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이재명 후보의 변화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까? 아마 그럴 것이다. 지지층 일각에선 반발하고 있지만, 후보에게 중요한 것은 어찌됐든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다. 그 점에서 이재명 후보의 재난지원금 지급 철회와 특검 수용은 중요한 터닝포인트라고 본다.

애초에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은 명분이 없는 카드였다. 이재명 후보 입장에선 재난지원금의 보편적 지급이 경기도에서 이미 해본 일이라는 점에서 검증된 정책이라고 봤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맥락이라는 게 있는 법이다. 코로나19 초기처럼 팬데믹의 여파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 지원금을 지급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었다면 전국민재난지원금에 관한 국민 여론은 호의적이었을 거다. 그러나 단계적 일상회복이 이뤄지는 상황에선, 아니다. 오히려 각국은 코로나19로 풀린 돈을 거둬들이는 단계에 접어 들었다. 우리 정부와 한국은행도 이에 발을 맞춰갈 예정이다. 따라서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지원금 지급보다는 정부의 행정조치에 의해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된 자영업자들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우선이라는 여론이 압도적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이미 이전부터 전국민재난지원금은 여당 이슈, 자영업자 지원은 야당 이슈라는 맥락이 형성돼 있었다는 것도 문제다. 재난지원금만큼이나 자영업자 지원도 정치적으로나 철학적으로나 여당이 전폭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여당이 자영업자 지원은 도외시하고 전국민재난지원금만 고집한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되면 결국 선거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반론에 힘이 실린다.

문재인 정권의 민주당이 어찌됐건 이런 상황에 스스로 빠져들었다고 한다면, 적어도 이재명의 리더십은 다르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 타이밍이었다. 만일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을 예정대로 밀어붙였다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해보라. 야당은 물론, 법적 무리수를 동원하지 않으면 지급이 불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정부까지 반대하는 상황에서 여당이 의석수 우위를 바탕으로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을 강행했다면, 사람들은 그 대목에서 문재인 정권에서 일어난 일들의 기시감을 느끼게 됐을 거다. 결국 ‘이재명 정권’도 다르지 않다는 정치적 결론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것은 무난하게 패배하는 길이다.

‘이재명 정권’은 다르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 이유는 정권교체를 원하는 여론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정권교체 여론을 전부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문재인 대통령이 여느 대통령과도 다르게 임기 말까지 40%에 육박하는 지지를 획득하고 있다는 점을 같이 볼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은 어떻게 가능한가?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어려운 상황에서 나름대로 고군분투했다는 점은 인정하더라도, 적어도 새로운 정권은 지금보다는 나은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는 메시지다.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을 철회한 것만으로 이재명 후보가 이런 메시지를 충분히 주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게 첫걸음이 돼야 한다. 주말 동안 의원들이 모여 총회를 열고 선대위 개편 및 재구성과 관련한 전권을 후보에게 위임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는데, 이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정치적 행보로 귀결돼야 한다.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 정부가 하지 못한 것들을 ‘이재명 정권’은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한국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2021 행사 VIP 간담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령,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담판을 통해 50조는 아니더라도 가용예산의 상당분을 자영업자 지원에 투입하겠다는 결론을 만들어내기 위한 정치적 시도도 해볼 필요가 있다. 합의가 된다면 ‘민생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면 야당의 주장도 얼마든지 수용해 활용하는 실용적 리더십’을 증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이 대목에서야말로 야당이 반대해도 밀어붙이는 용단이 필요하다. 자기들이 주장해놓고 실제 추진하려니 소극적으로 나서는 것이야말로 ‘정치적’ 접근법일 것이기 때문이다. 정략 때문에 민생을 외면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만큼 윤석열 후보도 변화가 필요하다. 윤석열 후보는 경제와 안보 분야에 대한 글을 매일같이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는데, 일관된 정책적 철학과 노선을 담고 있다기보다는 문재인 정권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싶다는 의지가 앞서는 것 같다. 정권을 교체하겠다고 나선 후보 입장에선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반대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스스로가 대안임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주말 동안 윤석열 후보와 관련한 가장 큰 관심은 선대위 구성에 대한 거였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윤석열 후보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에게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기면서 김병준, 김한길 카드의 활용에 대해서도 양해를 얻어냈다고 한다. 앞으로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은 상임선대위원장을,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는 새시대준비위원장을 맡게 된다고 한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실질적 선대위 통제권과 관련해서는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에 종합상황실장 등을 맡기는 것으로, 중도적 선거 전략을 인적구성으로 상징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추가 인사 영입으로 절충을 한 모양새다.

윤석열 후보가 자기 구상을 꺾지 않으면서도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영입에 성공을 거둔 것은 분명 성과이다. 그간 ‘1일 1실언’ 등 정치적 미숙함을 드러내며 ‘불안한 후보’라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여기서 탈피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대위 구성이 세력 간 다툼이나 권한을 둘러싼 파열음으로 귀결돼서는 효과가 반감된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김종인-김병준-김한길이라는 인적구성이 상징하는 바의 빈 공간을 메꾸는 것이다. 이 세 사람의 구성은 아무래도 구시대적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그나마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경제민주화 등의 정책 브랜드도 있고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맡으면서 당 노선의 중도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라도 받고 있지만, 나머지 두 사람은 지금까지 한국 정치에 무슨 상징적 역할을 했는지 평가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오히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은 정권과 세력을 넘어 자리를 쫓아다니는 사람으로, 김한길 전 대표는 자기 정치를 위해 신의를 가볍게 여기는 사람으로 각인돼있는 게 현실이다.

‘반문재인 전선’을 만들기 위해 이리 저리 세력을 짜맞추는 시도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회주의적 노인들이 아니라 젊고 새로운 인물들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 앞서 이재명 후보와 마찬가지로, 윤석열 후보도 ‘윤석열 정권’이 문재인 정권보다 무엇이 나은 것인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무조건 과거로 돌아가자고 말하는 것은 안 된다. 유권자들이 아무리 문재인 정권에 실망했어도, 과거 정권에 저절로 호의적이 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두 후보가 적어도 자기 깜냥에서 최선의 승부를 펼쳐야 누가 당선되든 국민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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