리더십 의문, 野 뭐하는 건가>에서 "다수 국민은 정권 교체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계속 이런 식이면 그런 민심도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선일보는 "설사 서로 뜻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할지라도 내부적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상례인데 지금 국민의힘은 여당 후보와 싸우는 것보다 당 내부 싸움이 더 치열할 지경"이라고 썼다.

이어 조선일보는 "이 대표를 포함한 당내 여러 이견들을 수습해 하나의 팀으로 선대위를 이끌어야 할 책임은 윤 후보에게 있다"며 "이 대표는 늙고 낡았던 야당에 ‘이준석 현상’이라는 새바람을 일으키며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어모은 귀중한 자산이다. 식상한 인물들을 선대위에 배치한 윤 후보가 정작 이 대표와는 감정 싸움만 한다면 그것이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치겠는가"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인선갈등 한달째, 정책비전도 없어… "윤석열 리더십 어딨나>, <'음주 페북' 후 전화끄고 잠적… 제1야당 대표의 '태업'>등의 기사를 게재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당대표 잠적 최악의 내홍, 국민의힘 선택받겠나>에서 "국가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할 시점에 자기들끼리 다투는 국민의힘에 국민의 실망이 깊다"며 이 대표와 윤 후보를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이 대표가 선대위 인사 영입과 관련해 윤 후보를 비판하는 것은 당을 위한 일이 아닌 자기정치를 우선시 하는 꼴이라고 했다. 윤 후보에 대해서는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며 "(선대위를)적당히 자리 나누기로 봉합한다면 100일 남은 선거 국면에서 갈등은 언제든 재연될 것"이라고 했다.

무기한 당무 거부를 선언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부산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대회의실 앞에 붙여진 당 홍보물에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대선 후보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신문은 사설 <인사 논란에 ‘이준석 패싱’까지 싸늘한 민심 안 보이나>에서 "국민의힘 집안싸움이 점입가경"이라며 "국민의힘이 내분으로 날을 새든, 대표가 사퇴를 하든 말든 그들 내부의 일이다. 국민들로선 우려하고 말고 할 것도 없고, 오로지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에서 그에 대한 판단을 표로 내보이면 그만일 일"이라고 냉소를 보냈다.

다만 서울신문은 "차기 대선을 최악의 후보, 최악의 정당은 피하고 보자는 ‘뺄셈 선거’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 딱한 노릇"이라고 했다. 서울신문은 "어쭙잖은 지지율 1위 여론조사에 도취돼 벌써 정권을 차지한 양 당내 이런저런 세력들이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이런 알량한 탐욕조차 정리하지 못하는 정치력이라면 이들에게 나라 5년의 운명을 맡겨도 좋은지를 자문하는 유권자는 갈수록 늘어갈 것"이라고 썼다.

서울신문은 이날 관련 기사에서 "보다 근본적으로는 대선 이후 당권을 놓고 이 대표와 윤 후보 측이 내부 권력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며 "최근 윤 후보의 지지율 우세로 정권교체 기대감이 높아지자 6월 지방선거 공천권을 갖기 위해 벌써부터 당권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이준석 때리기'에 나섰다. 중앙일보는 사설 <이준석의 돌연한 보이콧…대표 자격 있나>에서 "선대위에 관한 한 윤 후보에게 전권이 있다"며 "이 대표는 그러나 여전히 책임을 지는 당 대표라기보다 이런저런 훈수를 두는 평론가 행세를 하며 시비를 가리려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2016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김무성 대표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친박 정치인들의 공천 압박에 당무를 회피했던 이른바 '옥새 파동'을 거론하며 "이 대표가 떠올려야 할 사실이 있다. 김 대표가 옳았는지 몰라도 새누리당은 패했다"고 썼다.

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은 칼럼 <上王과 중2병에 걸린 당 대표>에서 "이 대표는 ‘모든 권력을 김종인에게로’를 외치며 그만두겠다고 생떼를 부리고 있다. 중2병에 걸린 청소년 같다"며 "권력에 대한 강한 집착이나 당의 주인이 되고 나서도 만년 손님처럼 행세하는 게 김 씨와 비슷하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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