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조선일보·중앙일보가 “전두환 집권기 시절 경제적 성과는 좋았다”며 전두환 씨 업적을 칭송하고 나섰다. 전두환 군부독재 당시 국민 소득이 늘어나 민주화 요구를 분출시켰고, 전 씨가 평화적 과정으로 권력을 이양했다는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는 “최근 일부에서 전두환의 역사적 평가를 되돌리려는 퇴행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중앙일보 등 보수 신문은 전두환 씨의 과오를 지적하면서도 집권기 시절 경제 호황을 높게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현대사 아픔과 갈등, 굴곡, 논란 안고 떠난 전두환 전 대통령”에서 “(전두환 집권기 시절) 경제적으로는 2차 오일쇼크의 경제 위기를 벗어나 1980년대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았다”며 “정치적으로 암울했지만, 단군 이래 처음이라는 ‘물가 안정’ 등 경제적으로는 발전했다”고 썼다.

23일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사망한 전두환 씨 (사진=연합뉴스)

중앙일보는 “용서받지 못하고 떠난 전두환 전 대통령” 사설에서 “경제 분야에선 한국 경제에서 불가능한 꿈이었던 성장·물가·국제수지란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며 “개방경제와 시장 중시 방향을 잡았고 예산 동결과 같은 파격적 조치로 재정 건전화를 이룩했다”고 평가했다.

조선·중앙일보는 직선제 도입을 전두환 씨의 '결단'으로 포장했다. 조선일보는 “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연장 대신 육사 동기이자 쿠데타 동지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후계 자리를 넘겼다”며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받아들이는 결단으로 국가적 파국을 피했다. 전 전 대통령은 이 직선제 수용은 사실 자신의 뜻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해 왔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유혈 사태를 통해 권력을 잡고 폭압 체제로 국민을 억눌렀던 전 전 대통령은 권력을 순순히 놓지 않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예상했다"며 "전 전 대통령은 이런 예상을 깨고 평화적 과정으로 권력을 이양해 우려됐던 국가적 비극은 피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전두환 씨는) 여느 제3세계 군 출신 통치자들과 다른 선택을 했다”며 “스스로 단임을 결심했고 이행했다는 점에서다. 87년 민주화운동 때도 진압보단 타협을 택했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전두환·노태우에 의한 민주화 과정이란 게 세계적으로 보면 유일하게 성공하다시피 한, 군사정권의 자진 후퇴”라는 이홍구 전 국무총리의 발언을 소개했다.

하지만 전두환 씨가 직선제를 수용한 것은 ‘민주화를 위한 결단’ 때문이 아니라 6·10 민주항쟁의 결과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한열 최루탄 피격 사망 사건 이후 전국적 항쟁이 벌어졌고, 당시 전 씨는 ‘비상조치’를 전제로 한 군병력 배치 계획을 결정했다. 하지만 시위 진압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셌고, 미국 의회 역시 민주화 지지 결의안을 채택했다. 또한 전 씨는 ‘국가원로자문회의’를 만들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상왕’ 노릇을 하려 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동아일보는 “정치적 공적으로 거론되는 7년 단임 약속 이행은 한국 정치사에서 평가가 갈리는 부분”이라며 “퇴임 이후 막후 실력자로 남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려 했고, 자신의 육사 동기이자 쿠데타 동료에게 권력을 넘기는 것이었다. 다만 당시까지는 전례가 없는 한국 정치사의 첫 평화적 정권 이양은 마성과도 같은 권력욕을 자제하지 않았다면 그나마 불가능했을지 모른다”고 했다.

1987년 6월 9일 연세대 앞 시위에서 최루탄에 피격당한 이한열 열사. (사진=로이터통신, 이한열기념사업회)

"전두환 역사적 평가 되돌리려는 퇴행적 움직임 나타난다"

한겨레는 사설 “한마디 사죄도 없이 떠난 ‘국민 학살자’ 전두환”에서 “전두환은 살아서는 물론 죽어서까지 국민과 역사 앞에 죄를 짓고 떠났다”며 “세상을 떠난 이에 대해선 비교적 관대한 것이 우리의 정서이자 관습이지만, 군사반란으로 권력을 찬탈하고 이에 저항하는 국민을 총칼로 학살한 내란 수괴의 죽음 앞에서 어떤 애도의 감정도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최근 일부에서 전두환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되돌리려는 퇴행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발언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우려하고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국민의힘은 전두환 사망과 관련해 당 차원의 공식 논평을 내지 않기로 했다”며 “국민 여론과 강성 극우 지지층 사이에서 눈치 보기를 하는 것 같은데, 비겁한 침묵이다.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치세력은 자신의 지지층만을 대변하는 이익집단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한 한겨레는 전두환 씨의 명복을 빈 청와대를 비판했다. 한겨레는 “정부와 정치권이 그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하거나 애도를 표명한다면 매우 부적절한 일이 될 것”이라며 “청와대가 ‘명복을 빈다’고 밝힌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정작 위로를 받아야 하는 사람은 전두환으로부터 한마디 사죄도 받지 못한 5·18 영령들과 유족들”이라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사설 “끝내 5·18 참회하지 않고 사망한 전두환”에서 “전 씨는 떠났지만 그의 시대가 종언을 고한 것인지에 대한 성찰은 필요하다”며 “일각에서 기회만 있으면 미사여구로 전 씨를 칭찬하고 해괴한 논리로 5·18을 왜곡하는 것은 우려할 일이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보수층 득표를 위해 이런 세력을 이용하려 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썼다.

경향신문은 사설 “끝내 참회·사죄 없이 부끄럽게 생 마친 ‘학살자’ 전두환”에서 “일말의 동정조차 느낄 수 없는 부끄러운 죽음”이라며 “(전두환 집권기는) 피로 시작해 시민의 저항으로 무너진 철권·폭압의 시대였다. 전 씨를 단죄하고 억울한 피해자의 한을 푸는 것은 여전히 산 자의 몫이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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