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북한 관련 허위조작 정보가 외신발 오보, 동영상·사진 편집 등의 형태로 다양해졌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언론위원회는 29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남북 교류와 평화의 전제 조건 적대적 분단 언론에서 상생 통일의 언론으로>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현경 통일방송연구소 소장은 “국내 기자들이 북한 관련 오보나 가짜뉴스를 생산해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여건이 조성돼 있어 쉽게 유혹을 받는다”며 “북한과 관련한 오보는 ‘아니면 말고’가 쉽다. 사과와 반성이 없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일례로 지난해 4월 있었던 김정은 사망 오보를 꼽았다. 김 소장은 “국내 북한 전문가들이 ‘김정은의 신상에 일시적으로나마 이상이 생겼을 수가 있다’고 설명했는데, 한 북한 전문매체가 여기에 살을 붙이고 육하원칙에 맞춰 기사형식으로 오보를 만들었다"며 "이후 구체적으로 허위 정보가 확산됐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언론위원회가 29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남국 교류와 평화의 전제 조건 적대적 분단 언론에서 상생 통일의 언론으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NCCK 유튜브 화면 갈무리)

김 소장은 과거에는 외신이 의도성이 있는 북한 관련 오보를 바로 잡아주는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외신발 오보가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김정은 사망 보도에) 불을 지핀 것은 CNN, 블룸버그의 기사였다”며 “당시 CNN의 경우 ‘미국 정부가 김정은 위원장이 중대한 위험에 빠졌다는 정보에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 유럽에서 북한 기사가 많아졌는데, 후세인, 카다피 등 ‘국제적 악당’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 모두 사망한 상황에서 김정은은 미국의 유명인사”라고 말했다.

또한 김 소장은 “탈북민 커뮤니티가 강력한 스피커 역할을 한다”며 “탈북민 국회의원이 3명인데, 당시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의 ‘김 위원장의 사망을 99% 확신한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의 ‘스스로 일어나거나 걷지 못하는 상태’ 등의 발언이 외신 인터뷰 소스로 등장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했다.

미디어 환경 변화가 북한 허위 정보를 새로운 방식으로 확산시킨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 소장은 “2017년 회사 임원 중 한 명이 조선중앙TV가 김정은 사망을 보도했다는 내용의 유튜브 링크를 보냈는데, 리춘희 아나운서가 보도하는 장면이었다”면서 “2011년 김정일 위원장 사망 당시의 장면을 교묘하게 편집한 내용이었다. 딥페이크 기술로 보면 수준이 떨어졌지만, 놀라웠던 건 권위있고 진보성향의 매체가 이 내용을 받아 보도했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과거에 비평적이였던 전통 매체도 클릭 수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자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수한 헤럴드경제 기자는 “지금 우리 언론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 했다’ 등의 노동신문 한 줄을 떼서 선정적이고 흉악한 모습만 부각하며 장사하는데, 실제로 북한 신문을 읽으면 ‘이 사람들이 아주 궁지에 몰려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과거 냉전 시기에 북한 언론을 차단했던 것은 체제 경쟁 중 ‘국민이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인데 지금 북한 언론을 국민에게 공개한다고 누가 북한을 동경하겠냐, 측은해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수한 기자는 "체제 경쟁 시기가 아닌데 북한 언론에 대한 접근도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라면서 "북한 노동신문의 기조가 과거 사상, 혁명 관련 보도였다면 김정은 집권 뒤에는 경제기사로 바뀌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단적인 예로 북한 신문 1면에는 옥수수 증산 기사, 농사 기술 발전 내용이 있다. 이런 내용이 그 나라의 대표기사라는 것은 그만큼 (북한의 경제가) 어렵다는 것의 반증”이라고 덧붙였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금 북한 관련 가짜뉴스는 조금 줄어들고 있다고 본다”면서 “다만 휘발성이 강한 이슈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북한에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걸 해석하고 분석하기 쉽지 않다”며 “특히 북한 기사는 히스토리와 같은 맥락이 중요한데, 경력이 짧은 기자들은 현상 해석이 쉽지 않다. 각 언론사가 제대로 기자들을 훈련시켜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우리가 지금 언론이 이런 실수를 한다고 지적하고, 외신도 비판하는데 그 단계를 넘어야 한다”며 “(북한 관련 기사를) 정확하게 쓸 수 있게 경험있는 기자, 연구자들이 정보를 공유해줘야 한다. 정부와도 협력해 이런 문제를 공론화시켜 기자들이 느끼게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연구자들이 (북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정리해주고 이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만들어지면 튀는 기사, 남북관계의 해악을 막는 기사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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