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시즌을 앞두고 두산 베어스는 2011시즌 중도에 자진사퇴한 김경문 감독의 후임으로 김진욱 투수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임명하였다. 2004시즌을 앞두고 김경문 감독을 선임할 때와 마찬가지로 내부 승격 카드를 다시 택한 것이다. '화수분 야구'의 색채가 강한 두산 베어스다운 선택이었다. 그런데 신임 코칭스태프 명단을 보면 눈에 뜨이는 이름이 있다. 일반적으로 수석코치는 감독과 궁합이 잘 맞는 '코드 인사'를 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두산 베어스 구단의 수석코치는 국내 인사가 아닌 이방인이 선택되었다. 다름 아닌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 감독을 역임했던 이토 쓰토무이다.
현역시절 이토는 투수 리드 능력이 상당히 뛰어난 포수로 평가받았다. 특히 캐칭 능력이 워낙에 뛰어나서 투수들의 공을 받아줄 때 글러브에서 큰 소리를 내주는 능력이 탁월했다고 한다. 투수들의 공이 포수 미트에 들어갈 때 소리가 크면 클수록 투수들의 사기는 올라가게 되고, 반대로 상대편 타자들은 투수의 구위에 주눅이 들게 마련이다. 또한 포수로서는 드물게 도루 능력이 뛰어나서 1984시즌 그가 기록한 20개의 도루는 지금도 퍼시픽리그 역대 포수 최고 도루기록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그가 기록한 통산 134개의 도루는 일본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기록이다.
2011년 LG 트윈스의 인스트럭터로 전지훈련 기간 활동하면서 인상적인 모습을 남긴 이토 쓰토무 수석코치가 과연 두산 베어스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토 코치의 현역시절 플레이 성향이나 지도자로 활동했을 당시를 감안한다면 수비 강화 및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에 중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두산 베어스의 플레이에 세밀함이 한층 강화된다는 것과 포수 사관학교로 유명한 두산 베어스의 포수진의 기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김경문 감독 시절 두산 베어스는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로 국내 프로야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하였다. 그리고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에 최준석, 김현수 등의 장타 본능을 일깨워 2010시즌에는 거포 군단으로 변모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SK 와이번스라는 벽에 번번이 좌절하면서 아쉽게 정상문턱에서 미끄러지고 말았다. 결국 두산 베어스가 이토 수석코치에게 기대하는 것은 고비를 넘어설 수 있는 2%의 세밀함일 것이다.
그러나 우려되는 부분은 역시 신임감독 김진욱 감독과의 소통 부분이다. 선수 경력이나 지도자 경력에서 훨씬 고참급이라 할 수 있는 거물 수석코치 이토와 김진욱 감독간의 궁합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에 따라 2012시즌 베어스의 운명이 갈릴 수 있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부분은 신임 김진욱 감독이 코치들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스타일이란 점이다. 오히려 고참급 감독이었다면 이토 수석코치와의 궁합은커녕 같은 유니폼을 입는 것조차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1986시즌 MBC 청룡은 김동엽 감독을 다시 불러들이면서 동시에 일본인 미즈다니를 투수코치로 임명하고 투수 운영에 전권을 위임하였다. 그러나 미즈다니 코치는 투수 관리뿐만 아니라 공격, 수비, 그리고 훈련계획 등 사실상 팀 운영의 모든 권한을 지니고 있는 '감독급 코치'였다. 이미 지도자로서 상당한 커리어가 있었던 김동엽 감독이었기에 미즈다니 코치와의 불안한 동거가 과연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미지수였다. 미즈다니 코치는 타자로 입단한 김건우를 투수로 전향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김건우는 1986시즌 18승을 거두는 특급 활약을 펼치면서 신인왕을 거머쥐게 된다. 미즈다니 코치는 일본 선진야구의 훈련기법을 선수들에게 전수하면서 국내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큰 공헌을 한다. 당시만 해도 무늬는 프로였지만 아마야구나 다름없었던 국내 야구에 짧은 기간 동안 미즈다니 코치가 공헌한 부분은 상당하였다. 그러나 감독과의 권한 설정에서 겹치는 부분이 많았던 거물급 코치는 결국 감독 자리를 요구하다가 구단과 갈등을 빚고 유니폼을 벗게 된다.
이토 수석코치가 부임한 지금의 국내 리그 수준은 1986년 당시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여전히 기술적인 부분에서 일본 야구에 배울 점이 많은 것은 인정해야만 하는 사실이다. 이토 수석코치는 분명히 베어스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큰 공헌을 할 것이다. 문제는 김진욱 감독과의 커뮤니케이션 부분이다. 다른 종목이지만 농구에서는 2002-2003 시즌 TG삼보의 감독을 맡은 초보감독 전창진 감독 옆에 경력이 화려한 미국인 코치 제이 험프리스를 두어 그해 팀의 첫 우승을 이뤄낸 적도 있었다. 올 시즌 두산베어스는 사실상 두 명의 감독을 두고 있는 것과 다름없는 새로운 실험인데, 이 실험의 성공여부에 따라 향후 국내 리그의 코칭스태프 구성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이토 쓰토무가 과연 두산 베어스에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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