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키코 사태와 관련해 가격정보 미제공을 인정하고도 불완전판매가 아니라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발언은 '술 마시고 운전 했지만 음주운전은 안 했다'는 말과 같다는 국회 보좌관 의견서가 법원에 제출됐다. 산업은행은 해당 의견서와 같은 취지의 기사를 쓴 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를 상대로 허위사실 명예훼손 소송을 진행 중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의 김성영 보좌관은 최근 법원 요청으로 산업은행이 키코 거래기업들을 상대로 불완전판매를 했는지 여부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김 보좌관은 금융권·대기업에서 25년 경력을 쌓고 19대 국회에 발을 들였으며 이종걸·박영선·박용진 의원실에서 근무한 금융개혁 정책통으로 알려졌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연합뉴스)

김 보좌관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국정감사장에서 산업은행이 불완전판매를 한 것은 아니라고 강변했지만 거래고객들에게 가격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실상 불완전판매를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어 그는 "이는 술을 마시고 운전한 것은 인정하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고 강변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음주운전을 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유했다.

김 보좌관은 금융회사가 금융상품을 판매하거나 거래를 권유할 때 적합성의 원칙과 설명의무를 지키지 않는 경우를 '불완전판매'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해 10월 정무위 국정감사장에서 키코 거래의 가격정보 미제공을 인정하면서도 불완전판매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 보좌관은 "거래당사자들은 금융거래를 할 때 가격이 적정가격인지 또는 저평가 내지는 고평가되었다고 판단하는지에 따라 매수나 매도의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며 "이렇게 중요한 가격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은 명백한 불완전판매의 증거이며 동시에 당시 은행업무감독업시행세칙 규정을 위반한 불법행위"라고 강조했다. 키코 사태 당시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 제65조는 "비정형 파생상품거래시에는 내제된 개별 거래별로 각각의 가격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동걸 회장은 은행의 가격 구성요소를 밝힐 의무가 없는 것으로 본다는 법원 판결이 있었다며 키고 거래는 불완전판매가 아니라고 발언했다. 하지만 김 보좌관은 이동걸 회장이 언급한 판결 내용은 가격정보가 아닌 '수수료'를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김 보좌관은 "은행에서 고객들이 달러를 사거나 팔 때 은행은 대고객환율을 고객에게 제시하게 된다"며 "예를 들어 고객이 살 때는 1,199.93, 고객이 팔 때는 1,158.67이라고 제시하게 되는데, 이 때 은행은 왜 고객이 살 때는 1,199.93이고 고객이 팔 때는 1,158.67인지 설명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고객에게 대고객환율 자체를 알려줄 의무가 없다는 의미는 아닌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10월 18일 스포츠서울 <[취재석] 이동걸의 이상한 논리 '키코, 불완전판매 했으나 불완전판매 아니다'>

키코(KIKO. Knock-In, Knock-Out)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지만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입는 구조의 파생금융상품이다. 미리 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기 때문에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지만, 환율이 상한(Knock-In) 이상으로 오르거나 하한(Knock-Out)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각각 환율보다 낮은 가격에 2배의 외화를 팔아야 하거나 계약이 해지되는 상품이다.

2008년 초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키코에 가입했던 중소기업 피해가 속출, 줄도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문재인 정부 금융감독원은 2018년부터 2년 간 키코사태를 조사, 키코를 '불완전판매'로 결론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배상과 보상을 거부하며 키코는 불완전판매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해 10월 정무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키코는 불완전판매가 아니다"라면서도 "가격정보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권 기자는 당시 <[취재석] 이동걸의 이상한 논리 "키코, 불완전판매 했으나 불완전 판매 아니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작성했다. 산업은행은 이 회장이 "불완전 판매했다"고 말한 적 없기 때문에 기사가 허위사실이라는 입장이다. 산업은행은 권 기자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이용우 의원은 산업은행에 "언론보도에 대한 봉쇄소송의 가능성을 심각하게 봐야 한다. 이런 소송이 계속될 때 우리나라의 언론자유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고민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의원은 "대법원 판례를 보면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 판례에 의하면 성립하지 않을 소송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동걸 회장은 "제가 하지 않은 말을 했다고 했기 때문에 바로잡기 위해 소송을 한 것"이라며 "법원에서 판단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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