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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선의 유일한 기록자가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법[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다큐멘터리 영화 <로그북> 복진오 감독
이영광 객원기자 | 승인 2021.11.18 08:45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세월호 참사 현장에 뛰어든 민간 잠수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로그북>이 오는 24일 개봉한다. <로그북>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민간 잠수사들이 기록한 잠수일지 ‘로그북’을 바탕으로 당시의 수색작업을 담았다.

복진오 감독은 왜 민간 잠수사들에게 주목했을까? 이유를 듣고자 <로그북>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린 10일 용산역에서 복진오 감독을 만났다. 다음은 복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로그북>이 24일 개봉, 오늘(10일)은 언론배급 시사회 날이네요. 첫 공개인데 기분이 어떠세요?

“영화가 처음 제작됐을 때처럼 관객들한테 선보인다는 게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되네요. 그동안 내가 잘 준비해 왔는지 되돌아보는 시간도 갖고, 좀 더 많은 사람을 초청해서 같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로그북> 복진오 감독 (사진=이영광 기자)

그동안은 방송 프로그램하다가 영화를 제작하셨는데, 느낌이 다르지 않나요?

“그렇죠. 영화하고 방송 프로그램하고 제작 메커니즘이나 대상 등이 다른데, 영화가 더 힘들더라고요. 아무래도 방송 프로그램은 방송사에 맞게 시청률을 고려해서 제작하는데 영화는 감독의 표현 방식대로 하는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는 편했지만, 제작 환경 특히 시간이 많이 걸려서 어렵기는 했어요.”

초반 개봉관 잡는 게 중요하다고 하던데 개봉관은 잡으셨어요?

“개봉관은 지금 잡고 있고 개봉 일주일 전에 개봉관이 확정된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몇 군데 확정된 개봉관이 있고 앞으로 더 늘려 가려고 합니다. 11월에 워드 코로나 때문에 독립영화도 개봉을 많이 잡고 있어서 거의 일주일에 네다섯 편이 개봉되고 있어요.”

<로그북>은 어떤 영화인지 간략히 소개 부탁드려요.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희생자를 구조 수습하는 역할을 한 잠수사들 이야기입니다. 바지선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지내며 희생자들을 가족 품에 돌려보내는 과정이 장시간 이어졌는데,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들의 기록을 바탕으로 그려낸 영화입니다.”

이전 세월호 다큐와 달리 <로그북>은 잠수사들의 이야기잖아요. 잠수사들에게 주목한 이유가 있을까요?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은 구조수색 현장에 접근하기가 힘들었어요. 왜냐면 구조작업 관련해 잠수사들과 인양회사가 굉장히 비판받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잠수사들도 욕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어요. 언론의 오보도 있었고, 언론에서는 계속 잠수사들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했죠. 그런데 그 현장을 객관적으로 기록해서 나중에라도 공개하면, 사람들이 잘못 알려진 부분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고 사실에 대해 평가받을 수 있잖아요. 저도 잠수를 하기 때문에 잠수하는 지인이랑 연결이 돼서 제안했죠.”

다큐멘터리 영화 <로그북> 포스터

처음 잠수사들에게 제안했을 때 반응은 어땠나요?

“상당히 부정적이었어요, ‘믿을 수 없다. 쟤도 언론이니 우릴 욕할 텐데 믿을 수 없다’라는 반응이었죠. 한편으로는 저는 있는 그대로 기록할 것이고, 자신들의 일은 한 점 부끄러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걸 또 기대해서 반은 받아들이고 반은 부정적인 기류가 있었어요.”

그럼 처음에 어떤 일부터 하셨어요?

“진도 팽목항에 갔지만 허락을 못 받았단 판단으로 다시 올라오는 와중이었어요. 그런데 목포 지나서 무안 정도 왔을 때 전화로 ‘승선하세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 바로 차를 돌려 진도 팽목항에 가서 바지선에 들어가는 배를 탔죠.”

