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쌓여있던 최강희호 축구대표팀의 윤곽이 드러났습니다.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은 오는 2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과 29일 2014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쿠웨이트와의 경기에 나설 26명의 명단을 확정, 발표했습니다. 예상대로 국내파 선수들이 대거 발탁됐고, 최강희 감독의 의중이 상당부분 반영됐다는 점에서 이전 조광래호와 차별화된 팀의 면모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실험적인 요소, 눈에 띄는 새 자원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선수는 바로 현재 경찰청 소속인 '제라두현' 김두현이었습니다. R리그(K리그 2군)에서 꾸준하게 활약을 펼치고 몸을 만들어왔다고 하지만 경찰청 소속의 선수가 발탁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만큼 김두현의 발탁은 그 자체만으로도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능력과 최근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최강희 감독은 김두현의 발탁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김두현은 1년 반 만에 국가대표팀에 입성했습니다.

▲ 김두현 선수(가운데)ⓒ연합뉴스

1년 반 만에 얻은 새로운 기회

이미 김두현의 능력은 K리그, 한국 축구에서도 알아주는 수준입니다. 제라두현이라는 별칭에서도 알 수 있듯 그는 지능적인 플레이와 빼어난 경기 운영으로 K리그에서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보였습니다. 패스면 패스, 움직임이면 움직임, 슈팅이면 슈팅까지 거의 모든 공격력을 다 갖췄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경험도 비교적 풍부합니다. 2006년에는 당시 소속팀이었던 성남 일화의 우승을 견인하며 K리그 최우수선수(MVP)상을 수상했고, 2008년에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웨스트브롬에 입단해 잠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국가대표팀에는 2003년 4월, 일본과의 친선경기에 데뷔해 지금까지 59경기를 뛰면서 11골을 넣었고, 2008년 남아공월드컵 3차예선 투르크메니스탄전에는 해트트릭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2006년 독일월드컵 때 최종엔트리에는 뽑혔지만 출전 기회는 잡지 못했고, 부상 등의 여파로 2010년 이후에는 자신을 부각시킬 이렇다 할 기회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 시기에 김두현은 국방의 의무를 다 하기 위해 경찰청에 입대했고, 올 9월 제대를 앞두고 있습니다.

능력은 빼어나다 해도 실전 감각, 동료와의 유기적인 호흡이 잘 맞지 않는다면 어려움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은 김두현의 능력을 믿고 뽑았습니다. 김두현의 가세에 따라 기존 윤빛가람, 구자철, 이용래 등 미드필더에게 새로운 자극제가 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최강희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현대 축구에서는 미드필더가 강해야 한다. 그런 큰 틀에서 중원 경쟁 강화 차원이라 생각하면 된다”면서 "무엇보다 본인의 강한 의지 때문에 뽑았다"며 김두현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습니다. 이미 최 감독은 수원 코치 시절, 갓 프로에 입문했던 김두현을 조련했던 경험이 있어 김두현의 장점, 특징을 잘 아는 지도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단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어느 정도 능력을 보여준다면 29일 쿠웨이트전에서 김두현의 능력을 활용한 전술 운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오직 능력만으로...소외받은 팀에 퍼질 '김두현 효과'

김두현의 깜짝 발탁도 주목할 일이지만 무엇보다 더 눈여겨 볼 것은 바로 경찰청 팀 소속 선수의 발탁이라는 것입니다. 지금껏 축구대표팀은 '프로 선수여야 한다'는 것이 불문율처럼 이어져 왔습니다. 그래서 R리그 선수, 고교, 대학 선수들이 소외받았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소외돼 있던 팀의 선수를 최강희 감독이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시키면서 이제는 특정한 연에 얽매이는 것이 아닌 오직 능력만으로 대표팀을 운영하겠다는 뜻을 드러냈습니다. 주목받지 못했던 팀, 선수라 해도 능력만 있으면 언제든 대표팀에 발탁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입니다. 이는 향후 도입될 승강제로 변화가 예상되는 K리그, 그리고 2부리그에 참가할 팀 전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갓 경찰청에 입대한 염기훈에게도, 또 내셔널리그 선수들 모두 국가대표의 꿈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이번 김두현 발탁을 통해 열렸습니다.

호쾌한 플레이, 제라두현을 기대한다

간만에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김두현이기에 잘 융화된 모습을 보여줄 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선발한 최강희호 1기 자체가 어떻게 보면 기존의 틀을 완전히 깬 팀입니다. 자연스레 김두현도 실력만 발휘하면 곧바로 최강희호의 터줏대감으로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능력은 출중하면서도 부상, 해외 진출 실패, 월드컵 출전 무산 등으로 온갖 불운을 겪어야 했던 제라두현, 김두현. 그의 호쾌한 플레이가 한국 축구를 살리는 힘이 될 지, 많은 팬들은 김두현의 대표팀 복귀, 그리고 활약상을 기대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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