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선 4개월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합당을 추진한다. 열린민주당은 창당 2년도 채 되지 않아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두 당의 전격적인 합당 선언은 위성정당 논란 등 선거제도의 문제를 안고 가는 것으로 논란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18일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당 대 당 통합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통합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고 수석대변인은 "우리가 힘을 합쳐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나아가야 한다는 정도의 합의된 인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협상대표는 4선 중진의 우상호 의원이다.

열린민주당 김성회 대변인은 SNS를 통해 "최고위는 합당을 전제로 한 추진이 아니라 합당여부를 민주당과 논의할 협상단을 구성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열린민주당은 정봉주 전 의원을 단장으로 황희석 최고위원, 안원구 사무총장, 김의겸 의원 등이 참여하는 협상단을 구성했다.

지난달 6일 <열린민주당이 묻고 이재명이 답하다|민주진영 대선 경선 후보자 연속대담>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열린민주당은 지난해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등이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당선자 배출을 위해 창당한 정당이다. 창당 때부터 민주당의 위성정당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열린민주당은 위성정당이 아니라면서도 총선이 끝나면 민주당과의 합당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민주당은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창당한 상황에서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인물들이 모인 열린민주당에 대해 유감을 감추지 않았다. 당시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현 원내대표)은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명단이 발표되자 공천절차 중단을 공개 요구했다. 윤 사무총장은 "열린민주당이 대단히 부적절한 창당과 공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당 공천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거나 그런 판정을 앞두고 미리 불출마 선언을 하신 분들, 또는 경선에서 탈락된 분들이 그쪽 20명 예비후보 명단에 들어있는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이라고 했다. 윤 사무총장은 합당이나 의원 입당 가능성은 없다고 못박기도 했다. 이해찬 대표는 "유사 비례정당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참칭하지 말라"라고 말했다.

2019년 11월 5일 더불어민주당 제1차 총선기획단 회의 (사진=연합뉴스)

정봉주 전 의원은 '미투' 사건 재판 등의 문제로 민주당 공천심사에서 후보 부적격 판정을 받은 뒤 열린민주당을 창당했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현 열린민주당 의원)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뒤 민주당 공천을 신청했지만 당 지도부 만류로 불출마를 결정하고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섰다.

그러나 총선 종료 이후 민주당 당권 경쟁 과정에서 열린민주당과 합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졌다. 전당대회에서 이낙연, 김부겸, 박주민 당 대표 후보는 모두 열린민주당과의 합당 여부에 대해 적극적인 찬성 입장을 밝혔다. '친조국' '강성친문' 꼬리표를 달고 있는 열린민주당을 포섭하는 게 전당대회에서 유리하다는 각 당대표 후보의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뒤따랐다.

이번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는 이재명, 추미애 후보가 열린민주당과의 합당에 찬성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열세를 보이는 이재명 후보 입장에서 열린민주당과의 합당은 세 결집을 위한 카드로 보인다. 이 후보는 지난달 3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내년 대선에서 박빙이 예상되기 때문에 최대한 힘을 모아야 한다. 여권 대통합을 하자"며 "열린민주당하고도 통합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2020년 3월 22일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자 출마자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정치개혁에 부합하는가라는 문제가 있다. 또 이재명 후보에게 당장에 득이 될 수 있어도 중도확장에 있어 유용한 카드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합당하게 되면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부동산 문제로 불출마를 설득했던 김의겸 의원을 받아들여야 한다. 민주당은 지난 6월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의원 전원에게 탈당을 권유했다.

또 김의겸 의원이 의원직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김의겸 의원은 당선권에 들지 못했지만 같은 당 김진애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국회에 입성했다. 김진애 의원은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의 단일화 국면에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배수진을 친다'는 이유로 사퇴했다. 열린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얻은 의원직을 나눠먹기 자리로 여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은 중도확장 이전에 '집토끼'를 먼저 잡아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 '집토끼 단속'이 여의치 않다는 언론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겨레는 18일 기사 <호남마저 미지근… 박스권 갇힌 이재명, 출구가 안보인다>에서 "민주당이 이 후보 선출 뒤에도 '뜨지 않는' 호남 지지율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의뢰로 지난 12~13일 전국 성인 1009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이 후보 호남 지지율은 58.1%,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은 20.1%였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전주 대비 두 후보 모두 지지율이 상승했지만 윤 후보가 호남에서 20%대 지지율을 기록한 건 민주당 입장에서 '뼈아픈 대목'이란 게 한겨레 분석이다.

민주당 협상대표 우상호 의원은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후보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다. 열린민주당과의 통합 추진이 교착상태에 빠진 대선구도의 타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중도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 "그렇지 않다. 오히려 지지층 결집이 먼저 되어야 외연 확장의 기반이 마련된다"며 "외연확장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경쟁적으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장애물이 될 리는 없다"고 했다.

한편 지난 7월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손질에 전격 합의했지만, 최근 두 당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구성안을 통과시키면서 위성정당 방지 등 선거제도 개혁은 논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두 당은 22대 총선(2024년)이 다가오면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현 당대표 임기는 그 전에 종료된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