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언론 지형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말하자 조선일보가 공영방송을 소환했다. 조선일보는 KBS·MBC·TBS 등을 이 후보 유튜브 채널라고 빗대며 차기 정부에 공영방송 손질을 요구했다. 여기에 대장동 의혹을 편파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주장을 더했다. 하지만 거론된 프로그램들은 대장동 의혹의 맥락을 짚는 데 집중했다.

조선일보 11월 16일 사설 <李 “언론 기울어져”, 與 대변 공영방송들로도 부족한가>

대장동 의혹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거론하면 '이재명 유튜브'?

조선일보는 16일 사설 <李 “언론 기울어져”, 與 대변 공영방송들로도 부족한가>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대중적 전파력을 가진 언론은 공영방송인 KBS"라며 "그 KBS가 얼마 전 시사 프로에서 이 후보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대장동 의혹 특집 보도를 50분 동안 방송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 때문에 대장동에 투기꾼이 모였고 한나라당 시의원들 때문에 민관 공동 개발을 시작했다는 취지"라며 "구속된 남욱 변호사를 ‘전 한나라당 중앙청년위 부위원장’이라고 소개하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관련된 사건을 어떻게든 부각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KBS를 "공영방송이 아니라 이 후보 캠프 유튜브라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MBC도 KBS와 같은 내용의 특집 보도를 했고, TBS에서 방송인 김어준 씨가 이 후보 대변인 역할을 한다며 "세계 어느 여당 정치인도 공영방송으로부터 이런 대우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 정부는 이 비뚤어지고 기울어진 공영방송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가 겨냥한 프로그램은 KBS '시사기획 창-대장동 게임' '시사직격-공동비리구역 화천대유', MBC 'PD수첩-대장동, 설계자와 쩐주' 편인 것으로 판단된다. 두 프로그램은 대장동 민관합동개발 사업이 이뤄지게 된 배경과 맥락, 민간사업자 '대박 설계'가 가능했던 이유 등을 조명했다. 2004년부터 시작된 대장동 개발사업이 공공개발, 민간개발을 오가며 여러 부침을 겪는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한나라당 성남시의원들의 반대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LH가 민주당 전용기 의원실에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0월 7일 이 전 대통령이 "민간회사와 경쟁할 필요가 없다"고 한 발언을 기점으로 LH는 대장동 사업 철회를 검토했다. 같은 달 LH 국정감사장에서 신영수 한나라당 의원은 이 전 대통령 발언에 대한 LH의 입장을 물었고, 이후 LH는 개발사업 414개 중 138개 사업 철회를 검토한 뒤 최종적으로 대장동 개발사업을 포기했다.

2010년 7월 취임한 이재명 성남시장이 부동산 공공개발을 추진하자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들은 공공개발 저지에 나섰다. 새누리당 시의원들은 2010년 말부터 2015년까지 대장동 공공개발 반대에 나섰다. 그러면서 대장동 개발은 민관합동개발로 이뤄지게 됐고 성남시는 5503억 원의 개발이익을 환수했다.

그러나 민간사업자에게 '대박' 수익을 넘겨줬다는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초과이익환수 조항 누락, 민간사업자 선정 특혜 등의 의혹이 제기되면서 돈의 흐름과 배임 혐의 등에 이목이 쏠려있다. 아울러 땅을 강제수용당한 대장동 원주민들, 비싼 분양가를 낸 입주민들의 현실이 조명되면서 현재 한국의 도시개발모델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KBS '시사기획 창-대장동 게임', MBC 'PD수첩-대장동, 설계자와 쩐주' 예고화면 갈무리

조선일보의 '공영방송 바로잡기', 장악 아니면 정치적 후견주의

조선일보는 차기정부가 비뚤어진 공영방송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공영방송 바로잡기'는 정권에 따라 달라졌다. 조선일보는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공영방송 장악'에 논리를 제공하던 언론사다. 당시 정연주 KBS 사장 강제해임을 위해 조선일보는 여권 추천 KBS 이사들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며 정 사장의 배임 혐의를 기정사실화했다. 당시 조선일보 사설 제목은 <KBS '정연주 방송'에서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야>였다.

그러나 정 사장에 대한 해임과 검찰의 기소는 2012년 대법원에서 각각 무효·무죄로 확정됐다. 조선일보는 이 소식에 침묵했다. 2019년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검찰은 유죄판결의 가능성이 없음에도 공소를 제기했다. 현저한 주의의무 위반의 과오가 있다"며 검찰총장 사과를 권고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조선일보는 정치권 추천을 명문화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통해 공영방송을 정쟁에서 분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KBS 이사회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수를 13명으로 늘려 여야 이사 추천비율을 7대 6으로 조정하고, 특별다수제를 통해 공영방송 사장을 선임하자는 내용이다.

2017년 10월 31일 조선일보 사설 <방송을 政爭서 떼어내는 법안 처리가 방송 정상화다>가 대표적인 사례다.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요구했던 민주당이 집권 후 입장이 뒤바뀐 만큼 방송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전 정권에서 새누리당이 방송법 개정에 반대했던 점, 공영방송 이사 정치권 추천 관행이 법에 명시될 경우 정치적 후견주의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은 생략됐다. 보수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에 침묵했던 조선일보 등 보수진영이 방송법 개정을 주장하고 나선 근본적인 이유는 결국 정권교체 후 여야 이사 추천비율을 조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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