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이 부산경남 방송사의 비정규직 고용현황을 파악한 결과, KBS부산총국과 KNN 구성원의 절반이 비정규직이었다. 비정규직 없이는 운영될 수 없는 구조다.

부산민언련 문화다양성 기획팀은 24일 '부산경남 언론사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집담회'에서 지역방송 관계자 면담을 통해 취합한 비정규직 고용현황을 공개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업무상 비밀을 이유로 자료제공을 받지 못했다. 부산민언련은 이와 함께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비정규직 종사자 16명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진행했다.

부산지역 지상파방송 구성원 중 43.5%는 비정규직이다. KBS 부산총국의 경우, 전체 직원 266명 중 비정규직은 131명으로 49.2%를 차지했다. 부산MBC는 총 직원 161명 중 비정규직이 43명으로 36.4%였다. 부산MBC는 2년 정규 계약직도 정규직에 포함시켜 실제 비정규직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KNN은 정규직이 116명, 비정규직이 110명으로 전체의 48.7%가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의 주요 업무는 근로 형태에 따라 나뉘는데, KBS 부산총국의 파견근로자는 PD보조, 영상 편집보조, 기술국 보조 등으로 대다수가 20대였다. 제작보조원은 프리랜서 작가, 프리랜서 편집감독, VJ 등으로 대부분 장기 근속 중이고 연령대는 다양했다. 수신료 업무, CG 업무 등을 맡고 있는 연봉계약직은 정년 보장이 되지만 5명에 불과하다.

부산MBC는 영상촬영, 편집, 자료 조사원에 주로 청년 비정규직을 배치하고 있으며 송출, 편성 등 단순 업무도 비정규직이 맡고 있다. KNN은 기자·제작·기술·카메라 등 4대 직급은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그 외 보조 업무는 계약직을 채용했다.

(자료제공=부산민언련)

'방송사에서 일하고 싶어' 비정규직으로 입사

방송사 비정규직 종사자들은 지원 사유에 대해 "공채가 어려워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비정규직을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직무군은 주변 인맥을 통해 일자리를 제안받는 경우가 많다. 시험을 통과한 뒤 몇 단계의 면접을 거쳐 올라가는 공채에 비해 쉽다는 것이다. 2년 미만 근무한 AD는 “방송학과에 다니고 있었는데 현장실습을 오게 됐다”며 “지난해 1월 인턴으로 들어와 6개월 현장실습을 하고 프리랜서로 계약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방송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가진 지망자로 케이블 채널이나 외주 제작사에서 경력을 쌓는데 비해 지상파에서 일하는 게 좋은 경력으로 인정받을 것이란 기대심리를 갖고 있었다. 5년 미만동안 일한 VJ는 “프리랜서지만 방송국에서 일하는거니까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이직할 때 이력서에 프로덕션 2년 경력보다 000방송사 경력이 급이 다르다”고 했다.

인터뷰이들은 입사 이후 정규직-비정규직간의 갑을 관계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메인작가와 PD가 실력과 임금 정도에 따라 리포터, 촬영VJ 등을 선택해 팀을 꾸려 갑을 관계가 자연스레 생긴다는 설명이다. 재직 20년 미만 방송작가는 “작가가 전체적 기획, 섭외, 원고, 출연자 관리, 구성안을 쓰고 세세한 모든걸 챙긴다”며 “프리랜서는 실력에 따라 인정받고 언제든지 잘릴 수 있는, 실제로는 상하관계가 아니어야하는데 상하관계가 된다”고 말했다.

인터뷰이들은 가장 부당한 문제로 ‘임금을 포함한 처우’라고 입을 모았다. 계약직이나 프리랜서들이 정규직과 똑같은 업무를 하거나 오히려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으나 대우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회를 비판하고 감시하는 언론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재직 5년 미만 FD는 “뉴스에서 노동 착취반대,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면서 제일 착취하는 게 방송사 내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 방송작가는 “사회정의를 외치는 게 어이없다. ‘그것이 알고싶다’ 같은 곳을 보면 조직이 매우 불합리한데 세상 제일 정의로운 척 한다”고 밝혔다.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재직 25년 미만인 방송작가는 “경력 있는 작가들이 가진 노하우나 식견은 분명히 있는데 이런 부분들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며 “반면 정규직은 자기 일들 작가들에게 시키며 연차가 오르면 호봉을 받아가는 거 맞지 않다”고 했다.

이밖에 개인용 카메라나 컴퓨터를 지급하지 않는 일상적이고 비공식적인 차별, 근무연차 상관없이 정규직 비정규직에 따라 다른 호칭, 결방으로 인한 수입 부재, 불안정한 고용형태와 연장방식, 바우처 방식의 임금지급 방식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재직 10년 미만의 방송작가는 “가장의 경우 생활비인데 한 번 막히면 생활에 큰 차질이 생긴다”며 “내가 일해서 받은 돈인데 어디에 말해야 하는지도 불분명하고 말하기도 조심스럽다. 예전에는 얼마 받는지 모르고 시작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노조 설립 이후 조금은 나아졌다”

인터뷰 결과 비정규직 방송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의 설립'과 같은 조직화와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방송작가는 “문제가 생겼을 때 작가가 회사에 말할 수 있는 소통 창구가 없다. 작가는 노조라도 생겼지만 리포터나 다른 프리랜서는 아예 없다”며 “작가는 대부분 여자이고 어리다보니 사측과 대응이 어려웠는데 노조 설립 이후 조금은 나아졌다”고 밝혔다.

부산민언련은 최소한의 '삶의 안정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직군과 업무에 맞게 임금 지급의 정기성, 고용연장 시 합리적이고 투명한 계약방식, 연차와 추가 노동에 따른 인건비 상정 등을 개선할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방송사의 중층화되어있는 생산 시스템상 직무, 고용조건 등에 따른 세부 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민언련은 “직접고용, 간접고용, 계약직, 임시직, 바우처, 파견, 용역, 특수고용 등 세밀하게 분류된 노동계약 방식이 존재하는 언론사에 보이지 않는 갑을 관계 종식이 필요하다”며 “동료로 이들을 받아들여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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