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들의 해외진출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해외 축구에 대한 팬들의 관심도 늘었습니다. 그러면서 해외 팀들의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 상승으로 한국팬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도 꾸준하게 이어졌습니다. 그 가운데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 바로 해외 명문팀의 방한 경기였습니다. TV로만 보던 팀을 안방에서 볼 수 있으니 팬들 역시 관심이 많았고, 해당 팀 입장에서는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한 경기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방한 경기를 위해 무리한 일정 변경을 요구하는가 하면 한국 측에서 비싼 돈을 지불하고도 무성의한 플레이로 빈축을 샀던 적이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0년 FC 바르셀로나와 K리그 올스타와의 친선경기가 그랬습니다. 당시 A급 팀을 구성해 방한한다고 약속해놓고도 이를 지키지 않은 바르사는 급기야 경기 하루 전날 메시를 출전시키지 않겠다는 폭탄선언으로 많은 이들을 얼빠지게 하는 해프닝을 보이기도 했고, 결국 '나쁜 팀'의 면면을 보여주며 떠났습니다. 이후에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 리버풀을 비롯한 몇몇 팀들이 방한을 추진했다 한국 측에 무리한 조건을 제시하면서 결국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한국 내 축구 관계자, 팬들의 의식 수준도 높아졌습니다. '아시아 최고'라 할 수 있는 한국 축구를 절대로 봉으로 보지 말라는 인식이 퍼져있는 것입니다.

▲ 2010년 K리그 올스타와 방한 경기를 가졌던 FC 바르셀로나 ⓒ연합뉴스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 아스널이 오는 7월 프리시즌 기간에 아스널이 아시아 투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 관심을 모았습니다.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박주영이 소속된 아스널은 한국 서울을 비롯해 홍콩, 베이징, 도쿄 등을 돌며 아시아 투어를 진행하겠다는 의향을 밝혔습니다. 아시아 시장에 프리미어리그를 더 알리고, 저변 확대를 위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실질적으로 흥행과 수익 확대를 위한 의도로 이번 투어를 추진하려는 것은 누가 봐도 뻔한 사실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한 명문팀이 한국 시장을 높이 평가하고 아시아 투어에 추진하는 것은 좋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기본적으로 자세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한 번도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박주영을 영입한 다음에 이러한 투어 계획을 진행하려 하는 것은 결국 박주영을 팀 전력 향상을 위한 것이 아닌 마케팅용으로 영입했다는 것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한 나라 대표팀의 주장을 이런 용도로 보유하고 있는 것 자체도 그렇고, 동등한 입장이 아닌 자신들의 사정만을 고려한 투어 계획 또한 빈축을 사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런 자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아스널의 방한 추진을 싸늘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명문팀이 방한 경기를 추진하려면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우선 K리그 팀, 한국 축구를 무시하지 말라는 것, 그리고 최소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것, 최대한 최상의 전력으로 새로운 팬들 앞에 선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프로 구단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덕목이고 그 나라, 그 리그의 문화 수준과도 연관이 있는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 한국 투어를 추진중인 아스널 (사진: 김지한)
친선 경기는 말그대로 'Friendly(프렌들리,우호적)'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최소한 상대 국가, 상대 리그, 상대 팀의 상황은 어느 정도 배려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무작정 몇 달 전에 '우리가 이렇게 하고 싶어 하니 당신네들은 이걸 준비해 달라'는 식은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식민 지배적인 발상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이후 기본적인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경기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면 해당 팀은 기본적으로 팬들을 위한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프리 시즌에 열리는 만큼 선수들의 몸 상태가 최상은 아니라 해도 기본적으로 투어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수준은 최고 수준이어야 하며,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는 방문하는 나라 팬들과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하고,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어야 하며, 뭔가를 보여줄 만한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기본적인 예의이고, 뜻 깊은 투어가 될 수 있는 팁(Tip)입니다.

요 몇 년 사이에 한국을 방문한 팀은 여럿 있었고, 이런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켰던 팀이 있었던 반면에 그렇지 않은 팀도 있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런 사례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우리 축구팬, 축구인들의 인식 또한 강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심한 비약일 수는 있지만 해외 축구팀들의 잇따른 방한은 결과적으로 축구 자본을 자기네 편으로 끌어들여 궁극적으로 잠식시키겠다는 의도도 갖고 있습니다. 이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일부 국가를 통해 확인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해외 명문 구단이 한국 시장을 높이 평가하고 관심을 갖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만큼 그 뒤에 갖고 있는 의도도 명확하게 알고 대처하는 능력 또한 필요합니다. 그저 즐기면 되는 것 아니냐 해도 제대로 된 의식을 갖추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한국 축구, K리그는 동남아시아의 전철을 밟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만약 추진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제대로 해야 합니다. 상호 동등한 자세 뿐 아니라 우리도 그 팀을 통해 유무형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다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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