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많은 이들의 희망이 돼 왔습니다. 거구의 서구 선수들을 물리치고 세계를 제패했던 그 쾌감, 그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스포츠는 많은 이들의 힘이 됐고, 그렇게 우리 스포츠는 성장을 거듭해오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개월 사이에 우리 스포츠에서 볼썽사나운 모습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온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은 프로스포츠에서 말입니다. 승부조작이 나오고, 비리가 터졌으며, 수뇌부 갈등으로 눈살만 찌푸리게 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승부조작이 나왔습니다. 나와서는 안 될 일이 또 터졌고 이는 다른 나라에도 소개됐습니다. 부끄러운 한국 스포츠의 자화상이 만천하에 또 드러난 것이었습니다.

▲ 12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드림식스 대 대한항공점보스의 경기 시작 전 양팀 선수들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승부조작 사건과 관련해 머리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 하나쯤이야'가 빚어낸 승부 조작 파동

프로축구 승부조작 파동이 완전히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프로배구에서 승부조작 사태가 터졌습니다. 전현직 선수가 구속되고, 경기 직전에 선수가 체포되는 등 파문이 일파만파 커졌습니다. 급기야 남자 뿐 아니라 여자배구까지 확대, 조사하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습니다. 수십 명의 선수가 연루됐다는 말도 나왔고, 국군체육부대 상무 배구팀은 올 시즌 잔여 경기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며 파행 운영이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몇몇 선수의 잘못된 행동에 프로배구 전체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습니다.

프로배구 승부조작 사태는 프로축구 K리그 승부조작 사태와 유형은 다르지만 큰 맥락에서는 같습니다. K리그 승부조작의 경우 브로커의 사주를 받고 경기 중에 실수하는 것으로 승부조작을 저질렀지만, 프로배구는 본인이 직접 불법 스포츠토토에 참여해 해당 경기 승부 조작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그러나 선수 몇몇이 가진 '나 하나쯤이야'라는 마인드가 결과적으로 리그 전체의 판을 흔들었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또 승부조작의 가장 큰 요인에 불법 사설 스포츠토토가 있다는 것, 결국 돈 문제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 자체도 동일합니다.

아마추어 스포츠 선수들보다 더 좋은 대우와 나은 환경에서 운동하는 프로 선수들이 돈 문제로 잇따라 잘못된 행동을 저지른 것은 결과적으로 프로 선수들의 윤리 의식이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에서 많은 이들을 부끄럽게 했습니다. 모범이 돼야 할 프로 선수들의 전혀 프로답지 않은 행위가 분노케 한 것입니다. 무명급 선수든 스타급 선수든 겉으로는 프로 선수이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마추어보다 못한 행위를 저지른 것은 배신행위나 다름없었습니다. 또 정당한 승부욕에 많은 명승부를 만들고 지금까지 기반을 다져온 선배 선수들, 동료 선수들을 욕되게 했습니다.

발본색원, 환골탈태...한국 체육계 전체 문제로 인식해야

이전에 벌어졌던 일들이 이제서야 터졌다고 하지만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안 벌어질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K리그 승부조작 사태 때는 재발 방지 약속과 관련자 사법 처리 등을 비교적 신속하게 진행했지만 승부조작과 관련한 실질적인 몸통을 찾아내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이참에 선수, 브로커 뿐 아니라 불법 사설 스포츠토토 자체를 뿌리뽑아야 하고 몸통을 찾아 완전히 갈아엎는다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아예 그 자체를 없애버려 불법 승부조작 자체의 근원을 잘라내 버려야 한다는 겁니다.

또한 이번 문제가 프로축구, 프로배구 뿐 아니라 한국 프로 스포츠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접근할 필요도 있습니다. 이번 프로배구 승부조작 사태는 '설마, 설마' 하다 터져나온 문제였습니다. K리그 승부조작 때 '설마 하지만 아니겠지'하고 넘어가려다 걸린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왕 나온 김에 프로농구, 프로야구 등 프로 스포츠 전체로 확대해 조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건전한 프로 스포츠 문화 정착에 도움이 되고, 오히려 '깨끗한 프로 스포츠'로서의 면모를 과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과감한 조사 확대도 고려할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와 더불어 프로 선수들이 윤리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 뿐 아니라 체육계 전체적인 관심, 관련 규칙 제정도 따라야 할 것입니다. 그야말로 의식적으로 '환골탈태' 수준이 돼야 한다는 얘깁니다.

'배신행위'는 곧 '절교'가 된다...제대로 된 위기의식 가져야

프로 스포츠의 생명은 바로 팬입니다. 팬이 돌아서면 결과적으로 프로 스포츠는 끝입니다. 다행히도 수준 높은 팬들의 의식, 사랑 덕에 프로축구 K리그는 죽지 않았고, 프로배구도 아직까지 괜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배신행위'가 또 한 번 드러난다면 이는 '절교'로 이어질 것입니다. 한 번의 배신행위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가는 정말 큰 코 다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프로배구의 후속 대책, 그리고 이외의 프로 스포츠들이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프로 스포츠 전체, 나아가 한국 체육계 모두가 자성한다는 생각으로 이번 승부조작 문제를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 많은 이들의 꿈과 희망을 저버리는 행위는 없어져야 합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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