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이소영 효과’가 이렇게 클 것이라고 인삼공사도 상상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이소영이 인삼공사로 들어와 팀컬러 자체가 바뀌며 최고의 팀으로 거듭나고 있다.

외국인 선수에 의존하던 기존 팀컬러는 모든 선수가 하나가 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변모했으니 말이다. 일곱 팀의 외국인 선수 중 옐레나가 가장 행복해 보이는 것은 부담을 줄이고 함께 즐기는 배구를 실현하는 팀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1라운드서 전패를 기록한 기업은행이 2라운드 첫 경기에서 인삼공사를 만난 것은 불운이었다. 이길 가능성이 없는 팀과 대결에서 연패를 끊어야 하는 것은 고역이니 말이다. 여기에 김희진이 다행스럽게 큰 부상은 아니라고 밝혀졌지만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인삼공사를 잡는 것은 시작 전부터 힘겹게 다가왔다.

첫 세트 초반은 충격적이었다. 이소영의 서브 에이스가 연이어 터지며 7-0까지 앞서 나가는 상황은 두 팀의 현재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라셈의 공격이 블로킹에 막히자 인삼공사 선수들의 실책이 이어졌다. 라셈이 기업은행의 첫 득점을 이루는 사이 인삼공사는 경기를 10-1까지 벌려놓은 상태였다.

이영택 감독이 전 경기에서 퇴장당해 관중석에서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인삼공사 선수들은 더욱 승리에 대한 열정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부담은 기업은행이 더 클 수밖에 없다.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신생팀 페퍼스에 창단 첫 승을 안겼고, 1라운드 전패라는 치욕적인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더욱 김희진 선수가 무릎 부상으로 2라운드 첫 경기를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선수들의 부담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그런 부담은 라셈이 득점을 올려주기 전까지 이어지며 구심점을 찾기도 어려웠다. 주전 세터인 조송화를 이른 시간에 빼는 초강수를 둘 정도로 기업은행은 뭘 해야 할지 몰라하는 모습이었다. 김주향의 공격이 터지며 어느 정도 안정을 찾는 모습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KGC인삼공사 선수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삼공사는 초반 너무 일방적인 경기를 하다 보니 잠시 긴장감이 흐트러진 모습이 보였다. 옐레나의 공격 범실이 자주 발생하며 점수를 내주는 상황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선수 모두가 나서 옐레나를 격려하는 모습은 참 보기 좋았다.

옐레나와 인삼공사 선수들의 모습은 가장 모범적이다. 언제나 웃으며, 서브를 기다리는 과정에는 항상 손을 잡고 기다린다. 그리고 수시로 대화하려 노력하는 모습에서 이들의 팀 워크가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있게 한다.

외국인 선수도 인간이라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는 법이다. 부진한 상황에서 부담을 더 주는 팀과 부담을 덜어 주는 팀은 다른 결과를 낼 수밖에 없다. 옐레나 선수를 보면 항상 밝다. 팀 성적이 좋아서도 그렇지만 선수들 모두가 하나가 되어 다독이는 문화가 주는 편안함의 결과일 것이다.

10점을 넘어선 후 잠시 흔들리던 인삼공사는 이내 분위기를 바로잡으며 기업은행을 공략했다. 라셈이 홀로 공격을 풀어가며 추격해 갔지만 다른 선수들의 도움이 전혀 없었다. 1세트에서만 10점을 올리며, 공격 점유율 50%를 넘겼지만 홀로 팀을 승리로 이끌 수는 없는 법이었다.

인삼공사는 기업은행을 1세트에서 25-19로 가볍게 제압했다. 원하는 모든 공격과 수비를 하며 상대를 압도한 인삼공사는 2세트에서는 더욱 노련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이소영은 단순히 공격만 잘하는 선수가 아니다. 작은 키에 엄청난 점프력을 이용한 타점 높은 공격은 상대를 힘겹게 만든다. 이런 활약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이소영의 진가는 리시브에 있다. 어려운 디그도 몸을 날려 받아 기회를 만든다는 것은 인삼공사 전체에 엄청난 파급력을 전한다.

하이파이브 하는 이소영(가운데) [한국배구연맹 제공=연합뉴스]

염 세터의 디그 후 뒤로 나가는 공을 이소영은 몸을 날려 전방에 올렸고, 이게 공격으로 이어져 득점이 되는 과정은 이소영이 악착같은 디그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결과물이었다. 이소영의 환상적인 디그가 매번 등장한다는 점에서 놀라울 정도다. 공격수에서 이후 리베로로 전향하는 것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이소영의 수비 능력은 탁월한 수준이다.