만약 잠수사분들이 거부했다면 포기하려고 했어요?

“저도 잠수를 하기 때문에 잠수사들의 세계가 어떤 줄 알고 있었고, 그들이 한번 결정하면 바꾸기도 힘들어요. 여론도 그렇고, 그때 당시 가족들도 제가 그 현장에서 취재하는 줄도 모르는 상태였고 또 다른 곡해나 오해가 있을 수 있어서 그분들이 허락을 안 하면 그만두려고 했어요.”

<로그북>은 2018년에 <MBC 스페셜>로 방송되었잖아요. 영화로 다시 제작한 이유가 있을까요?

“방송에서는 주로 바지선에서의 상황을 중점적으로 담아냈고, 영화는 바지선의 상황은 물론 그 이후 잠수사들의 어떤 상태를 담았습니다. 참사 이후 잠수사들이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더 나아가서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지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서 영화로 제작하게 됐어요.”

영화 제작 계획은 언제?

“제가 첫날 들어가서 잠수사들이 밤에 일하는 모습을 봤거든요. 굉장히 헌신적으로 일을 했어요. 기계 소리가 나고 밤에 어두운데 잠수복을 갈아입고 물로 들어가는 모습이 제게 굉장히 강하게 박혀 있었거든요. 이런 분들의 기록을 나중에 이야기로 풀어내 제대로 보게 하고 제대로 평가받게 해야 된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래서 그때 영화든 뭐든 만들어 공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이후 많은 분들이 도와줘서 영화로 같이 제작하게 된 거예요.”

다큐멘터리 영화 <로그북> 스틸 이미지

내레이션이 없던데 이유가 있나요?

“내레이션이 있으면 감독의 감정에 이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감독은 정말 객관적인 관찰자, 기록자로서 역할을 하고 그 모든 것들은 인터뷰 내용과 그분들의 상황으로만 표현해야 다큐멘터리적인 구성이 된다고 판단했어요. 내레이션으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꾸밈이라든지 표현이 더해지면 오히려 이분들의 숭고한 일에 대해서 훼손할 가능성이 있어서, 거칠더라도 담담하게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오랜 기간 함께 생활하셨을 텐데 잠수사분들이 특히 힘들어하는 부분은 무엇이나요?

“처음에는 단순히 힘든 일을 겪고 잔상과 기억 때문에 고통스러웠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 생활로 인해 가정생활 사회생활 직장생활이 모두 엉클어졌어요. 그렇게 엉클어진 상황에서 잠수사들의 정신적인 고통이 계속 커지는 거예요. 제가 어떤 상황을 같이 보고 공감할 순 있지만, 그들의 내면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부족하단 점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통해 잠수사도 다시 한번 자기 상황을 되돌아보고, 그런 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풀어야 될지 그 방법을 제시하고 싶은 거예요.”

잠수사분들 트라우마도 심각했던 것 같은데요.

“그들이 직접 쓴 잠수 일지를 보면 어떻게 트라우마가 시작됐는지 알 수 있어요. 그때 당시 상황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거예요. 아내에게도 말 못 하고 혼자서만 앓았죠. 저한테도 얘기한 게 바지선에서 나오고 나서 수개월이 지난 후였어요. 일부러 얘기한 게 아니라 일상적인 만남 속에서 대화 중에 나왔죠. 이 사람들이 자기 책임을 다하고 나와서 정말 상남자로 살아간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힘든 과정을 대화 속에 풀어낼 때 저도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이 굉장했어요.”

왜 아무에게도 얘기를 안 했을까요?

“일단 참사의 피해자는 세월호 가족들이잖아요. 그때까지도 미수습자 11명이 남아 있었죠. 그런 상황에서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해 어떻게 공개적으로 얘기할 수가 있겠어요. 저는 충분히 이해해요. 그리고 실제 장시간 바다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지내다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적응이 안 된다는 분들이 계셨거든요. 그들에 대한 사회적인 보살핌, 국가적인 보살핌이 전혀 안 이루어졌어요. 도움을 청했으나 돌아온 냉대와 무시가 가장 큰 트라우마가 됐어요. 어쩌면 그게 가장 큰 트라우마죠.”

