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연패에 빠진 팀들이 맞대결을 펼쳤다. 한 팀은 부진에서 탈출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다른 팀은 지속적인 부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삼공사와 현대건설에 완패한 칼텍스는 흥국생명과 원정경기가 중요했다. 지난 시즌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지만 이소영이 나가고, 러츠마저 재계약을 하지 않으며 올 시즌 전력 하락이 점쳐진 것은 사실이다. 컵대회에서는 현대건설에 지며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여전한 전력을 증명하며 기우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초반 칼텍스는 탄력 좋고 파괴력 있는 모마를 앞세워 강력한 존재감을 보였다. 하지만 어떤 경기든 상대성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현대건설이라는 강팀에게 패하기는 했지만 칼텍스는 우승을 노릴 충분한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인삼공사를 만나며 다시 한번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현대건설과 인삼공사 모두 철의 장막처럼 높이 배구를 펼치는 팀들이다. 모마가 상대적으로 작은 키라는 점에서 이 높이를 뚫는 것이 쉽지 않았다. 다른 팀과 대결보다 더 공을 들여야 했고, 이는 체력적 문제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대척점에 있는 강소휘가 상대를 압박해줘야 하는데 그 역시 비슷하게 여의치 않다.

칼텍스는 결국 새로운 2강이 된 현대건설과 인삼공사의 높이 배구를 어떻게 무너트릴 수 있는지가 우승을 향한 행보를 결정짓는 이유가 될 듯하다. 이는 흥국생명을 가볍게 이긴 이유와 같다.

이주아가 이번 경기에서도 잘해주었지만, 이주아 혼자 블로킹을 하며 공격까지 이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캣벨이 주포로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줬다면 칼텍스는 이번 경기를 지배할 수 없었다. 김미연은 1라운드부터 매 경기 고군분투를 하고 있지만, 다른 어린 선수들의 경기 상황에 따라 분위기에 휩쓸린다는 점이 약점으로 노출되고 있다.

사실 흥국생명은 다른 팀들과 비교했을 때 아쉬움이 많다. 베테랑이 상대적으로 적고, 이를 채우기 위해 은퇴한 선수와 실업팀 선수들을 영입하기도 했지만 만족스러울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잘하던 캣벨이 1라운드 후반부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우려로 다가온다.

높이 배우가 아닌 팀들과 대결에서 칼텍스는 강점이 많다. 우선 높이에 대한 부담이 사라지며 빠른 공격, 다채로운 공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모마 역시 부담이 적어지며 공격 빈도가 강도가 높아지는 것 역시 당연하다.

오히려 칼텍스의 미들 브로커가 흥국생명보다 높이나 노련미가 앞선다는 점에서 경기를 주도할 수밖에 없었다. 칼텍스의 강점이었던 서브 득점이 현격하게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나마 이제 서브 에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도 그들에게는 고무적일 듯하다.

블로킹에 당했던 칼텍스가 근소한 차이이기는 하지만 흥국생명에 8-6으로 앞섰다는 것도 중요하다. 그만큼 높이 배구에서 불리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되니 말이다. 높이 배구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면 다양한 공격 옵션이 칼텍스에는 존재한다.

모마나 강소휘만이 아니라 유서연과 권민지, 최은지 등을 활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작은 키에도 좋은 공격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많다는 점은 빠르게 움직이며 상대를 압박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이번 흥국생명과 대결에서 이들의 공격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흥국생명은 새로운 홈구장인 삼산체육관 개관 첫 경기라는 부담도 존재했을 듯하다. 신축된 홈구장에서 첫 경기를 치르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런 부담도 이겨내야 강팀이 되지만 아직 흥국생명의 전력상 그게 쉽지는 않다.

김미연은 주장이자 주포로서 1라운드에 이어 2라운드에서도 사력을 다해 팀을 이끌고 있다. 김미연이 큰 키가 아님에도 공격을 주도하는 것은 노련함이 있기 때문이다. 블로킹이 서도 이를 피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엄청난 자산이다.

흥국생명의 어린 선수들이 잦은 실수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경험치가 상대적으로 적은 선수들로서는 배우며 성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페퍼스나 마찬가지로 다른 팀에서는 경기에 뛸 수 없는 2, 3년 차 선수들이 주전으로 나서며 벌어지는 시행착오들이 이번 경기에서도 자주 등장했다.

멋진 디그를 했는데 2차로 공을 받아주는 선수가 없어 자멸하는 상황은 베테랑이 많은 팀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현대건설과 인삼공사의 경기를 보면 경기장이 꽉 차 보이는 느낌이 강하다. 아무리 강력한 공격을 해도 마치 준비라도 한 듯 짜임새 있는 수비로 반격을 가한다.

이들 상위 2팀이 승승장구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번 경기에서 흥국생명의 경기장은 빈 곳이 많아 보일 정도였다. 그만큼 한 곳에 모여있거나 상대 분석력이 떨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주전 세터 역시 2년 차 박혜진이 도맡아 해야 하는 상황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배구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 중 하나인 세터가 얼마나 노련한지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도 있다. 박혜진에게는 절호의 기회이지만 팀으로서는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흥국생명의 가장 큰 문제는 캣벨이다. 김미연을 제외하고 안정적으로 공격을 해줄 수 있는 선수는 캣벨이 유일하다. 김다은이 열심히 해주고 있지만 아직 경험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경기부터 나오기 시작한 박현주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믿을 수 있는 중요 선수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외국인 선수의 역할이 절실하다. 칼텍스 같은 팀에서도 모마의 역할이 중요한데, 그보다 전력이 약한 흥국생명에서 캣벨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캣벨은 이번 흥국생명에서는 가장 많은 점수인 14점을 올리기는 했지만, 44.66%의 점유율에 공격 성공률이 겨우 26.09%에 그쳤다. 전반적으로 경기 내내 캣벨의 모습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다는 것은 흥국생명의 고민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김미연은 이번 경기에서도 9점을 올리며 고군분투했고, 김다은 6득점, 이주아 5 득점 등으로 전체적인 득점이 낮아지며 패할 수밖에 없었다. 캣벨이 최소한 공격 성공률 30% 후반대는 기록해줘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흥국생명은 칼텍스와 경기처럼 힘들게 할 수밖에 없다.

흥국생명과 달리, 칼텍스는 모마가 공격 점유율 36.00% 중 50.00%의 성공률을 기록하며 19점으로 양 팀 통틀어 가장 높은 점수를 올렸다. 여기에 강소휘와 유서연이 각각 12점을 올리며 공격을 이끌었다. 40% 이상의 공격 성공률을 보이며 경기를 쉽게 이끌었다.

미들 브로커인 한수지와 김유리가 각각 6점과 5점을 기록하며 자신들의 몫을 다 해줬다는 점에서 질 수 없는 경기를 보여줬다. 칼텍스가 미들 브로커가 안정적인 반면 흥국생명은 이주아를 제외하고 다른 한 자리를 채워줄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김채연이 이주아 곁에 서기는 하지만 실력차가 크게 다가왔다는 것은 문제다. 이주아가 8개의 블로킹 성공을 한 것과 달리, 3개에 그치며 공간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변지수가 교체해 미들 브로커 자리를 하기도 하지만 아직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경기를 치르며 우려했던 아쉬움이 드러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이겨내야 하는 것도 당연한 과정이다. 아직 어린 선수들이 많아 고전 중이지만 이들이 성장하면 더욱 강력한 팀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캣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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