이소영이 배구 센스가 뛰어나다는 것은 시간차 공격만이 아니라 스파이크 상황에서 툭 처넣으며 상대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순간적 판단 역시 탁월하다는 것이다. 강력한 공격으로 점수를 내주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만, 두 명의 블로커가 뜬 상황에서 상대 주포가 이런 식의 변칙 공격을 하면 힘이 빠지기 마련이다.

그나마 기업은행에 라셈이 없었다면 이번 경기는 말 그대로 최단시간 경기로 마무리되었을지모를 정도였다. 그만큼 공격과 수비도 모두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25-16으로 2세트를 내주고, 3세트에서도 25-17로 내주며 무기력하게 경기를 내줬다.

조송화 세터가 라셈과 호흡에 문제를 보였고, 김하경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지만 이 역시 한계가 명확했다. 이진까지 투입해 어떻게든 변화를 주고 돌파구를 뚫어보려 했지만 되지 않았다. 서브 범실만 7개나 나올 정도로 선수들 전체가 긴장해 있을 뿐이었다.

서브의 목적타가 된 표승주는 이 경기에서도 리시브 불안이 자주 등장하며 구멍이 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공격도 제대로 되지 않으며 기업은행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육서영이나 최정민 등이 더욱 자주 나서야 할 이유는 이미 1라운드에서 잘 보여주었다.

IBK기업은행 라셈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 경기는 인삼공사가 이길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이소영과 옐레나가 이끄는 공격은 안정적이었고, 수비 역시 상대 팀이 어디로 공격할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커버하는 모습은 완벽했다. 서브 득점까지 이어지며 상대를 혼절시키는 인삼공사는 올 시즌 큰일을 낼 듯하다.

옐레나 19 득점(43.24/32.74)과 이소영 16점(42.86/24.78) 쌍포가 고른 득점을 하며 상대를 괴롭혔다. 공격 점유율이 과거 인삼공사 외국인 선수들은 50%가 넘게 가져가야 했다. 공격을 해결해야 승리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옐레나는 30%를 이소영은 20%를 나누며 윙 스파이크가 모두 공격하며 상대를 압박하니 효과는 두 배가 되고 있다.

처음으로 주전 풀타임을 뛰고 있는 박혜민이 9득점(45.00/17.70)을 올렸다. 꾸준하게 이 정도 점수를 내주며 리시브 역시 좋은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인삼공사가 승승장구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어려운 순간 득점을 내고, 수비 역시 효과적으로 해주며 구멍 없는 단단한 팀을 만드는 일등공신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박혜민의 영입 역시 신의 한 수가 되었다.

한송이도 7득점을 하며 노련함을 선보였다. 박은진이 4 득점에 그쳤다는 사실이 아쉽기는 하지만 미들 브로커 진의 단단함도 강점이다. 여기에 정호영이 3세트 마지막에 나와 득점을 하며 나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 증명한 모습도 반가웠다.

IBK기업은행 선수단 [한국배구연맹 제공=연합뉴스]

기업은행은 라셈이 18 득점(41.86/38.39)을 기록하며 유일하게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 라셈 이외에 김주향이 그나마 8 득점(23.08/23.21)을 올린 것이 최고였다. 20%대 성공률에 8점을 올린 상황이라는 것은 상대 수비가 라셈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인삼공사가 윙 스파이커의 고른 득점만이 아니라 미들 브로커에서도 득점이 터지는 상황과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표승주, 최정민, 육서영이 모두 3 득점을 했지만, 표승주는 3세트 모두 나왔고 점유율 역시 17%를 넘었음에도 15.00%의 성공률에 그치며 답답함을 선사했다. 리시브도 공격도 모두 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김수지 역시 2득점에 불과했고 유효 블락은 3개에 불과했다. 국가대표들이 제 몫을 전혀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독 라셈만 공격하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라셈에 대한 일방적인 공격만 존재하는 한 기업은행은 늪에서 벗어날 수 없고, 비난 여론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는 경기 과정에서 이미 드러났다. 기존 베테랑 선수들이 보다 경기에 집중하고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전술과 젊은 선수들을 등용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라셈을 공격하기 전에 그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팀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옐레나는 부진한 순간에도 선수들의 응원으로 이내 좋은 모습을 되찾는다. 잘되는 팀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인삼공사는 이소영 영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소영이 부상만 없다면 현대건설을 꺾을 수 있는 유일한 팀은 인삼공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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