그럼 국가는 그분들에게 아무것도 안 해주었나요?

“해주는 척 혹은 해주려고 했는데 책임 있게 해주지를 않았어요. 처음엔 ‘국가에서 다 책임질 겁니다. 당신은 영웅입니다’라고 했어요. 하지만 이들이 부상 치료하는 과정에서 법과 규정을 따지고 들면서 더 힘들게 했어요. 정신적인 위로나 격려만이라도 해줬으면 나았을 텐데 전혀 관심 밖이었습니다. 또 돌리는 거 있잖아요. 이 부서 저 부서 돌아다니며 연락하고, 담당자는 바뀌고... 이런 상황 자체가 바지선에서의 트라우마와 겹쳐서 이들에게 더 분노가 들게 했어요”

다큐멘터리 영화 <로그북> 스틸 이미지

<로그북>에 2017년 이후 이야기는 없는 것 같은데.

“그들한테 부담감이라도 덜 주고 싶었어요. 힘들고 지치고 막막한 삶을 사는 사람들한테 내가 그것마저 기록하겠다고 접근하는 그 행위 자체가 더 힘든 과정일 수 있어요. 어떻게 보면 다큐멘터리 기록자로서 그걸 감안해내고 촬영하고 기록을 하면서 어떤 역사적 사건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장시간 그들과 함께하면서 전이된 고통 때문에 그런지 좀 더 자유롭고 편하게 해주고 싶었어요. 지금도 만나면 이야기를 하지만, 지금은 잠수사도 저도 서로 카메라란 기록이라는 벽을 좀 내려놓고 치유를 하고 싶은 거예요.”

지금은 어떤 상황인가요?

“잠수사들은 시간이 지나고 또 몸이 회복되어 잘 돌아갈 때도 있었어요. 근데 잘 돌아갈 때는 잠시뿐이고, 그 잘 돌아가던 잠수사가 상황이 또 안 좋아지고 그러면 주변 사람들도 같이 안 좋아지는 거죠. 처음 2014년에 심리 상담받을 때 그 전문가 선생님이 그랬거든요. 트라우마의 기억이 레코드판 튀듯이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른다는 말씀이 딱 들어맞는 거 같아요.”

7년 지났는데 아직도 세월호냐는 사람들도 있는데.

“세월호는 단순하게 304명 희생자에 대한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트라우마를 남긴 참사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이는 함께 극복해야 할 문제입니다. 희생자 가족들만 극복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당시 그 광경을 목격한 국민들 모두 치유가 아직 안 됐다고 보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세월호냐’가 아니라 끊임없이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야기하고 공감하는 것이 치유하는 거고, 세월호를 기억하는 의미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책으로도 영화로도, 어떤 다양한 형태로든 계속해서 이야기가 나와서 잊히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로그북>으로 전하려는 메시지는?

“치유예요. 우리는 치유가 필요해요. 희생자 가족들도 잠수사들도 국민들도 치유가 필요하거든요. 그리고 세월호를 기억하는 여러 가지 방식 중 하나가 우리가 몰랐던, 당시 하나의 부분적인 일을 찾고 기억해내는 것입니다. 그걸 같이 이야기하고 공감해주는 게 저는 치유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치유 받으면 좋겠어요.”

그럼 치유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람은 어려울 때 힘들 때 누군가를 찾잖아요.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주고 가슴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어 합니다. 저도 사실 힘들었고 그래서 상담을 많이 받았는데 그 상담이 도움이 됐거든요. 실체적인 진실 앞에서 그걸 외면하려 하지 말고 받아들이는 것, 함께 얘기하고 공감해 주는 것. 외면해서 얻는 불편함보다는 맞닥뜨려서 같이 나누고 공감해주는 게 치유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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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 객원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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