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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해진 기업은행, 조송화 임의해지? 근본부터 바꿔라[미디어비평] 스포츠에 대한 또 다른 시선
장영 | 승인 2021.11.23 14:12

[미디어스=장영] 여자배구 IBK기업은행으로부터 경질된 서남원 전 감독이 KBS 인터뷰를 통해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서 감독이라고 모를 리는 없었다. 

기업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로 인해 한국 배구시장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점은 심각하게 다가온다. 주먹구구식 운영에, 고참 선수 몇몇에 좌지우지되는 판에 대한 논란은 국민들의 관심으로 더욱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선수를) 따라 이탈한 코치인데 사표를 반려해서 팀에 남게 하고, 저는 (팀을) 나오는 상황이 납득 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판이 짜여 있는 상황에서 만들어가는 과정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조송화가) 뭘 물어봐도 대답을 안 하고, 이름을 불러도 대답을 안 했습니다. (구단이) 감독의 잘못인지 선수의 잘못인지 (판단할 때) 선수나 김사니 코치 얘기를 더 귀 기울여 듣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물의 일으킨 코치가 ‘감독 대행’…서남원 “납득 못해”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서남원 감독이 논란이 불거진 후 처음으로 KBS <뉴스9>와의 인터뷰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가 갑작스럽게 해임이 되고, 모든 책임을 지게 된 상황이다. 김사니 코치는 선수를 따라 이탈한 자인데 사표가 반려되어 팀에 남고, 서 감독은 나가야 하는 상황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수석코치가 떠난 것 역시 김사니 코치 때문이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점에서 기업은행 내부가 몇몇에 의해 장악된 상태라는 말이 나온다. 그리고 김사니 코치가 다시 돌아와 코트에 앉아 있었던 것은 구단이 감독을 내치고, 차기 감독 자리 언질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서 감독 역시 이 부분에 대해 언급했다. ‘이미 판이 짜여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이를 의미한다고 보인다. 

조송화와 관련해서도 선수가 감독의 질문도 무시하고 대답도 거부하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임의로 구단을 나가는 상황이 정상일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선수들 역시 이런 분위기에 동조해왔다면 이는 파내야 할 뿌리가 깊고 넓다는 의미가 된다.

구단 측에서 감독인지 선수의 잘못인지 분명하게 확인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김사니 코치와 조송화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였을 것이라 서 전 감독은 주장하고 있다. 10년 차가 되는 기업은행에 세 명의 감독이 있었지만, 이들 모두 석연치 않은 이유로 나갔다는 점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초대 감독이었던 이정철 감독은 기업은행의 화려함과 함께했다. 하지만 훈련 강도가 높고 카리스마가 강했다는 점에서 선수들이 그리 좋아하지 않는 감독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정철 감독이 축출되고, 김희진의 은사였던 온화한 김우재 감독이 들어왔다. 아무리 온화하고 부드럽다고 해도, 팀 자체가 엉망인 상황에서 이를 바로잡고자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감독이라면 당연한 이치다.

물의 일으킨 코치가 ‘감독 대행’…서남원 “납득 못해”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김 감독은 조송화를 비롯한 고참 선수들을 트레이드 해달라 구단에 요청했다고 한다. 팀의 변화를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란 판단이었다. 하지만 8년을 이끌며 우승 3회를 했던 이정철 감독도 내보낸 구단과 선수들이 3년 차 김 감독의 제안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던 듯하다.

일부 언론에 의하면 구단이 선호한 감독이 있었지만, 되지 않았고 김사니 역시 힘들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서남원 감독을 선임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구단 내부의 일이고, 판단 과정에 개입한 이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일이라는 점에서 이 부분은 그저 추론일 수밖에 없다.

