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총선에서 후보의 지지율을 조사하는 여론조사가 연일 신문 지면을 장식했으나 대부분의 신문들이 여론조사 보도의 기본 요건을 지키지 않은데다 정책과 이슈를 발굴하는 여론조사가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총선미디어연대(공동대표 권미혁·김서중)는 지난 3월 3일부터 공직선거법상 여론조사의 결과 공표 금지일 전날인 4월 2일까지 한 달간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서울신문 등 6개 신문의 여론조사 보도를 모니터해 그 결과를 지난 7일 발표했다.

△여론조사 보도의 기본 요건 무시=이번 총선 과정에서 6개 신문들은 모니터 기간 동안 모두 40여 차례의 여론조사 결과를 내보냈다. 중앙일보가 14회로 가장 많았고 조선일보와 한겨레가 각각 9건의 여론조사를 보도했다.

▲ 민주언론실천연합 홈페이지
특히 중앙일보는 조사기관, 조사방법, 표본오차 등을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명시하지 않았고 여론조사 보도를 1면에 기사 없이 그래픽으로만 다룬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사기관과 방법, 표본오차에 대한 언급을 반드시 명시해야 하는 여론조사 보도의 기본 요건을 무시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겨레는 3월 3일의 자체여론조사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여론조사 보도에서 응답률을 명시하지 않았으며 경향신문 역시 자체여론조사에서 조사방법과 응답률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지나치게 넓은 표본 오차 범위=총선이 대선에 비해 표본오차 범위가 크다는 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이번 총선에서 각 언론사들이 공개한 여론조사 오차범위는 지나치게 넓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여론조사 횟수가 적었던 경향과 서울을 제외하고는 4개 신문 모두 오차범위가 ±4.0%를 초과했고 한겨레의 경우 8차례 여론조사에서 ±4.4%로 가장 큰 오차범위를 보였다. 중앙일보의 경우 최대 ±4.8%의 표본오차범위를 보이는 경우도 있었으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역시, 각각 단 한차례를 제외하고 모든 조사의 오차범위가 ±4.1%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아무리 '박빙'이라는 말을 붙인다 하더라도 유권자들이 오차범위보다 그래픽으로 명시된 결과 수치에만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불분명한 출처 인용 보도=총선이 가까워지면서 대부분의 신문들이 기존의 여론조사를 종합해 판세를 분석했지만 대부분 타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한 예측이 많았고 더구나 판세 분석의 근거가 된 여론조사 자료의 출처조차 정확히 표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사대상, 조사방법, 오차범위 등에 대한 설명 역시 기재돼지 않아 "언론사의 자의적 해석이 우려된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조선일보는 3월 28일자 1면과 3면<총선 D-12일 권역별 판세분석>, 동아일보는 4월 1일자 8면 <[총선 D-8] 여론조사 기관 “한나라 120, 민주 50곳 우세…>, 중앙일보는 3월 27일자 4면 <수도권 ‘경제냐 견제냐’ 한나라 리드 속 민주당 추격>등의 기사에서 언론사가 예측한 판세를 자세히 보도했다.

또 경향신문은 3월 28일 12면 <비례 포함 한나라 “160석”, 민주 “100석”>에서 한겨레는 4월 1일자 1,6면 <“한나라 158~170석, 민주 75~90석”>, 서울신문은 4월 2일 1면 <한나라 167 민주 90>의 기사를 통해 보도했다.

이에 대해 총선미디어연대는 "언론사마다 서로 다른 판세 분석 결과가 나오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언론사들이 '선거 결과 알아맞히기' 경쟁을 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의도적인 '적극적 투표 의사층' 언급=총선미디어연대의 모니터 결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적극적 투표 의사층'을 반복해 언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적극적 투표 의사층'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수치를 기사 내에 언급하지 않은 채, 특정 지역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 때만 사용하는 것은 여론조사 보도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선일보는 3월 17일자 5면 <[서울 17곳 총선 여론조사] 한나라 홍준표·원희룡·전여옥…민주 추미애·김근태 우세>에서 "도봉을(을)은 민주당 유인태 의원 34.4%, 한나라당 김선동 후보 31.1%였지만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투표 의향층에선 유 의원 35.4%, 김 후보 37.2%로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접전 양상이었다"고 언급했다.

▲ 동아일보 3월 21일자 5면.
동아일보도 마찬가지로 3월 21일 5면 <총선 D-19/ 관심지역 15곳 여론조사>에서 "통합민주당 추미애 전 의원(45.5%)이 한나라당 박명환 후보(29.0%)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러나 적극적 투표 의사층에서는 추 전 의원이 41.5%, 박 후보가 36.4%로 두 후보의 지지도 격차가 줄었다"고 보도했다.

두 신문은 통합민주당이 한나라당에 비해 유리하거나 박빙인 지역일 경우에만 한나라당에 무게를 싣는 내용으로 '적극적 투표 의사층'이란 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사의 자의적 해석이라는 비판이 가능한 대목이다.

△정책적 이슈에 대한 관심 적어=총선미디어연대는 여론조사 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 정책적 이슈가 부족했다는 점을 꼽으며 "각 신문사들이 정책적인 이슈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는 데 매우 인색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조선일보, 한겨레, 경향 등의 여론조사는 정책적 이슈를 반영하기 보단 정치적 주요 사안을 핵심적으로 다룬 것으로 조사됐다. 동아일보 역시 정책적 이슈를 여론조사에 반영하지 않았고 5차례의 자체 여론조사 중 4월 1일자 <2008 국민의식/선진국 진입 위해 할 일, 경제발전 28.9%, 정치개혁 22.2%>에 정책관련 요소를 실기는 했으나, 총선과 연계된 질문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는 '대운하 논란'에 관련된 질문을 보도하긴 했지만 총선과 연계시키지 않아 정책 관련 이슈에 대한 여론조사에 소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는 달리 서울신문과 중앙일보의 경우 사회적 이슈를 여론조사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 3월 25일자 서울신문
서울신문은 3월 25일자 5면 <‘한반도 대운하 건설’ 찬성 17%, 반대 51%>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는 질문을 통해 경제성장(65.1%), 공교육 안전(12.8%), 사회차별과 불평등해소(9.5%)와 같은 응답을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3월 22일 4면 <"대통령 견제" +"새정부·한나라당에 실망" 78%>에서 ‘한반도 대운하’, ‘영어공교육 확대’, ‘사교육비 등 민생 관련 정책’ 등을 언급했다.

총선미디어연대는 "여론조사의 기본 요건마저 지면에 게재하지 않은 채 결과만을 나열하는 여론조사 보도는 '경마식 보도' 수준에 지나지 않다"며 "결과 분석을 통해 언론사가 특정 정당에만 무게를 실어준다는 의혹마저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총선미디어연대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알권리'라는 언론의 최대 의무임을 강조하며 "이번 선거보도에서 드러난 아쉬운 부분을 보완해 더욱 진일보한 여론조사가 이뤄질 수 있길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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