"팀을 무단이탈한 조송화 선수에 대해 한국배구연맹 임의해지 규정(제22조)에 따라 임의해지를 결정했다. 아직 서면 신청을 받진 않았지만, 선수에게 구두로 확인을 받고 한국배구연맹에 통보한 것이다. 서면 신청은 받아야 한다. 이미 선수는 구두로 '운동을 그만하겠다'고 했고, 구단은 그럴 경우 '임의해지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구단은 갑작스럽게 조송화에 대해 임의해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조송화가 서면으로 임의해지를 요청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저 구두로 운동 그만하겠다고 해서 임의해지 절차 설명을 했던 게 전부다. 더욱 조항상 1개월 후 복귀도 가능하다. 여기에 김사니 코치의 감독 선임과 관련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현재 감독 및 수석코치의 동시 부재로 김사니 코치의 임시 대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임 감독이 선정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감독대행을 수행할 것이다"

기업은행 측은 감독과 수석코치가 부재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감독과 수석코치 부재 원인이 김사니 코치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구단의 이 설명은 궁색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은행 감독을 하겠다고 나설 이가 있을까? 

물의 일으킨 코치가 ‘감독 대행’…서남원 “납득 못해”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고작 코치 경험 2년 차에게 감독을 맡긴다는 것은 서남원 감독의 주장처럼 ‘이미 판이 짜인 상황’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 시즌 김 감독을 몰아내기 위한 태업과 관련해 의혹을 사고 있는 김사니 코치를 위해 감독과 단장을 내친,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구일까? 김사니 코치는 이 사건으로 인해 더는 지도자로서 설 자리를 잃었다. 그것만이 아니라 태부족인 여성 지도자들의 성장 기회를 막아 버렸다. 

한국 프로배구는 아시아 쿼터를 두고 외국인 선수를 1명이 아닌 2명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선수가 없어, 선수가 상왕이 되는 상황이라면 이를 바꿔야 한다. 당장 구단들이 배구를 포기하고 없애지 않는 한 이번 기회에 보다 경쟁력 높은 시장으로 문호를 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아시아 쿼터의 경우 실력 있는 선수가 없으면 영입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 그리고 태국 등 쟁쟁한 배구 강국들이 넘친다는 점에서 뛰어난 선수 영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높아진 샐러리캡을 이용해 보다 실력 좋은 외국인 선수를 1명이 아닌 2명을 영입하게 되면 리그 수준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자국 선수 설 자리가 없다는 비토가 있을 수는 있다. 선수가 없어 리그 전체의 수준이 추락하고 지도 체계가 위태로운 상황이라면, 프로 배구단을 없애지 않으면 방법을 찾는 것이 현실적이다. 

세계적인 수준과 분명한 괴리가 있는 국내 배구의 실력을 생각해보면 보다 많은 우수한 선수들과 경쟁하도록 시장을 여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국내 선수들에겐 동기 부여의 기회로 삼아 그들이 수준 높은 선수들과 경쟁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은 결국 한국 배구의 성장을 위한 하나의 시도가 될 수도 있다.

감독 해임과 선임에 관여하는 선수들. 개혁에 나선 감독을 내치려는 시도를 하고 이를 받아들인 구단은 이미 프로로서 자격이 없다. 기업은행 고참 선수들은 왜 침묵하고 있는가? 프로리그이지만 프로의 면모가 아닌 이 황당한 리그에 대한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김연경이 SNS에 남긴 글 (김연경 트위터 계정 갈무리)

“겉은 화려하고 좋아 보이지만 결국 안은 썩었고 곪았다는 걸. 그릇이 커지면 많은 걸 담을 수 있는데 우린 그 그릇을 꽉 채우지도 못하고 있다는 느낌. 변화가 두렵다고 느껴지겠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가 변해야 될 시기인 거 같다”

김연경 선수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물론 기업은행이라 쓰진 않았지만 시기와 내용을 보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다. 겉만 화려하지 안은 썩고 곪았다는 표현이 정확한 듯하다. 여자배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그릇 자체는 커졌지만 그걸 제대로 채우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화가 두려울 수 있어도 변해야 될 시기라는 김연경의 지적이 답이다. 변화가 두려워 개혁을 포기한다면 한국 여자배구는 지금이 최고의 정점으로 기록되고 사라질 수도 있다. 그만큼 위기의식을 갖고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업은행만이 아니라 배구협회가 나서 제로베이스에서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닌 팬과 선수, 지도자 그리고 모든 관계자들을 위한 배구가 되어야 하지 않는가? 기업은행의 이번 사태가 한국 배구의 민낯이고,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경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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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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